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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고온건조한 숲 '화약고' 변신
남한 1.4배 잿더미...불씨는 좀비처럼 되살아나

정종훈 기자 2020-09-24 0

(국제) 지난달 28일 러시아 동부 사하공화국 야쿠츠크시 외곽. 야쿠츠크에서 차로 한 시간 걸리는 빌류이스키(Viluyskiy) 숲은 가도 가도 끝 없는 초록빛 나무로 가득했다.

숲 곳곳에서 회색 연기가 피어나왔고, 이미 불타버린 시커먼 폐허들이 나타났다. 완전히 꺼지지 않은 불씨가 뿜어내는 연기는 구름처럼 하늘을 뿌옇게 뒤덮었다. 헬리콥터가 그 속으로 들어가자 위치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니 상황은 훨씬 심각했다.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들이 나무에 붙은 불씨를 꺼트려도 불은 계속 살아났다. 대원들은 화재 확산을 막으려 쉼 없이 삽질을 하면서 기다란 도랑을 팠다.

잿빛으로 변한 숲에서는 안개 같은 연기만 자욱하게 깔렸다. 몇 미터 차이로 화마를 피한 노란 잎 나무와 대비됐다. 빌류이스키 숲의 부관리자인 콜레소프 스뱌토슬라프는 “지난 5년간의 산불 발생 (추이와) 비교하면 지금 훨씬 많이 나고 있다”면서 “오랜 기간 비가 안 온 게 이유”라고 말했다.
 
인근 숲의 상황도 비슷했다. 빌류이스키 숲에서 차로 3시간 걸리는 곳에서도 붉은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후끈 달아오른 땅에 묻혀있던 불씨는 계속 살아나 나무들을 위협했다. 잔불 정리와 화재 예방 차원에서 트랙터가 돌아다니며 흙을 갈아엎었다.

혹한과 동토의 상징이었던 시베리아가 빨갛게 불타고 있다. 기후 변화가 가져온 이상 현상 때문이다.
 
결국 숲은 버티질 못했다. 시베리아 지역은 항상 화재가 나곤 했지만, 올해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올 들어 러시아 국토 22만㎢(8월 기준)가 불에 타버렸다. 이 중 14만㎢는 숲이다. 남한 면적의 1.4배에 달한다. 그린피스는 "불이 나도 대부분은 진화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 러시아 당국이 (소방 인력 투입 등의) 경제적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시베리아의 광활한 삼림은 사람들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준다. 아마존 열대우림처럼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한다. 하지만 숲이 불타면 반대로 온실가스를 내뿜는 '화약고'가 된다. CNN은 지난 6~8월 러시아 동부 지역의 화재로 발생한 이산화탄소량만 540Mt(메가톤)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불타는 숲에서 나오는 연기가 마치 구름처럼 시베리아의 하늘을 뿌옇게 덮어버렸다. 꺼진 듯 보이는 불씨는 땅속 깊이 자취를 감췄다 '좀비'처럼 자꾸 살아난다. 더 많은 화재, 더 많은 연기가 발생할수록 시베리아는 뜨거워지고, 지구 온난화는 빨라진다. 기온 상승→영구동토 해빙→대형 재난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멜니코프 동토연구소 연구부소장인 페도로프 알렉산더 니콜라이비치는 "시베리아 숲에 화재가 발생하면 영구 동토층의 붕괴를 빠르게 가져오게 된다. 또한 영구 동토의 붕괴는 세계 최대 동토 도시 중 하나인 야쿠츠크에 사회경제적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면서 "앞으로 지구 온난화가 이어지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화재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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