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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환자 조력사 허용 법안
영국 하원서 첫 관문 통과

토론토중앙일보 2024-12-02 0
조력 사망 법안을 발의한 킴 리드비터 노동당 의원이 지난 29일 영국 런던 의회 앞에서 통과 소식에 감격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조력 사망 법안을 발의한 킴 리드비터 노동당 의원이 지난 29일 영국 런던 의회 앞에서 통과 소식에 감격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국제) 영국 의회에서 말기 질환을 앓는 환자에게 스스로 죽음을 맞이할 권리를 허용하는 조력 사망(assisted dying) 법안이 1차 관문을 통과했다.

BBC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지난 29일 조력 사망 법안에 대한 2차 독회에서 찬성 330표, 반대 275표로 법안을 가결했다. 독회는 하원에서 법안을 심의하는 절차로, 1차 때는 법안 내용을 최초 공개하고 2차와 3차 때 표결을 진행한다. 3차 표결까지 통과하면 상원에 넘겨 최종 심사하는데, 이 과정에서 법안이 수정되거나 부결될 수 있다.

여당인 노동당이 발의한 이 법안은 말기 질환을 앓아 여생이 6개월 이하로 남았다는 의사의 소견을 받은 시한부 성인 환자가 의학적 도움으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법의사 2명과 판사의 서명 승인이 필요하며, 의사가 처방한 약물을 환자가 직접 투여하도록 했다. 의사가 직접 환자에 약물을 투여하는 안락사(euthanasia)와는 다른 절차다.

BBC와 가디언 등 현지 매체는 이날 첫 관문을 통과한 법안을 “역사적”(historic)이라고 표현했다. 영국에선 조력사 법안이 4차례 의회에서 발의됐으나 매번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영국에선 조력사와 안락사를 모두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인구 고령화와 노인 빈곤이 심각해지면서 영국에선 ‘죽음의 질’에 대한 논쟁이 계속됐다. 영국은 1976년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총인구의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들어선 뒤 현재까지 약 1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의 분석에 따르면 영국의 고령 인구는 2026년 20.5%, 2036년 23.9%, 2046년 24.7%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29일 표결에 앞서 영국 하원에선 160명 이상의 의원들이 발언권을 요청하는 등 5시간 가까이 찬반 논쟁이 이어졌다. 법안을 발의한 킴 리드비터(노동당) 의원은 “죽어가는 사람에게 어떻게 죽을지 선택권을 주는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반면 반대 입장인 대니 크루거(보수당) 의원은 “국가 자살 서비스”라고 맞섰다. 의회 앞에선 “죽음에 대한 선택권”을 강조하는 지지자들과 “법안이 안전하지 않다”는 반대론자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현재 조력 사망을 합법화한 국가는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벨기에, 스위스, 스페인, 오스트리아, 캐나다, 포르투갈 등에 그친다. 뉴질랜드와 호주, 미국의 10개 주는 말기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만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BBC는 조력 사망 허용 국가들의 인구가 약 3억명이라고 세계 인구(87억명)의 약 3.7%에 그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선 지난 2022년 6월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조력 사망을 허용하도록 하는 조력존엄사법 제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의료계와 종교단체의 반대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가 중단됐고, 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해당 법안은 지난 7월 국회에 다시 발의됐다.

토론토중앙일보 (news@ck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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