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르헨티나 구하기’ 외교에 대한 불만의 기류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포착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난에 허덕이는 아르헨티나를 지원하기 위해 200억 달러(약 28조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 체결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아르헨티나가 곡물 수출 관세를 철폐하면서 미 농업계가 피해를 보았다는 미 농무장관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불만 섞인 문자 내용이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30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해당 논란은 지난 23일 뉴욕에서 열린 제80차 유엔 총회 현장에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받은 문자 메시지가 AP통신에 포착되면서 확산됐다. 사진 속 문자에는 발신자가 ‘BR’로 표시돼 있었다. CNN은 이를 브룩 롤린스 미 농무장관으로 추정했다.
문자에는 아르헨티나가 최근 곡물 수출 관세를 일시적으로 철폐하면서 중국이 아르헨티나산 콩을 대규모로 사들였다는 내용이 담겼다. 롤린스로 추정되는 인물은 “주의사항만 알리겠다. 매우 불행한 일”이라면서 “우리가 어제 아르헨티나를 구제했는데, 돌아온 대가는 그들이 수출 관세를 없애 중국에 싼값에 곡물을 판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래라면 우리가 중국에 판매할 시점인데, 이번 조치로 콩 가격은 더 내려가고 중국이 우리에 대한 협상력을 키우게 됐다”며 “비행 중이지만 착륙하면 전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미 재무부와 농무부는 해당 문자 메시지에 대한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실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아르헨티나의 수출 관세 철폐 직후 아르헨티나산 콩 구매를 급하게 늘렸다. 이를 바탕으로 아르헨티나의 콩 수출 주문은 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해만 해도 미국산 콩 125억 달러(약 17조원)어치를 수입했던 최대 구매국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고율 관세 정책에 따른 보복으로 지난 5월 이후 미국산 콩 구매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 이 틈을 타 아르헨티나가 기회를 거머쥔 셈이다.
미국의 콩 산업은 연간 600억 달러(약 82조원) 규모에 달하지만, 중국 시장에서 사실상 배제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CNN은 이날 포착된 문자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무분별한 외교 정책이 의도치 않게 미국 농민들에게 타격을 입혔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1월 1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트럼프 별장에서 열린 미국우선정책연구소 주최 만찬에 참석한 당시 하비에르 밀레이(오른쪽)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귀엣말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문자에 드러난 불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전폭 지원에 나서고 있다. 베센트 장관은 지난달 24일 X(옛 트위터)에 “아르헨티나 중앙은행과 200억 달러 규모 통화 스와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아르헨티나의 달러 표시 채권을 매입할 준비가 됐고, 조건이 충족될 경우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외환안정기금을 통한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향해 외국 공직자로서는 이례적인 지지를 표명함으로써 양국 관계의 지정학적,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라고도 전했다.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 EPA=연합뉴스 최근 아르헨티나에선 경제난으로 인해 일자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밀레이 정부에 대한 반발 조짐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7일 아르헨티나 전체 인구의 약 40%가 거주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인 ‘자유전진단’이 좌파 페론주의 정당 연합 푸에르사 파트리아에 크게 패배하면서 10월 총선의 전조로 여겨지고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적극적인 아르헨티나 살리기 행보를 통해 ‘남미의 트럼프’라고 불릴 정도인 충성파 밀레이 대통령의 손을 잡아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밀레이 대통령을 “아주 좋은 친구이자, 투사이자, 승리자”라며 “그의 재선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라고 적었다. 아르헨티나 대선은 2027년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