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세금 신고를 하려 컴퓨터 앞에 앉았지만, 모기지 이자 정보를 확인하려고 배우자에게 문자를 보낸다. 그 문자는 이메일 확인으로 이어지고, 소셜미디어를 몇 번 스크롤한 뒤 온라인 쇼핑까지 정신을 차려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익숙한 이야기 아닌가?
대부분 스마트폰을 탓하겠지만,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지난 28일(금), 학술지 Frontiers in Computer Science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이 곁에 있든 없든 사람들은 쉽게 산만해진다.
연구를 진행한 런던 예술대학교 심리학과의 막시 하이트마이어 교수는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이 손에 닿을 때 더 자주 사용하지만, 실제로 업무와 비업무 활동에 쓰는 총 시간이나 업무 집중도가 스마트폰 접근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참가자 22명을 대상으로 각각 5시간 동안 컴퓨터 작업을 수행하도록 했다. 한 번은 스마트폰을 가까이 둔 상태에서, 다른 한 번은 스마트폰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둔 상태에서 진행했다. 연구 결과, 스마트폰이 가까이에 있을 때 더 자주 사용했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컴퓨터를 이용해 딴짓을 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 규모가 작아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단순히 스마트폰을 금지하는 것이 집중력을 높이는 해결책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이트마이어 교수는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기술을 다루는 습관과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집중력 저하, 스마트폰 때문일까?
하이트마이어 교수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사용이 우리의 집중력을 산만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폰의 다양한 앱이나 서비스 등이 사용자의 주의를 끌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주의가 산만해지는 89%의 경우는 스마트폰의 알람이나 진동이 아니라 사용자가 스스로 “뭔가 놓친 것이 있을 것 같다”는 불안감에 기기를 반복해서 확인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집중력이 한 가지 작업에만 머물지 않는 것은 인간의 생존 본능과도 관련이 있다. 하이트마이어 교수는 “인간은 로봇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몇 시간 동안 오직 하나의 작업에만 몰입하는 것이 어렵다”며 “어느 정도의 산만함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때로는 적절한 휴식과 주의 전환이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도 있다. 다만, 스마트폰을 집어 드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SNS를 스크롤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사용 습관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스마트폰을 멀리하면 집중력이 좋아질까?
이번 연구에서는 스마트폰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둘 때 사용 시간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스마트폰의 사용 방식이 중독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도박이나 약물 중독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갈망이 커지지만, 스마트폰은 오히려 멀리할수록 잊게 된다. 대신 산책을 하거나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등 다른 활동에 몰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2021년 연구에 따르면,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완전히 금지당했을 때 학업 성취도가 떨어졌지만, 학습 도구로 활용했을 때는 오히려 성과가 향상됐다.
하이트마이어 교수는 “우리는 스마트폰을 문제의 원인으로 보고 이를 해결해 줄 대책을 찾는 경향이 있다”면서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라고 강조했다.
연구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을 차단하면 사람들이 운동, 독서, 대면 소통, 취미 활동 등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결국, 스마트폰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SNS 사용 후 어떤 콘텐츠를 소비했는지 기억하는지, 얼마나 오래 사용했는지 인식하는지, 그리고 스마트폰 사용 후 에너지가 충전되었는지 또는 고갈되었는지를 점검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바꾸는 것은 단순히 기기를 멀리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자신이 어떻게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필요할 때는 의식적으로 기기가 눈에 보이지 않도록 거리를 두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임영택 기자 (edit@ck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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