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건우가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80㎏급 동메달결정전에서 아쉽게 패한 가운데 그를 지도한 대표팀 오혜리 코치의 리더십이 화제에 오르고 있다.
오 코치는 9일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대회 태권도 남자 80㎏급 16강전에서 서건우와 맞붙은 칠레의 호아킨 추르칠이 승자로 결정되자 코트로 뛰어들어 판정에 강하게 항의했다.
오 코치의 항의는 경기 2라운드 판정 직후 나왔다. 1라운드를 6-8로 내준 서건우는 2라운드 종료와 함께 회심의 뒤차기를 성공한 데다 상대 감점까지 끌어내 16-16을 만들었다. 라운드 동점인 경우 회전차기로 딴 점수가 더 많은 선수, 머리-몸통-주먹-감점의 순으로 낸 점수가 더 많은 선수, 전자호구 유효 타격이 많은 선수 순으로 승자를 결정한다.
2라운드에서 서건우가 두 차례, 추르칠이 한 차례 회전 공격을 성공해 2라운드 승자는 서건우라고 판단했던 오 코치는 상황을 납득하지 못하고 곧장 항의에 나섰다.
오 코치는 코트로 뛰어들어 심판에게 강하게 어필했고, 팔각 매트 위에서 검지를 좌우로 흔들거나 양팔을 크게 벌리며 잘못된 판정임을 강조했다. 이어 본부석으로 뛰어가 오심을 주장했다. 20여초간 이어진 오 코치의 항의에 관중석에선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오 코치의 단호한 대처에 관계자들이 결과를 재검토했고 결국 판정은 번복됐다. 서건우는 3라운드를 14-1로 승리하며 라운드 점수 2-1로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후 8강전 승리로 4강에 진출한 서건우는 준결승전과 동메달결정전에서 패하며 메달을 목에 걸지는 못했다.
오 코치는 동메달결정전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16강전을 돌아보며 "심판 대신 기술 담당 대표에게 말해야 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뒷일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그대로 끝나면 뭘 해도 뒤집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오 코치는 이 항의로 세계태권도연맹(WT)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규정상 지도자는 판정에 대한 항의를 심판이 아닌 기술 담당 대표에게 해야 한다. 장내의 관중들을 상대로 특정한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행동도 자제해야 한다.
양팔을 높게 치켜들며 억울함을 표현했던 오 코치의 행동에 WT는 대한체육회를 통해 공개 사과도 요구했다. 징계 조치 가운데 오 코치에게 '경고 및 공개 사과'를 적용한 것이다.
오 코치는 "내가 사과해야 한다"면서도 "선수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뭐든지 해야 했다.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건우가 정말,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다"며 "좋아하는 콜라도 끊고 탄산수를 먹이면서 운동했는데…"라고 아쉬워했다.
한국체대와 대표팀에서 서건우를 지도한 오 코치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이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여자 67㎏급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 코치는 경기 내내 "안 맞아도 돼. 자신있게 들어가", "뒷차기! 뒷차기!", "차고 나서 멈추면 안 돼", "건우야, 공격적으로!" 등 크게 소리를 질러 서건우의 경기 운영을 도왔다. 오 코치의 목소리는 방송 중계를 통해 들릴 정도였고, 서건우도 줄곧 오 코치를 바라보며 그의 지도를 따랐다.
국내에서는 "오혜리 코치 걸크러시다", "지도자의 코칭이 바로 먹히는 게 짜릿하네", "제자 위해서 발 벗고 나선다는 게 이런 거구나", "서건우 엄청 든든하겠다", "상대는 2대 1로 싸우는 기분일 듯" 등 반응이 나왔다.
서건우는 "나 때문에 코치님이 정말 많이 힘들어하셨다. 보답해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16강에서 그렇게 해주시지 않았으면 졌을 수도 있다. 발 벗고 나서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더 열심히 하겠다. 주신 만큼 보답하는 선수가 되도록, 더 나은 제자가 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토론토중앙일보 (news@ck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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