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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 '野 단독 순감 예산' 처리
"여의도 대통령, 현실이 됐다"

토론토중앙일보 2024-12-10 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둘째)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본회의에서 동료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둘째)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본회의에서 동료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한국) 더불어민주당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 제출 원안 대비 4조1000억원을 순(純)감액한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야당 단독으로 수정해 처리한 건 헌정사 처음이다.

이날 오후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677조4000억원에서 4조1000억원을 감액한 673조3000억원의 예산안이 재석 278명 가운데 찬성 183명, 반대 94명, 기권 1명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당은 참석자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현행법상 국회가 예산 새 비목을 설치하거나 증액하려면 정부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감액은 정부 동의 없이 가능하다. 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여당 반발 속에 단독으로 증액 없이 감액만 한 예산안을 통과시켜 본회의에 올렸다.

감액된 항목은 예비비와 검ㆍ경 특수활동비(특활비) 등이다. 야당은 대통령비서실ㆍ국가안보실의 특활비(82억5100만원), 검찰 특정업무경비(특경비ㆍ506억9100만원)ㆍ특활비(80억900만원), 감사원 특경비(45억원)ㆍ특활비(15억원), 경찰 특활비(31억6000만원) 등을 전액 깎았다. 예비비는 정부 제출안의 절반인 2조4000억원, 국고채 이자 상환 예산은 5000억원 삭감됐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예산 505억원→8억원, 전공의 지원사업 예산 3678억원→2747억원 등 정부 역점 사업 예산도 대폭 깎였다.

다만 민주당은 12·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예고했던 대통령실 예산 등 7000억원 추가 감액은 하지 않았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본회의 직전 기자들과 만나 “추가 감액을 적극 검토했고 독자 수정안까지 준비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내란 사태로 경제 위기가 한층 가속화하고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어 추가 감액은 안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기획재정부가 야당이 요구해 온 증액을 일부 반영한 절충안을 제시했으나 민주당이 거부하며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진 의장은 “기재부가 예비비 1조8000억원 등 2조1000억원 복원을 요구했다. 그에 대응해 민주당이 요구해 온 ▶지역화폐 예산 4000억원 ▶고교무상교육 국고지원예산 3000억원 ▶AIㆍ재생에너지 지원 예산 2000억원 등 9000억원을 반영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민주당은 감액된 예산을 복원하려면 그 복원 규모에 맞게 민생 예산도 증액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고, 이런 입장을 기재부가 최종 수용하지 않았고 국민의힘도 반대했다”고 결렬 이유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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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전민규 기자 / 20241210

민주당 소속 박정 예결위원장은 예산안 제안설명에서 “정부는 예산안 감액으로 국민과 기업에 피해가 돌아간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감액 규모는 정부 예산안의 0.6%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정부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허영 예결위 간사도 “권력기관 수사비용은 단 1원도 감액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권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반대토론에 나선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은 “예산안은 봄부터 전국 공직자들이 작업해서 만든다. 막대한 인원이 들어간 공동작업을 국회와 대한민국은 존중해왔다”며 “올해 처음으로 누가 만든지도 모호한 일방 삭감 예산안이 이 자리에 도착했다. 이렇게 할 거면 예결위를 왜 운영하느냐”라고 언성을 높였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산안 통과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안타까운 심정”이라면서도 “민생안전과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집행준비에 만전 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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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 처리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찬대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 20241210

정치권에선 “계엄 사태 이후 사실상 정부 예산 편성권까지 장악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여의도 대통령’ 시대가 도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예산안 집행 즉시 조기 추경을 통해 야당이 요구해 온 지역화폐 등도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날 예산안 부대의견에 자신들이 정부 지원을 주장해 온 고교 무상교육 사업 소요경비 등에 목적예비비를 배정할 수 있도록 했고, 특활비 등 감액 사업에 대해 이ㆍ전용 등 추가 예산 배정을 할 수 없도록 명시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재명 대표 방탄용이자 국가 마비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날 본회의에선 예산부수법안 20건도 처리됐다. 여야가 앞서 합의한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가상자산 과세 2년 추가유예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은 재석 275명 중 찬성 204명, 반대 33명, 기권 38명으로 정부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했다. 진성준ㆍ정동영ㆍ이인영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5명과 조국혁신당 12명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해당 법 개정안엔 기업이 근로자나 배우자 출산 때 2년 이내 최대 두 차례에 걸쳐 지급하는 급여에 전액 과세하지 않도록 하는 기업의 출산지원금 근로소득 비과세 규정도 포함됐다. 또 8세 이상 자녀 및 손자녀에 대한 연간 세액공제 금액도 자녀 1명당 10만원씩 확대됐다.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납부 한도를 연간 4000만원으로 두 배 확대하고, 비과세 한도를 현행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늘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가 제출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은 민주당 반대로 부결됐다. 상속ㆍ증여세법은 현행 50%의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30억 원 초과 과표구간을 삭제하고 과세표준 10억 원 초과 구간에 40% 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반대토론에서 “매년 세수 결손이 발생하는 건 말도 안 되는 감세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주주 환원에 적극적인 ‘밸류업 기업’에 투자하면 배당소득 증가액을 저율로 분리 과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도 “거액 자산가들만 집중적으로 혜택을 본다”는 민주당 반대로 부결됐다.

토론토중앙일보 (news@ck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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