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병원 네트워크인 윌리엄 오슬러 헬스 시스템(William Osler Health System)이 브램튼 시립 병원(Brampton Civic Hospital)에서 한 시크교 남성의 동의 없이 수염을 면도한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해당 남성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신체 일부인 수염이 강제로 면도되었고, 이는 시크교 신앙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 논란이 되었다.
윌리엄 오슬러 헬스 시스템의 프랭크 마르티노 대표이사와 파딥 싱 길 이사회 의장은 지난 9일(수) 공동 성명을 통해 이 사건이 병원의 문화적 배려 부족에서 비롯된 실수임을 인정하고, 해당 환자와 그의 가족, 시크교 단체에 공식 사과했다.
성명에서 마르티노 대표는 “이번 사건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며, 환자와 그의 가족, 그리고 시크교 공동체에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건은 우리 병원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전체에 큰 고통을 안겨주었으며, 이를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 9월 세계 시크교 기구(World Sikh Organization, WSO)가 해당 남성의 가족을 대신해 병원 측에 항의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WSO는 피해 남성을 조긴더 싱 칼레르(85)로 확인하고, 브램튼 시립 병원에서 칼레르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강제로 그의 수염이 면도되었다고 밝혔다. 시크교에서 머리카락을 포함한 모든 체모는 신의 선물로 간주되어 이를 자르거나 면도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으며, 피해자인 칼레르 역시 평생 한 번도 수염을 면도하지 않은 신실한 시크교 신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윌리엄 오슬러 헬스 시스템은 이번 사건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체계적인 변화를 약속했다. 다만, 구체적인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WSO는 병원 측의 사과에 대해 “윌리엄 오슬러가 이번 사건의 책임을 인정하고, 앞으로 환자들의 종교적 및 문화적 정체성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한 것에 대해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WSO는 윌리엄 오슬러와 협력하여 시크교 환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의료 시스템 내에서 이들의 종교적•문화적 필요가 존중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변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WSO는 “앞으로도 윌리엄 오슬러 헬스 시스템과 긴밀히 협력하여 전국의 의료 기관들이 시크교 및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환자들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교육과 자원을 제공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형 기자 (edit@ck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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