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 거주하는 한 원주민 부녀가 캐네디언 타이어(Canadian Tire)와 하청보안업체를 상대로 인종차별 혐의로 캐나다 인권위원회에 고소했다. 밴쿠버 원주민 여성 던 윌슨과 그의 아버지 리처드 윌슨은 지난 2020년 캐네디언 타이어 코퀴틀람 지점에서 발생한 사건을 계기로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던 윌슨은 지난 수년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차례 노력했으나, 결실을 보지 못하자 아버지와 함께 공식적인 고소 절차를 밟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번 고소가 캐네디언 타이어의 체계적 변화를 촉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고소장에 따르면, 윌슨 부녀는 지난 2020년 1월 17일 캐네디언 타이어 매장에서 새 타이어를 구매한 후 설치를 기다리며 쇼핑을 하던 중, 블랙버드 시큐리티(Blackbird Security) 소속 경비원이 아버지 리처드의 배낭을 수색하려 했다. 다른 고객들 역시 비슷한 가방을 소지하고 있었으나 그들에 대한 수색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던 윌슨은 사건 이후 매장 정비사에게 이를 알렸으나, 그는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정비사는 “자신의 아버지가 ‘인디언’과 ‘네이티브’의 차이를 가르쳐 줬는데, 인디언은 보호구역에서 나와 민폐를 끼치지만, 네이티브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던 윌슨은 “그 순간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지만, 집으로 가는 길에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고 회상했다.
캐네디언 타이어 측은 성명을 통해 “원주민 부녀의 인종차별 주장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이러한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매장의 딜러는 고소가 제기된 이후로 지속적으로 법정에서 협력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언급은 피했다.
보안업체인 블랙버드 시큐리티 측은 해당 논란에 노코멘트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던 윌슨은 사건 이후 여러 차례 캐네디언 타이어 본사에 불만을 제기했으나, 처음에는 고소장이 잘못 접수되었다는 답변을 받았고, 이후에는 50달러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캐네디언 타이어가 여러 차례 사과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놓쳤다”며, “이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더 큰 사회 구조적 문제를 나타낸다”고 강조했다.
작년 윌슨 부녀는 BC주의 원주민 커뮤니티인 헤일츠크 네이션 소속 변호사들의 지원을 받아 사건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마릴린 슬렛 헤일츠크 네이션 추장은 성명을 통해 “캐네디언 타이어가 사건 해결을 위한 의미 있는 대화를 거부해왔다”며, “리처드의 배낭을 수색할 이유는 그가 원주민처럼 보였다는 것 외에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슬렛 추장은 “던에게 전달된 인종차별적 발언은 매우 혐오스러운 것”이라며, “캐네디언 타이어는 원주민과 유색인종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진정성 있는 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2019년 밴쿠버 경찰이 은행 밖에서 원주민 할아버지와 그의 12세 손녀를 잘못된 혐의로 구금한 사건과 유사한 상황으로, 당시에도 인권 고소를 통해 경찰의 공식 사과를 받은 바 있다.
윌슨 부녀는 캐네디언 타이어가 사과하고, 직원들의 인종차별 대응 교육을 개선하며, 재정적 보상과 함께 헤일츠크 네이션 도시에 거주하는 원주민들을 지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던 윌슨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잃어버린 자존감을 되찾고 싶다”며 “이 일을 공개적으로 밝힘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쇼핑할 때 안전하게 느끼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태형 기자 (edit@ck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