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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폭탄 '엡스타인 이메일' 터졌다
'트럼프, 피해자와 내 집서 몇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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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임시 예산안에 서명하면서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으로 지난달 1일부터 시작돼 43일째 이어져 온 연방 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은 종료됐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임시 예산안에 서명하면서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으로 지난달 1일부터 시작돼 43일째 이어져 온 연방 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은 종료됐다. [EPA=연합뉴스]
(미국) 43일간 이어져 온 연방정부 셧다운의 해제가 확정된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다른 대형 폭탄에 직면했다.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기소된 뒤 감옥에서 사망한 제프리 엡스타인의 범죄를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에 적어도 인지했다는 정황을 시사하는 이메일이 이날 공개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 사기극”이라며 악재 확산 차단에 나섰지만, 여당인 공화당 내 일각에서도 관련 자료 전면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미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엡스타인 파일’에서 발견된 것이라며 엡스타인이 연인이자 공범 관계인 길레인 맥스웰, 그리고 언론인이자 작가인 마이클 울프와 주고받은 이메일 3통을 공개했다. 엡스타인은 2011년 4월 2일 맥스웰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한 피해자가 “그(트럼프 대통령)와 함께 내 집에서 몇 시간을 보냈다. 그는 단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다”고 했다. 특히 “아직 짖지 않은 그 개가 트럼프라는 것을 알아두길 바란다”는 대목이 있다. 맥스웰은 답장에서 “나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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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2일 미국 뉴욕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드리 스트라우스 당시 뉴욕남부지검장 대행이 미성년 성착취 혐의로 기소된 제프리 엡스타인(왼쪽)과 그의 연인이자 공범인 길레인 맥스웰이 찍힌 사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AFP=연합뉴스]

엡스타인 “트럼프, 아직 짖지 않은 개”

현재 교도소에 복역 중인 맥스웰은 지난 7월 토드 블랜치 법무부 부장관 면담에서 엡스타인 범행에 트럼프 대통령은 무관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후 지난 10월 연방 대법원이 맥스웰의 상고를 기각함에 따라 2022년 뉴욕 법원 항소심에서 선고받은 징역 20년형이 확정되자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면을 요청할 것이라고 했었다.

민주당이 공개한 또 다른 이메일에 따르면, 울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예비경선에 뛰어든 2015년 12월 엡스타인에게 보내는 메일에서 “(앞으로 언론이) 트럼프에게 당신과의 관계를 물어볼 것”이라고 했다. 엡스타인이 “어떻게 답변하는 게 적절하겠느냐”고 묻자 울프는 “그가 스스로 걸려들게 두라. 그가 (당신의) 비행기에 탔다거나 집에 간 적이 없다고 말한다면, 당신에게 귀중한 정치적 자산이 될 것이다. 그를 구해 빚을 지게 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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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12일 공개한 이메일. 미성년 성착취 혐의로 기소된 제프리 엡스타인이 연인이자 공범인 길레인 맥스웰에게 2011년 4월 2일 보낸 이메일로 “아직 짖지 않은 그 개가 트럼프라는 것을 알아두기 바란다”는 대목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엡스타인 “트럼프, 그 소녀들 알았다”

엡스타인은 또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체포되기 직전이던 2019년 1월 31일 울프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당시 현직 대통령이던 트럼프를 거론하며 “그 소녀들에 대해 알았다. 그(트럼프)가 길레인에게 그만두라고 했으니까”라고 했다. ‘소녀들’은 엡스타인의 성착취 범죄 피해자인 미성년 여성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원 감독위 민주당 간사인 로버트 가르시아 의원은 “공개된 이메일들은 백악관이 숨기려 하는 것, 그리고 엡스타인과 대통령 간 관계의 본질에 대해 명백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을 중상모략할 가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이메일을 선택적으로 유출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민주당이 정부 셧다운 등 자신들이 형편없이 대처한 것에서 시선을 돌리기 위해 엡스타인 사기극을 다시 꺼내 들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공화당을 향해서는 “아주 나쁘거나 멍청한 공화당 사람들만 그 함정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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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12일 공개한 이메일. 미성년 성착취 혐의로 기소된 제프리 엡스타인이 2019년 1월 31일 언론인이자 작가인 마이클 울프에게 보낸 이메일로 당시 현직에 있던 트럼프 대통령을 거론하며 “그 소녀들에 대해 알았다”고 하는 대목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엡스타인 사기극” 반발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 핵심 지지 기반인 ‘마가(MAGAㆍ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일각에서는 엡스타인 스캔들을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로 인식하며 수사 자료의 전면적 공개를 요구해 왔다. 민주당이 이날 엡스타인 이메일을 공개한 뒤 공화당 하원 의원들이 약 2만3000페이지 분량의 엡스타인 관련 문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두고 “스캔들 문서를 숨기려 한다는 비난 여론에 방어하는 명분을 쌓고 당내 일각의 엡스타인 파일 공개 표결 시도를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NYT에 따르면, 공화당이 이날 공개한 문서 중에는 엡스타인이 2018년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과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정신 이상에 가까운 인물”로 묘사한 대목이 있다.

전면 공개 표결 막으려 공화당 압박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추가 폭로를 막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날 백악관은 엡스타인 파일 전면 공개를 담은 법안을 표결에 부치자는 청원(강제 부의안)에 서명한 공화당 하원의원 4명 중 하나인 로런 보버트 의원을 불러들였다. 백악관 상황실에서 팸 본디 법무장관,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 등이 보버트 의원을 만나 서명 철회를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하원 내 또 다른 청원 서명 의원인 낸시 메이스에게도 전화를 걸어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보버트와 메이스를 비롯한 공화당 의원 넷은 아직 물러설 뜻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 일부를 더해 하원의원 과반인 218명이 엡스타인 파일 전면 공개 법안의 강제 부의안에 서명함에 따라 해당 법안은 곧 하원 표결에 부쳐지게 됐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이 법안을 다음 주 하원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치겠다고 말했다.

법안이 하원을 통과해도 공화당 다수인 상원에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하원에서 표결이 이뤄지는 상황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칠 정치적 타격이 상당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NYT는 “트럼프와 공화당에 정치적 재앙이 될 수 있다”며 “공화당은 대통령 보호와 권력형 스캔들의 완전한 공개를 요구하는 당내 지지층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짚었다.

토론토중앙일보 (news@ck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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