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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적 조력 자살, 장애인 차별 논란
장애인 단체, “죽음 선택 강요” 헌법 소원 제기

김태형 기자 2024-09-30 0
조력사 캡슐 '사르코'. AFP=연합뉴스
조력사 캡슐 '사르코'. AFP=연합뉴스

(캐나다) 장애인 권익 단체들이 캐나다의 ‘의료적 조력 자살(Medical Assistance in Dying, MAID)’ 법 일부 조항이 장애인들을 차별한다며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이들 단체는 해당 법이 장애인들에게 죽음이 유일한 선택이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MAID가 캐나다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의 일환으로 제기되었으며, 특히 법안의 ‘트랙 2’ 조항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이 조항은 자연사 가능성이 없는 환자라도 극심한 고통을 겪을 경우 의료적 조력 자살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캐나다 정부는 퀘벡 고등법원이 해당 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함에 따라, MAID 법안을 개정해 환자의 자연사 가능성이 “합리적으로 예측 가능해야 한다”는 요건을 삭제했다. 그 결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생명 유지를 위한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위험이 커졌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지적 장애인을 위한 비영리 단체인 인클루젼 캐나다(Inclusion Canada)의 크리스타 카르 부대표는 “이번 법 개정으로 인해 장애인들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죽음이 더 쉬운 선택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며 “정부는 장애인들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보다는 죽음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체는 법이 장애인의 생명, 자유, 안전에 대한 권리와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트랙 2 조항이 치료 옵션을 모두 시도해보지 않은 상태에서도 MAID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장애인들에게 사실상 죽음을 유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카르 부대표는 “정부가 장애인들에게 죽음은 지원하겠다고 하면서도,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지원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의료적 조력 자살은 매우 복잡하고 개인적인 문제”라며 “정부는 캐나다 국민의 필요를 반영하고, 취약한 이들을 보호하며, 자율성과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법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법정에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연합체는 트랙 2 조항으로 인해 장애인의 조기 사망이 늘어날 위험이 있으며, 이는 장애인의 삶이 “참을 수 없고 살 가치가 없는 것”이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르 부대표는 “정부는 장애인들이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사회적 박탈, 빈곤, 필수 지원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헤더 워커스 캐나다 장애인 협의회 의장은 다발성 경화증과 시력 상실로 인해 두 차례 MAID를 제안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장애인들이 생존을 위한 지원보다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더 쉬운 상황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헌법 소원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거주하는 앤드류 애덤스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복부 편두통을 앓아왔으며, 여러 치료를 시도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애덤스는 “MAID 승인을 받은 것이 심리적, 감정적으로 큰 위안을 주었다”며, “내가 더 이상 겪고 있는 고통을 견딜 수 없다면 MAID를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헬렌 롱 캐나다 존엄사협회(Dying with Dignity Canada) 대표는 “현재 MAID가 잘못된 이유로 승인된 사례는 없다”며, “지원이 부족해 MAID를 신청한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에 따르면, MAID를 신청하려면 “참을 수 없는 신체적 또는 심리적 고통이 있으며, 환자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에서 이 고통이 완화될 수 없다는 사실”이 증명되어야 한다.

아담스 씨는 이번 헌법 소원이 성공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지만, 여전히 그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MAID를 선택할 수 있는지는 전적으로 내 의료 상태에 달려 있다”며 “다른 사람들은 이 문제에 개입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태형 기자 (edit@ck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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