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토론토 인근의 미시사가에 위치한 버거킹이 연봉 4만 8천 달러에 레스토랑 매니저를 채용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고려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기업이 캐나다 내 노동자를 위한 임금 인상 대신, 임시 외국인 노동자 프로그램(TFWP)을 통해 저임금 인력을 채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9월 25일, 버거킹은 연방 정부의 구직 사이트인 잡뱅크(Job Bank)에 매니저 채용 공고를 게시했다. 이 공고에는 “이 고용주는 고용 허가서(LMIA)를 신청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었다. LMIA는 캐나다 내에서 적합한 인력을 구하지 못할 경우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는 절차로, 해당 기업이 국내 인력 확보에 실패했음을 증명해야 한다.
이에 대해 버거킹 측은 “몇 달 동안 채용 공고를 냈지만 적합한 지원자를 찾지 못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매니저 직책은 연봉 4만 8천 달러로, 시간당 약 25달러에 해당하며, 근무 시간은 주말, 새벽 등 다양한 시간대가 포함되어 있다.
이와 같은 외국인 노동자 채용 계획에 대해 일각에서는 TFWP의 악용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NDP 소속 매튜 그린 연방 하원의원은 “TFWP가 기업들에 의해 저임금 노동력을 확보하고 임금 상승을 억제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며 “이는 캐나다 노동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피에르 폴리에브 연방 보수당 대표 역시 이 문제에 대해 “캐나다 기업들은 우선적으로 캐나다인 노동자를 고용해야 하며, TFWP의 남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토퍼 워스윅 칼턴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TFWP은 저임금 노동력을 의존하게 만들어 기업들이 임금 인상이나 기술 투자 대신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도록 만든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임금 성장과 생산성 향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또한 워스윅 교수는 외국인 노동자가 고용주에 종속되는 구조가 이들을 착취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노동자는 비자가 고용주에게 의존하고 있어 임금 협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노동자 보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방 정부는 최근 TFWP에 대한 제한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업률이 6% 이상인 지역에서는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 채용을 금지하고, 저임금 노동자의 경우 고용 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미시사가가 속한 광역 토론토 지역의 실업률은 7.9%로, 해당 지역의 외국인 노동자 채용은 더욱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기적으로는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임금 인상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CIBC의 수석 경제학자인 벤자민 탈은 “기업들은 외국인 노동력에 의존하기보다는 임금을 인상하고 기술 투자에 나서야 한다”며 “이는 캐나다 경제의 생산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레스토랑 업계는 외국인 노동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캐나다 레스토랑 협회의 맥스 로이 부회장은 “현재 외국인 노동자는 캐나다 외식업계의 약 3%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중 대부분은 주방장”이라며 “주방장이 없으면 레스토랑을 운영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기보다 국내 노동자들을 위한 교육과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edit@ck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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