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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생존자, 주거 위기 속 고립
정부 지원 부족으로 위기 반복되는 현실

임영택 기자 2024-12-11 0
프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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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이 주거 위기와 성차별적 폭력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가운데, 여성단체들은 연방 및 지방 정부가 이들을 위한 주거 지원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성 쉼터 캐나다(Women’s Shelters Canada)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의 주거 위기로 인해 많은 생존자들이 안전한 주거지를 찾지 못하고 가해자에게 돌아가거나 불안정한 주거 상황에 처하고 있다.

보고서에 응답한 381개의 쉼터 중 94%는 피해자들이 과거보다 더 오랜 기간 머무르고 있으며, 83%의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임시 거주공간(transition house)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쉼터를 떠난 생존자 중 절반은 다른 선택지가 없어 가해자와 재결합하거나, 3분의 2 이상이 가족이나 친구 집에 얹혀 살거나 노동 대가로 임시 거처를 마련하는 등 불안정한 주거 상황에 놓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36%는 노숙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토론토 인근 이토비코에 위치한 어니스틴 여성 쉼터의 애나 모건 서비스 매니저는 "쉼터는 피해자들이 잠시동안 쉬어갈 수 있는 목적으로 지어졌지만, 현재는 사실상 거주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건은 쉼터의 수용 한도를 초과해 작년에만 312명을 돌려보냈으며,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모건은 높은 주거 비용과 사회 주택 대기 기간(평균 10년)이 피해자들의 독립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생존자들이 쉼터를 떠난 뒤 다시 가해자에게 돌아가거나 불안정하고 상황에 다시 처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캐나다의 주요 대도시뿐 아니라 소규모 지역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젠 앵거스, 서스캐쳐원주의 임시 거주공간 매니저는 "피해자들이 쉼터에 머무르는 기간이 매년 길어지고 있다"며, 특히 자녀가 있는 여성의 체류 기간이 50~70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방 및 지방 정부가 성폭력 생존자들을 위한 주거 프로젝트에 긴급 자금을 투입하고, 사회보장 프로그램의 대기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바스코샤주의 경우, 2020년 대규모 총격 사건 이후 가정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팬데믹 때와 같은 수준의 정부 지원"을 요구한 바 있다.

피해자들이 다시금 안정된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정부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임영택 기자 (edit@ck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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