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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검사가 밝힌 의학적 미스터리
“나는 의사의 범죄로 태어났다”

토론토중앙일보 2025-10-26 0
[Unsplash @Louis Reed]
[Unsplash @Louis Reed]
(미국) 미국 여성 서머 맥케슨(Summer McKesson)은 수년간 원인 불명의 혈전증으로 고통받았다. 그러나 DNA 검사를 통해 자신의 질환뿐 아니라, 자신이 의사의 범죄적 시술로 태어난 아이였음을 알게 됐다.

이 여성은 심장과 폐에 반복적으로 생기는 혈전 때문에 생사를 넘나들었다.
수차례의 수술과 치료 끝에 그녀는 2022년 메이요클리닉에서 희귀 유전질환인 ‘마판증후군(Marfan Syndrome)’ 진단을 받았다. 문제는 이 질환이 유전적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점이었다. 가족 중 그 누구에게도 같은 증세가 없던 맥케슨은 결국 23앤드미(23andMe) 유전자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그녀에겐 7명의 ‘이복 형제자매’가 있었고, 이들은 모두 한 이름 ‘찰스 피트(Charles Peete) 박사’—로 연결돼 있었다.

‘도덕적 의사’의 가면
찰스 헨리 피트 2세(Dr. Charles Henry Peete Jr.)는 하버드 의대를 졸업하고 듀크대병원에서 산부인과 교수로 일한 인물이었다.
1980년대 초, 그는 난임 부부에게 “의대생의 정자를 이용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정자를 사용해 수십 명의 아이를 출산시켰다. 당시 부부들은 이를 전혀 몰랐다.

수십 년이 흐른 뒤, 소비자용 DNA 테스트가 보편화되면서 이 ‘의료 사기’는 세상에 드러났다.
CNN 보도에 따르면, 피트는 최소 12명의 아이를 자신의 정자로 임신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의 분노와 좌절
맥케슨은 “나는 의사의 범죄로 태어났다. 의료적 강간(medical rape)의 산물”이라며 분노를 드러냈다.
그녀는 피트의 가족과 듀크대에 생물학적 건강 이력 정보를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듀크대 측은 “당시의 행위는 용납될 수 없으며, 현재는 재발 방지 시스템이 확립되어 있다”고 해명했다.

미국에서는 현재 14개 주만이 이른바 ‘불임 사기(Fertility Fraud)’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피트가 근무했던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아직 관련 법이 없다.

“진실을 알리는 게 생명을 구하는 일”

맥케슨은 같은 유전 질환을 가진 다른 이복 형제들이 존재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언론 인터뷰에 나섰다.
“만약 내 이야기가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토론토중앙일보 (news@ck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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