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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일보 칼럼 (특집) “교사가 ‘멘토’라야지 ‘지식전달자’는 아니잖아요”
중앙일보 칼럼

(특집) “교사가 ‘멘토’라야지 ‘지식전달자’는 아니잖아요”

2012-11-27 0
왕따 방지한다며 동성애 포함 ‘신 성교육’ 횡행
교사 임금동결로 ‘학생볼모-특별활동 거부’ 교육현장 파편

올해 온주의 교육현장에는 쉴새없는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다. 2012년을 한달 남짓 남겨놓은 이 시점에도 여전히 소용돌이는 잠잠해 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찬반론의 뜨거운 공방전을 벌이며 온주를 달궜던 “왕따 방지법(Bill 13)”은 학교환경에서 모든 학생들이 평등한 처우를 받아야 한다는 미명하에 실상은 동성애자들의 아젠다가 관철된 내용이라는 비난을 사며 종교 및 사회 각층의 거센 반발에 부딫혔었다. 그러나 결국 올해 6월 법안으로 통과됐고 이 법안에 따른 각종 행동지침들이 교육청을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 온주정부의 재정적자 해소를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지속되고 있는 공공분야 근로자들의 임금동결협상이 교사들에게까지 미치면서 지난 여름 정부와 교원노조간의 협상이 계속됐으나 타결되지 않은채 신학기를 맞았다. 그러나 가톨릭 학교와 불어 학교 교육청과의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정부는 타결 협상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상정, 결국 지난 9월 ‘교사임금동결법(Bill 115)’을 통과시켰다. 법안 통과에 분노한 교사들은 일제히 항거를 시작, 방과후 특별활동 지도를 전면 중단하고 수업 외의 행사 참여를 거부하고 있으며 행정직무유기 등 다양한 방법의 항의 행위를 점차 확대, 실시하고 있다.

계속되는 소용돌이 속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사상 최악의 혼란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학생은 인종, 태생, 피부색, 시민권, 성(性), 타고난 성별, 성적 정체성, 성의 표현, 나이, 가족상태, 장애 등에 불구하고 안전하고 평등한 처우를 받아야 한다는 Bill 13의 통과 후 각 학교에서는 공식적으로 타고난 성별을 부인하고 성을 선택할 수 있으며 이는 존중되어야 한다는 성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또 교사임금동결법안 통과 후 교사들의 항의 행위로 학생들은 그동안 해오던 특별활동을 중단한 상태이며 기타 외부 행사에도 인솔교사 부재로 참여하지 못하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 온주의 교육현장은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 왕따금지법 Bill 13

이미 토론토 교육청은 ‘동성애 혐오증 및 동성애자 차별에 대한 도전: 유치원-12학년 커리큘럼(Challenging Homophobia and Heterosexism: a K-12 Curriculum)’이라는 성교육 교재를 통해 전통적인 결혼관, 가정관, 성별, 성활동의 개념에서 벗어난 새로운 개념을 가르쳐 오고 있었다. 학습현장에서 편견을 없애고 왕따를 방지하며 보다 안전한 교육환경을 만든다는 취지 하에 맥퀸티 정부가 상정한 Bill 13법안의 통과로 이제 이같은 성교육은 공식화 되었으며 각 교육청은 다양한 관련 실행 지침들을 학교측에 전달하고 있다. 정부가 소개하고 있는 Bill 13은 그 입법 취지를 모든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안전하고 평등한 학교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타당한 교육정책의 수립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종교계를 포함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회단체들은 이 법안이 동성연애자들의 아젠다를 관철시켜주는 내용이며 결국 사회의 전통적 개념을 무너뜨리고 모든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제 학교에서는 유치원을 시작으로 모든 아이들에게 아버지와 어머니로 이루어진 가정과 함께 아버지와 아버지만으로 이루어진 가정, 어머니와 어머니로 이루어진 가정도 정상적인 가정으로 소개한다. 동성애자들이 느끼는 수치심, 이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 및 왕따를 학습현장에서 제거하고 동성애자 가정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안전한 학습분위기를 제공한다는 것이 이같은 성교육의 취지이다. 또 동성애자나 성전환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어려서부터 아이들에게 동성애와 성전환은 이상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성향이나 선택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정상적인 것이라는 개념을 단계적으로 심어주는 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1학년(6세) 아이들을 대상으로는 사람의 성기에 대해, 3학년(8세)때는 동성연애와 성적 정체성(여성과 남성 대신 동성, 양성, 성전환자-트랜스젠더의 개념에 대해 배움)에 대해, 6학년 학생들에게는 자위행위의 즐거움을, 그리고 7학년 학생들에게는 여성의 성기를 통한 성행위 및 항문을 통한 성행위를 가르친다. 특히 이같은 교육 커리큘럼에 대해 학교측은 학부모에게 사전 공지를 할 필요가 없으며 학부모가 자녀의 수업참여 여부를 결정할 권한도 허용되지 않는다. 또 학교는 교내에서 동성애나 성전환을 혐오하는 분위기를 척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하며 이를 위해 동성애나 성전환 이해를 촉진하는 활동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동성애 학생들이 보통의 학생들과 어울릴 수 있는 연합클럽활동을 고안, 지원해야 하며, 교회 등 학교 건물을 임대하고자 하는 단체는 이같은 온주의 교육정책에 따라야 한다.

현재 위와 같은 교육부 정책과 성교육에 분노하는 다수의 크리스찬과 무슬림 학부모들의 항의편지가 각 학교와 교육청에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같은 성교육 수업진행에 대해 학교측이 학부모에게 사전공지를 해 줄 것과 자녀들의 수업참여여부를 학부모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해밀턴의 한 학부모인 치과의사 스티브 투루키스 박사는 학부모에게 사전공지 없이 전통적 개념에 반한 성교육을 실시한 해밀턴학교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진행중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온주 자유당 정부의 입장은 아직 강경한 상태이다. 로렐 브로튼 온주 교육부 장관은 “학교에서 한 아이가 두엄마 또는 두아빠의 그림을 가족으로 그려도 정상이라는 느낌을 갖도록, 또 성전환을 한 학생이 왕따없이 정상적이고 안전한 학교생활을 하도록 교육시스템이 배려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토론토 교육청은 “성전환을 했거나 타고난 성(性)을 따르지 않는 학생들과 스탭들”을 위해 학교가 제공해야 할 편의사항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학교당국은 학생의 성전환 사실이나 본래의 성을 따르지 않기로 한 결정에 대해 학기초 면담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해당 학생의 동의없이는 부모나 가디언에게 이에 관해 누설하지 않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성전환을 했거나 타고난 성(性)을 따르지 않는 학생들과 스탭들”은 자신의 성(性)을 증명할 필요없이 자신이 선택한 성에 따라 가장 편안한 화장실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들을 지칭하는 대명사에 관한 지침과 드레스코드 관련 남녀구별없는 의상선택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벌링턴에 거주하고 있는 9학년 이도연 학생은 “학교 여자 화장실에 남학생이 버젓이 들어와서 사용해요. 너무 이상하고 불편하지만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아요”라며 충격적인 실상을 보고했다.

이제 학교에서는 전통적인 기준과 가치관이 사라져 가고 있다. 남성과 여성의 구별이 모호해지고 정상과 비정상에 관한 모든 개념이 혼란스러워지며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의 보호라는 미명하에 모든 것이 가(可)해진 교육현장에 우리 아이들이 적나라하게 노출되고 있다.

▧ 교사파업

사이가 좋던 가족내에 돈문제를 둘러싼 옥신각신 회오리가 점차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온주교원노조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오던 자유당 소속 맥퀸티 온주 수상이 향후 2년에 걸친 교육부 예산 20억 달러 감축 조치를 단행하자 배신감을 느낀 교사들은 거세게 항거하며 일어나고 있다.

현재 온주정부 적자해소를 위해 모든 공공분야 근로자들의 임금동결협상을 진행해 오고 있는 맥퀸티 정부는 교사들에게도 2년간의 임금동결 및 수당감축안을 제시했다. 몇차례의 협상을 거쳐 정부는 가톨릭학교 교원노조와 프렌치학교 교원노조와의 협상타결에 성공했으나 공립초등학교와 공립고등학교 교원노조측과는 협상이 계속 결렬됐다. 지난 여름 예산 감축안을 사이에 두고 밀고 당기는 협상에 진전이 없자 정부는 가톨릭 및 프렌치 교원노조와의 협상안의 주요 내용을 반영한 교사임금동결법안 Bill 115를 온주의회에 상정했다. 이 법안은 2년간의 임금동결, 병가일수 20일에서 10일로 단축, 은퇴시 사용하지 않은 병가수당의 현찰화 폐지, 신생교사의 출발 임금수준을 약간 상향조정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온주 공립학교 교사들은 온주 의사당 앞에서 “법안이 아닌 협상으로 해결하자!”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정부와 교원노조 사이의 협상은 여전히 타결되지 않은 채 새학기를 맞이했다. 그리고 9월 온주 의사당은 교사임금동결법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법안 통과에 분노한 교사들은 즉각 항거하며 나섰다. 교원노조측은 교섭권 행사를 결의, 직무의 일부 수행을 거부하고 파업까지도 강행할 의지를 표명하며 본격적인 법적 쟁의행위를 시작했다. 현재까지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욕 지역만이 법적 파업을 선포한 상태다. 욕 지역 교육청 소속 초등학교 교사들은 19일부터 수업시간 시작 전 30분부터 학교에 출근하고 수업 후 30분 이내에 학교를 떠나고 있다. 법적 파업을 시작하지 않은 대부분 지역의 초등학교 교사들도 이미 시작한 방과후 특별활동(농구팀, 합창팀 등) 지도 거부, 방과후 행사 불참 등의 학생활동지원 거부를 계속하고 있다. 한편 토론토를 비롯한 20개 교육청 소속 고등학교 교사들은 이미 법적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현재 성적표 기재, 출결 보고, 스탭회의 참석 등 행정분야 직무 수행을 거부하고 있다.

정부와 교사간 소용돌이의 여파는 성적표로부터 기타 다양한 학생활동 정지 등 학교생활 전반 구석구석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 범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일부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교사들의 방과후 활동 및 행사 보이콧으로 인해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저녁시간이 아닌 오후로 변경 개최하기로 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저녁시간이 아닌 오후 공연에는 직장에 다니는 많은 부모들이 참석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또 체육관을 가득 메운 학부모들과 부산하게 움직이는 교사들, 카메라 플레쉬가 번쩍이며 학생들의 공연에 박수갈채가 울려 퍼지는 특별 저녁행사를 통해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 사이의 연대감이 느껴지고 공동체로서의 하나됨을 확인하는 기쁨이 있었다며 현재의 상황에 대한 불만과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이건 정말 말도 않되는 형국이다. 학교에 더이상 밴드도 없고 합창도 없다. 특별활동 중단으로 학생들의 즐거운 연말행사가 망쳐지고 있다”며 비난을 쏟아내는 토론토 거주자 로리 네메섹씨의 딸이 8학년에 재학중인 던뷰중학교(Donview Middle Health and Wellness Academy)는 해마다 개최해 오던 12월 콘서트를 취소했다. 네메섹씨는 “모든 사람들이 12월 콘서트를 기다리고 기대한다. 12월 콘서트는 모든 학부모들이 학교에 함께 모여 한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절기를 축하하는 자리이다. 또 이자리는 자녀교육을 의탁한 학부모들과 그 자녀들, 그리고 자녀들을 교육하는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뜻깊은 시간이다”라며 안타까와 했다. 현재 욕밀 로드와 던 벨리 파크웨이 근처의 중학교 소속 교사들은 합창반이나 밴드부와 같은 방과후 활동의 지도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 네메섹씨의 딸은 학교 밴드부에서 바리톤 호른 주자로 활동해 왔으며 지난해 키와니스 뮤직 페스티발(Kiwanis Music Festival)에서 금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네메섹씨는 이미 온주 정치인들에게 교사들과의 분쟁을 조속히 해결할 것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보냈다고 전했다. 토론토의 블루어 웨스트 빌리지 근처에 위치한 킹조지주니어공립학교(King George Junior Public School)도 교사들의 방과후 특별활동 지도중단 보이콧 진행에 따라 12월 콘서트를 저녁시간이 아닌 오후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학부모회는 낮시간에 참여할 수 없는 부모들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저녁 콘서트를 준비해 개최하기로 했다. “저녁시간 콘서트는 학교의 오랜 전통으로서 그 지역사회의 큰 행사이면서 펀드레이징을 위한 시간”이라고 학부모 크리스 웹씨는 설명한다. 현재 토론토 뿐 아니라 스카보로 지역 3개의 초등학교에서도 12월 콘서트를 취소했다. 홀튼 지역 교육청은 초등학교들에게 낮시간으로 콘서트 시간을 변경한 경우 학부모들이 스케줄을 조정해 낮시간에 참여할 수 있도록 1회가 아닌 여러 차례의 콘서트를 기획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듀램 지역 교육청은 콘서트 시간 변경에 대해 신속히 부모들에게 알려 스케줄 조정이 가능하도록 배려하라고 권고하고 있는 상태다.

적자를 해소하려 몸부림치는 정부와 은퇴시 사용하지 않은 병가수당을 현찰로 지급받을 권리와 새로 교육현장에 뛰어든 교사들의 연봉을 해마다 상향조정할 것을 포기하지 않는 교사들. 사상 최악의 혼란상황이 초래되고 있는 온주 공교육 현장에 130만명의 학생들이 볼모로 잡혀있다. 최근까지의 협상 테이블에서도 정부와 교원노조측과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교원노조측은 “우리가 분노하는 것은 단지 임금동결때문만은 아니다. 통과된 법안은 교사들의 교섭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행사되어야 할 정당한 권리를 제한하는 부당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적자해소를 위해 “돈”문제의 양보를 요청하는 정부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교섭권 문제가 아닌 “돈”문제를 여전히 양보하지 않고 들이대는 교원노조와의 대화는 다리를 놓기에 너무나 먼 건널수 없는 강을 사이에 둔 듯 하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과거 동양 문화 뿐 아니라 서구사회에서도 단순한 지식전달자와 지식습득자의 관계가 아닌 옳바른 가치관의 형성을 도와주고 성숙을 이끌어 주는 사제지간으로 이해되고 지향되어 왔다. 그러나 기술문명과 자본주의, 개인주의의 발달은 신성한 교육현장에서 전인격적 교육이라는 개념을 점차 사라지게 만들었고 급기야는 교사를 ‘지식을 전달하는 직업을 가진 자’로 전락시킨 듯 하다. 이미 미국에서는 교사는 학생의 인생에 관여하면 안되는 지식 전수자라는 개념이 굳어져 가고 있다. 교육현장에서 불거져 온 각종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들은 이같은 성향을 더욱 가속화시켜오고 있다. 여전히 좋은 교사들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지만 이같은 시대적 흐름은 개인이 거스를 수 있기에는 너무나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그래도 좋은 교육 환경이라고 안심했던 캐나다도 더 이상은 우리의 자녀들을 보호해 주는 안전지대가 아님이 극명해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안나 기자

anna@ck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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