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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강성층 좇는 여야 대표
그뒤엔 "중도는 허상" 깔려 있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0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운동장에서 한국사진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2025 사진기자가족 체육대회'를 방문해 참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운동장에서 한국사진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2025 사진기자가족 체육대회'를 방문해 참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
브레이크 없는 충돌, 그리고 협치 실종. 여야의 극한 대립은 이미 여의도 정치의 상수가 됐다. 그리고 꽉 막힌 정국의 중심에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서 있다.

각각 진보·보수 진영에 선 두 대표의 정치적 스탠스는 정반대지만 정치권에서는 “양당 지도부를 지탱하는 지지 기반과 기저에 깔린 핵심 전략은 닮은꼴”(국민의힘 중진의원)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독한 발언으로 강성 당원과 지지층에 어필하고 이들을 결집시켜 정치 동력을 얻는다는 측면에서 두 대표의 행보가 유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두 대표는 최근 경쟁하듯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정청래 대표는 13일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은 10번이고 100번이고 정당 해산감이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의원직을 박탈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상원 수첩, 여인형 메모에 나오는 살해 대상 정청래다. 제가 어떤 방법으로 죽었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고 했다. 정 대표는 계엄 사태에 연루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수첩에 ‘수거 대상’으로 거론되고,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메모에 이름이 적힌 걸 근거로 자신이 살해 대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동혁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3개 특검의 무도한 칼춤과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보면서 히틀러의 망령이 어른거린다”며 “대한민국은 ‘재명이네 가족’이 돼야만 살아남는 동물농장이 됐다”고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장 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규탄 집회에서도 “이재명은 존재 자체로 재앙이자 독재자”라고 비난했고, 긴급체포된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언급하며 “전쟁이다. 우리가 황교안”이라고 했다. 14일 보수 유튜브 방송 ‘이영풍TV’에 출연해서는 “이재명 정권이 할 수 있는 마지막은 사회주의 헌법으로 가는 것”, “이재명 정권이 가려는 체제 전복, 사회주의 독재를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성 지지층은 독설에 즉각 반응했다. 정 대표 발언 이후 딴지일보 게시판에는 “‘당 대포’ 정 대표님, 입법으로 내란을 청산해달라”, “내란 애들, 검찰 애들을 철저히 밟아달라”는 댓글이 달렸다. 고성국TV 등 보수 유튜브 방송 채팅창에도 “장 대표가 요즘 잘한다”, “장 대표와 광화문으로 나가서 이재명을 끌어내리자”는 채팅이 올라왔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정 대표가 무리수라는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각종 입법을 밀어붙이고 위헌정당 해산을 거론하는 건 강성 지지층의 전폭적 지지가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사석에서는 별로 튀는 발언을 하지 않는 장 대표가 열성 당원과 지지층을 직접 마주하면 예상치 못한 고수위 발언을 해 깜짝 놀란다”고 했다.

두 대표의 직진에는 중도층 공략으로 여론을 유리하게 하는 건 허상에 가깝다는 공통된 인식이 깔려있다. 정 대표는 최근 주변에 “내년 지방선거는 어차피 51대 49 싸움이다. 우리 당을 찍어줄 이들을 투표소에 확실히 이끌면 우리가 이긴다”고 말했다고 한다. 장 대표도 최근 사석에서 “무턱대고 중도층만 공략한다고 이도 저도 아닌 행보를 보이면 오히려 있던 지지층도 떨어져 나간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싸우는 정당’이 기본 노선이 된 셈이다.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가 전당대회 때부터 강조하는 게 ‘싸움은 정청래가 할 테니 대통령은 일만 하십시오’라는 슬로건이다. 진흙탕 싸움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 공천에 ‘12·3 내란(저지)공로자’ 항목을 신설해 5·18 유공자와 동일하게 15% 가점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장 대표도 최근 ‘당성(黨性)’을 공천 핵심 항목으로 제시하고, ‘잘 싸우는 사람’이 공천에서 대우받도록 기준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12일 당 중앙연수원 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잘 싸우는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함께 싸우는 당직자와 당원에게 당의 방향성을 공유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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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대장동 일당 7400억 국고 환수 촉구 및 검찰 항소 포기 외압 규탄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출처:중앙일보]

여야 대표의 닮은꼴 강성 행보는 내부 파열음도 내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 9월 특검법 개정을 놓고 김병기 원내대표와 공개 갈등을 노출했고, 최근 재판중지법을 강행하려다 대통령실 제어로 멈춰섰다. 장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하고, ‘체제 전쟁’을 강조하는 걸 두곤 “반등을 가로막는 찬물”(초선 의원)이란 내부 비판이 나온다.

한길리서치의 8~10일 조사에 따르면 정 대표의 부정 평가는 48.9%(긍정 42.1%), 장 대표의 부정 평가는 53.9%(긍정 36.7%)로 둘 다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크게 높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두 대표가 으르렁대고 있지만, 결국 상대를 향한 지지층의 분노를 정치적 동력으로 삼는 적대적 공생”이라고 꼬집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강성 지지층만 쫓는 강 대 강 대결 속에 갈등을 조정하고 봉합하는 정치 기능은 실종되고, 외려 정치가 혐오·갈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ck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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