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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 32개 위력"
대만 25년 만 규모 7.2 강진

토론토중앙일보 2024-04-03 0
3일 대만 동부에서 일어난 강진 여파로 북부 신베이시 아파트 내부 물건이 떨어져 어수선하다. 로이터=연합뉴스
3일 대만 동부에서 일어난 강진 여파로 북부 신베이시 아파트 내부 물건이 떨어져 어수선하다. 로이터=연합뉴스

(국제) 3일 오전 7시 58분 대만 동부 화롄(花蓮)현 화롄시 쉬안위안(軒轅)로. 교차로에서 차량과 오토바이들이 신호를 기다리는 중에 커다란 굉음이 나며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강력한 진동이 발생하자 도로 옆에 자리한 9층 높이의 톈왕싱(天王星) 빌딩 1층 부분이 먼지를 풍기며 붕괴했다. 이 여파로 건물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60도 정도 한쪽으로 기울어 내렸다. 놀란 행인과 운전자들은 혼비백산해 대피했다. 무너진 빌딩에 갇힌 6명의 시민은 구조대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했지만, 여성 캉(康)모는 숨진 채 발견됐다. 톈왕싱 건물의 지진 피해 모습은 대만 시민들이 X(옛 트위터) 등 SNS에 올린 영상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톈왕싱 빌딩 외에도 인근 베이빈(北濱) 거리의 주택, 화롄병원 인근의 퉁솨이(統帥) 건물, 지안(吉安)향 샨하이관(山海關) 빌딩 등이 파손됐다.

대만 현지 매체인 연합보가 전한 화롄 강진 당시 상황이다. 세종시 인구(38만명)와 비슷한 규모(31만명)가 거주하는 화롄현에서 이날 오전 7시 58분 규모 7.2 강진이 발생했다고 대만 중앙기상국이 전했다.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와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측정한 규모는 7.4다. 진앙은 북위 23.77도, 동경 121.67도로, 화롄현에서 남남동쪽으로 약 25㎞ 떨어진 지역이다. 지진의 발생 깊이는 15.5㎞다. 궈카이원(郭鎧紋) 전 중앙기상국 지진예측센터장은 “이번 지진으로 방출된 에너지는 원자폭탄 32개와 맞먹는 위력”이라고 말했다.

중앙재난대응센터에 따르면 출근 시간대에 발생한 강진으로 이날 오후 7시까지 최소 9명이 숨지고 946명이 다쳤다. 주택은 약 120여채가 파손됐다. 이날 오후 현재 고립된 127명에 대한 구조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당국은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약 60명이 화롄시 북부의 한 터널에 갇혀 있다”며 “이중엔 독일인 2명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지난 1999년 9월 21일 중부 난터우(南投)현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921 대지진' 이후 25년 만에 대만에서 일어난 강진이다. 당시엔 심야에 발생한 강진으로 24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진원지와 가까운 동부 화롄현에 집중됐다. 수도 타이베이(臺北)·신베이(新北)· 타오위안(桃園) 등도 심하게 흔들렸다. 우젠푸(吳建富) 지진예측센터장은 "진앙이 육지와 상당히 가까운 얕은 층이어서 대만 전 지역에서 지진을 느꼈다"고 밝혔다. 대만과 가까운 중국 푸젠(福建)성을 비롯해 800㎞ 떨어진 상하이(上海)에서도 지진이 감지됐다.

대만 시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타오위안 공항 식당에서 만난 직원 장(張)모는 “오전에 6~7회 강한 지진을 느꼈다”며 “9.21 대지진 당시 악몽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신베이시의 한 시민은 “지진으로 인해 건물이 무너지고 부서지는 소리에 놀라 감히 움직이지를 못했다”며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921 대지진보다 더 끔찍했다”고 대만 EBC 방송에 말했다. 이날 오전 타이베이에서 남동부 타이둥 즈번행 열차가 화롄 지역을 지나는 중에 지진을 맞은 훙(洪)모는 “열차가 심하게 흔들리고 주변의 산이 무너져 내렸다”며 “휴대전화에 지진과 쓰나미 경보가 울리면서 기차가 쓰나미에 삼켜질까 봐 무서웠다. 재난 영화 같았다”고 말했다.

타이베이 기차역은 화롄행 열차 운행이 막히면서 예매표를 반환하려는 줄이 길었다. 역사에는 오늘 사용하지 못한 열차표를 일년내 언제라도 환불한다는 안내판이 내걸렸다. 지하철 입구에는 지진 영향으로 열차가 연착할 수 있으니 양해를 바란다는 안내문도 보였다. 화롄이 고향이라는 옌(閻)모는 “진원이 깊어 7.2 진도에 비해 피해가 적었다“며 “빨리 열차 운행이 재개돼 대피한 가족을 만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만 싼리(三立)신문 기자는 “타이베이는 진도 5까지 흔들렸지만 큰 피해는 없어 다행”이라며 “교외 선로가 파손돼 복구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진 여파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에만 규모 3.3~6.5인 여진 약 60회가 일어났다. 대만 기상국은 앞으로 3~5일 안에 규모 6.5~7.0의 여진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만은 지진활동이 활발한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해 있다. 1901년부터 2000년 사이 사망자를 초래한 대형 지진은 48차례나 있었다.

특히 동부 해안은 유라시아판과 필리핀판이 서로 부딪치면서 지질활동이 활발해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고 CNN은 전했다. 다만 대만은 지난 1982년 건축법을 강화해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1999년 강진 이후 부실 공사를 막기 위해 더욱 노력하면서 건물 대다수가 완전히 붕괴하는 상황을 맞지는 않았다. 화롄시의 톈왕싱 빌딩처럼 기울어지기만 하거나, 멀쩡한 모습을 보인 건물도 많았다. AFP통신은 “엄격한 건축 규제와 광범위한 재난 안전의식 덕분에 큰 재앙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지진으로 인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의 신주(新竹) 공장 직원들은 절차에 따라 대피했다 복귀했다. 이로 인해 일부 반도체 생산이 한동안 중단됐다. 이 회사의 주가는 이날 장 초반 약 1.5% 떨어졌지만 생산 재개 소식에 낙폭을 줄였다. TSMC는 애플·엔비디아·퀄컴 등에 반도체 칩을 공급하고 있다. 이번 강진으로 자칫 생산 차질이 벌어지면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지 관계자는 “TSMC 공장이 잠시 멈췄지만 생산에 큰 영향이 없다”며 ”반도체 수급에 이번 지진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만 당국은 원전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전력망도 안정적이라고 전했다. 이번 지진 여파로 대만은 물론 일본 오키나와, 필리핀에 쓰나미 경보가 내려졌지만 다행히 별다른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이번 강진에 중국과 일본은 대만에 손을 내밀었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펑롄(朱鳳蓮) 대변인은 "(중국) 대륙은 큰 우려를 표하며 이번 재해로 인해 피해를 본 대만 동포들에게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며 "재해와 후속 상황을 긴밀히 예의주시하면서 재난 구호를 위한 필요한 지원을 기꺼이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피해자를 위로하고 필요한 지원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토론토중앙일보 (news@ck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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