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미국과 캐나다 간의 무역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온타리오주 미시사가 시가 공공장소에서 미국 국기를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5일(토), 캐롤린 패리시 미시사가 시장은 본인의 X를 통해 이 같은 방침을 발표했다.
패리시 시장은 "많은 시민들의 요청에 따라 미시사가 시는 스포츠 경기장과 스너그 하버(Snug Harbour) 부두를 포함한 여러 공공장소에서 미국 국기를 철거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형 캐나다 국기를 발주했으며, 이를 시청을 비롯한 주요 지점에 설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이후 미시사가 시가 대응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미시사가 시는 앞서 조달 조례 개정을 통해 미국산 제품 대신 캐나다 및 미국이 아닌 타 국가의 공급업체를 우선시 하도록 했으며, 지난달에는 ‘Choose Canada’(캐나다를 선택하자) 캠페인을 시작해 시민과 기업들이 캐나다산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미국 국기 철거 조치에 대해 일부 시민들이 "너무 유치한 대응이 아니냐"고 비판하자, 패리시 시장은 "오랫동안 미국은 우방국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 한 사람과 그의 측근들이 정세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으며, 국경을 넘나드는 기업인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녀는 또한 "이 조치에 대한 비용이 얼마나 되냐"는 질문에 "미미한 수준(peanuts)"이라며, "캐나다의 자부심을 표현하는 작은 투자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미시사가뿐만 아니라, 온타리오주 배리(Barrie)시도 이달 초 미국 국기를 시청과 경기장 등 공공 건물에서 철거했으며, 웨스트 링컨(West Lincoln) 타운십 의회도 지난 2월 같은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산 제품에 고율 관세(최대 50%)를 부과하면서, 캐나다 내에서는 미국 제품 불매운동과 자국 경제 보호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캐나다 각지에서 "Buy Canadian(캐나다산 제품 구매)" 캠페인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대형마트들도 매장 내 캐나다산 제품을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 국기 철거 조치가 단순한 상징적 대응을 넘어, 캐나다 내 반미 정서가 확대되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국내 기업 보호 및 경제적 자립을 강조하면서도, 미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할 수 없는 현실적인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미시사가 시의 이번 조치는 미국과의 긴장 관계 속에서 캐나다의 정체성과 경제적 독립성을 강조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보이며, 앞으로 더 많은 지방정부와 기관들이 유사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임영택 기자 (edit@ck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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