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왼쪽)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한미 관세협상 추가 논의를 마치고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한·미 관세 협상의 조속한 타결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하는 만큼, 이를 계기로 협상 타결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양국의 입장 차이가 여전해서다.
APEC을 앞두고 마지막 협상을 위해 미국을 다녀온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4일 새벽 귀국하며 “핵심 쟁점에 대해서 아직도 양국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김 실장)고 전했다. APEC 때 협상을 타결할 가능성에 대해선 “추가로 대면 협상할 시간은 없고, APEC은 코앞이고, 날은 저물고 있다”며 “갈 길은 먼 상황인데, 협상이라는 것이 막판에 급진전도 하기 때문에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했다.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 김 실장의 이번 발언은 앞서 미국 방문 뒤 귀국 때와는 결이 다르다. 김 실장은 지난 19일 귀국길에선 “대부분의 쟁점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며 “방미 전보다는 APEC 정상회의 계기로 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닷새 만에 달라진 발언의 기류를 고려하면 이번 방미 땐 쟁점에 관한 진전이 별로 없었다고 유추할 수 있다.
남은 핵심 쟁점은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 달러(약 500조원) 중 얼마를 직접 투자할 것이고, 이를 연 단위로 분할하되 연간 얼마씩 투자할 지다. 김 장관은 24일 귀국 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미 협상의 핵심은 직접 투자 규모”라고 밝혔다. 특히 직접 투자액과 관련해 ‘미국은 250억 달러씩 8년간 투자하라고 주장하고, 한국은 150억 달러씩 10년간 투자하겠다고 방어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유사한 논의는 있었다”며 “숫자는 확인해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기에 양국의 수익 배분 구조도 남은 쟁점 중 하나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실은 협상 장기화를 대비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전날 공개된 CNN 인터뷰에서 “(관세 협상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싱가포르 매체 스트레이츠 타임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도 “인위적인 목표 시한을 두고 (협상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 금융 시장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상호 이익을 극대화할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고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는 APEC 정상회의 기간까지 협상을 끝내겠다고 시한을 정한 적이 없다”며 “정부는 협상이 장기화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했다. 협상 타결이 늦어지는 데엔 미국 측의 변화된 온도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여권 핵심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이 협상 초반엔 합의 문서를 빨리 쓰라고 압박하는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미국 입장에선 내년 11월 중간선거까지 협상을 끌고 가도 나쁘진 않다고 보고 있을 수 있다”고 했다.
APEC 정상회의 때 관세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한·미 안보 협상도 발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미국은 관세·안보 협상이 완성될 때 한 번에 발표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미국이 한 번에 (발표를) 해야 한다면 그것을 고려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한·미는 국방비 증액, 원자력 협정 개정 등을 포함한 안보 협상은 거의 마무리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