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7일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다시 과학기술인을 꿈꾸는 대한민국’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국) 정부가 ‘국가과학자’ 제도를 신설하고 2030년까지 매년 20명씩 세계적 수준의 연구 업적을 가진 리더급 과학자·공학자 100명을 지원한다. 해외 우수 연구자도 2000명을 유치한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7일 열린 과학기술 분야 국민보고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같은 내용의 방안을 발표했다. 격화하는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과학기술 인재를 확보하려는 노력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다시 과학기술인을 꿈꾸는 대한민국 국민 보고회’에서 “역사적으로 과학문명에 투자하고 관심을 가진 국가체제는 흥했고 과학기술을 폄훼하거나 무시하는 체제는 망했다”며 “연구·개발 예산 원상복구뿐 아니라 과학기술 분야와 연구·개발에 더 많은 국가 역량을 투여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연구자 여러분에게 실패할 자유와 권리를 주기로 했다”고도 했다. 그는 “연구·개발에 참여하는 분들한테 들은 얘기 중 제일 황당한 게 대한민국은 연구·개발 성공률이 90%가 넘는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쉽게 성공할 거면 뭐하려고 하나. 실패하면 어떻냐. 실패가 쌓여서 성공의 자산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국가과학자 선정 기준을 정하고, 하반기에 ‘대한민국 1호 국가과학자’ 2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지원 규모나 예우 수준도 이 무렵 정해진다.
이 대통령 “연구자 여러분에게 실패할 자유·권리 주겠다”
하정우 대통령실 AI(인공지능) 미래기획수석은 국가과학자 선정과 관련, “중국의 ‘원사’ 제도 등 다양한 글로벌 사례를 참고해서 가장 적합한 형태로 기획하겠다”며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기저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지방에 AI 과학영재학교를 신설해 과학기술원(IST)과 연계, 박사급 인재를 빠르게 육성하는 패스트트랙도 마련하기로 했다. 해외 우수 인재도 2030년까지 2000명을 신규 유치하고, 우수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국내 정착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의 전문직 비자(H-1B) 발급 비용 상향을 노린 정책으로, 유치된 해외 인재에게는 연구 공간이나 정주 여건 등에 대한 지원이 이뤄질 계획이다.
이날 이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에서) 거의 대부분 상상하지 못할 정도 규모로 연구·개발(R&D) 예산액을 늘렸다”며 과학기술에 대한 국가적 지원 확대를 강조했다.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예산안 중 R&D 분야 예산은 올해 대비 19.3% 증액된 35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인상 폭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의 R&D 예산 삭감을 꼬집기도 했다. 그는 “입틀막(입을 틀어막히는 일) 당하고 끌려나간 데가 이 근처 어딘가요”라고 한 뒤 “그분이 혹시 오셨으면 한번 볼까 했는데, 얼마나 억울했겠나. 내가 너무 특정인을 비난하자는 건 아니다”고 말하자 좌중에선 웃음이 터졌다.
지난해 2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학위 수여식을 찾았을 때, 한 졸업생이 R&D 예산 삭감에 항의하며 목소리를 높이다 대통령 경호요원들에 의해 끌려나간 사건을 거론한 것이다.
이날 이 대통령은 보고회 참석에 앞서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KSTAR) 연구시설도 방문했다.
◆이한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에 임명=이 대통령의 ‘정책멘토’로 불리는 이한주 전 국정기획위원장이 7일 경제·인문사회 분야 국책 연구 기관 26곳을 총괄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에 임명됐다.
임기는 2028년 11월까지다. 총리실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분석, 지속 가능한 성장, 복지 등을 연구한 거시 경제학자이자 정책 전문가로,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 민주연구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풍부한 국정 및 정책 경험을 갖췄고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과 40여년 지기인 이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개인적 이유라며 민주연구원장직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