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군 고위 당국자가 한국이 도입하게 될 원자력(핵)추진잠수함(원잠, 핵잠)이 중국 견제에 쓰일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 외교부가 17일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의 원잠 도입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운용 과정에서 대중 압박에 동참하는 것이란 해석에 거리를 두면서 중국 측의 반발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이날 “우리의 핵추진 잠수함 운용은 급변하는 한반도의 안보 환경에 대응해 우리 안보를 튼튼히 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은 지난 14일 한·미정상회담 결과물인 공동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가 공개된 직후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도 중국에 대한 우려를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이 도입할) 그 잠수함이 중국을 억제하는 데 활용되리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측”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특정 국가’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을 의미하는 것으로 읽힌다. 외교부가 미 고위 당국자의 발언을 사실상 반박한 건 다소 이례적이다. 외교부도 입장을 통해 “미 당국자가 인터뷰를 통해 한 발언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된다”고도 밝혔다. 그런데도 이런 입장을 낸 건 미·중 간 전략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원잠 도입이 대중 외교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단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이 한국의 원잠 도입 추진에 공감대를 형성한 뒤 한·중 간엔 난기류가 감지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원잠 연료 공급을 요청하며 “디젤 (추진)잠수함이 잠항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 쪽 잠수함들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대통령실이 “해당 표현은 단순히 북쪽, 중국 방향의 우리 해역 인근에서 출몰하는 잠수함을 의미한다”고 해명했지만, 중국 측은 반발했다.
지난달 30일 중국 외교부는 한국의 원잠 추진과 관련해 “관련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중국은 한국과 미국이 핵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는 일을 하기를 바라며, 그 반대가 아니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잠 문제는 정상회담에서도 의제로 논의됐다.
다만 외교부가 언급한 ‘급변하는 한반도의 안보 환경’에는 북핵 고도화 뿐 아니라 중국의 군사적 위협 증강도 포함됐을 수 있다. 실제 중국은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무단으로 구조물을 설치하는 등 ‘내해화’ 시도를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커들 총장은 “(한·미 양국 간) 이런 활동에 대해 강력한 억제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ck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