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캐나다 의사협회(CMA)가 고용주가 직원의 병가 시 의사 소견서, 혹은 진단서(sick notes)를 요구하는 관행을 중단해야 하며, 각 주 정부가 이를 금지하는 법적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MA는 28일(월) 발표한 공식 입장문에서, 진단서 발급이 과도한 업무로 이미 과부하 상태인 가족 의료 시스템에 불필요한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직원이나 학생의 결근을 관리하는 책임은 의료 시스템이 아닌 고용주나 교육기관에 있다”고 강조했다.
캐나다에서는 500만 명 이상이 가정의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가족 의사들 사이에서 진단서와 같은 문서 작업이 주요 불만 사항 중 하나로 꼽힌다. CMA는 캐나다 전역의 의사들이 진단서 발급과 관련한 업무로 매년 100만 시간 이상을 소모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이 수치는 매니토바주의 의사들이 주당 평균 5~6건의 진단서를 발급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산출된 것이다.
여론 조사 기관 애버커스 데이터(Abacus Data)가 지난 7일(월)부터 10일(목)까지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3%는 지난 1년 동안 진단서를 제출해야 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75%는 진단서 제출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CMA 회장이자 현직 가정의인 캐슬린 로스 박사는 진단서 발급이 의사의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요인이라며, “직원들이 아파서 결근한 후에도 며칠 뒤에 진단서를 요청받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며, 이는 의료 시스템에 불필요한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로스 박사는 “의사가 당시의 병세를 정확히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진단서가 의사들의 역할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CMA는 각 주 정부가 단기 질병에 대해 진단서를 요구하는 고용주 및 학교에 대한 법적 규제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협회는 직원들이 직접 질병을 확인하는 자가 서명 방식이나 보다 유연한 병가 제도를 도입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현재 일부 주는 이미 관련 조치를 시행 중이다. 노바스코샤주는 지난해 5일 이하의 결근이나 연간 두 번의 단기 결근에 대해서는 진단서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제정했으며, 필요 시에는 간호사 등 다른 의료 전문가로부터 증명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퀘벡주도 유사한 법안을 올해 봄 도입했다.
온타리오주 역시 올해 초 고용주가 제공해야 하는 연간 3일의 무급 병가에 대해 진단서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 개정을 제안했다. 캐나다 생명건강보험 협회(CLHIA)도 이를 지지하며, “의사들은 서류 작업이 아닌 환자 진료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로스 박사는 “직장 내 질병 문제는 기본적으로 인사 관리(HR) 문제”라며, “진단서 요구는 인사 문제를 의사들에게 떠넘기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각 주 정부의 진단서 요구 폐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태형 기자 (edit@ck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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