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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윤발은 이런 식당만 간다
전재산 8100억 기부한

토론토중앙일보 2024-10-29 0
미식 천국 홍콩은 불쇼에 가까운 웍질을 길가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목격할 수 있는 도시다. 저녁 시간이면 홍콩식 포장마차 '다이파이동(大牌檔)'에서 시작된 불향이 골목 곳곳으로 퍼져 나와 식욕을 참아내기가 쉽지 않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미식 천국 홍콩은 불쇼에 가까운 웍질을 길가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목격할 수 있는 도시다. 저녁 시간이면 홍콩식 포장마차 '다이파이동(大牌檔)'에서 시작된 불향이 골목 곳곳으로 퍼져 나와 식욕을 참아내기가 쉽지 않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국제) 넷플릭스 ‘흑백요리사’가 시즌2 제작을 확정했다는 소식이다. 당분간 요리 경연 열풍이 계속될 듯하다. 요리 경연의 인기는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한식대첩? 마스터 셰프 코리아? 한국인이 추억하는 첫 번째 요리 서바이벌은 아마도 저우싱츠(张晓祺·주성치) 주연의 1996년 영화 ‘식신’일 거다.

‘식신’이 독설 퍼부은 국수 요리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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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껍데기‧선지‧곱창 등을 올린 체자이민(車仔麵, Cart Noodle). 영화 '식신'에서 요리 달인 저우싱츠(주성치)가 독설을 퍼부었던 그 음식이다. 백종현 기자


저우싱츠가 연기한 영화 속 식신도 막돼먹은 심사로 사람들을 웃고 울게 만든다. 안성재 셰프처럼 ‘채소의 익힘 정도’라든지, 고기가 얼마나 ‘이븐하게’ 익었는지까지 세밀하게 체크하냐고? 한술 더 뜬다.

“면을 찬물로 헹구지 않아 양잿물 맛이 느껴져, 위단(魚蛋·어묵)도 형편없고, 돼지곱창은 잘 안 씻어서 똥이 다 보이잖아!”

영화에서 가장 혹독한 평을 받았던 이 음식, 혹시 기억하시나?. 돼지껍데기‧곱창‧선지‧완자‧무를 다 때려 넣은 이 해괴한 국수의 정체가 체자이민(車仔麵)이다. 영화 찍자고 대충 만들어낸 가상 요리인 줄 알았는데, 친숙한 서민 음식이란 걸 홍콩에 가서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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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자이민은 면과 토핑을 취향껏 선택해 주문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에는 손수레에 면과 육수, 여러 토핑을 싣고 다니며 국수를 파는 노점이 많았으나, 지금은 다 실내로 자리를 옮겼다. 백종현 기자


예전에는 길거리에서 수레를 끌고 다니며 국수를 말았는데, 요즘은 ‘車仔麵’ ‘Cart Noodle’ 같은 간판을 내걸고 실내에서 체자이민을 판다. 홍콩 경제가 급성장한 1980년대 이후 노점 음식 대부분이 위생과 미관의 문제로 거리에서 퇴출됐다 한다. 손님이 면부터 토핑까지 일일이 맞춤 주문해 먹는 것이 체자이민의 특징인데, 토핑을 3개 정도 올린 체자이민이 우리 돈으로 8500원 정도한다. 홍콩에서 ‘식신’의 기억을 되살려 돼지껍데기에 선지에 곱창에 위단(어묵)까지 올린 국수를 맛보는 건 어떨까.

죽과 완탄민, 홍콩인의 소울 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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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반도의 죽집 '팀초이키'의 뎅짜이콘지. 곱게 죽을 쑨 뒤 말린 돼지껍데기와 쇠고기, 오징어와 땅콩 등을 넣어 요리한 음식이다. 홍콩 스타 저우룬파(주윤발)의 최애 메뉴로 유명하다. 백종현 기자


‘영원한 따거’ 저우룬파(周潤發·주윤발)가 사랑한 홍콩 음식은 무엇일까. 구룡반도의 ‘팀초이키(添財記)’라는 서민 식당에서 파는 5000원짜리 죽 요리 ‘뎅짜이쪽(艇仔粥)’이다. 말린 돼지껍데기와 쇠고기‧오징어‧땅콩 등을 넣어 죽을 쑤는데,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저우룬파가 전 재산 약 810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몇 년 전 한국까지 알려진 적이 있는데, 그의 검소한 성격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음식이 아닐까 싶다. 원래도 맛집이었지만, ‘따거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까지 더해져 ‘팀초이키’는 늘 만원이다. 참고로 저우룬파는 주로 아침 조깅이나 등산 후 죽을 포장해 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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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센트럴의 완탄민 전문 '침차이키'. 장국영의 생존 단골집으로 유명한 식당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영원한 오빠’ 장궈룽(張國榮·장국영)은 생전 어떤 음식을 즐겼을까. 홍콩에는 장궈룽의 팬이 매년 기일(4월 1일)과 생일(9월 12일)에 맞춰 성지 순례하듯 찾아가는 명소가 여럿 있는데, 그중 하나가 ‘퀸스카페(Queen’s Cafe)’라는 레스토랑이다. 영화 ‘아비정전’의 촬영지이자, 장궈룽의 실제 단골집으로 잘 알려진 장소다. 토마토소스로 맛을 낸 우설 스튜(약 2만3000원)가 그의 ‘최애’ 메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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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 홍콩 배우 주윤발이 2023년 부산 해운대구 KNN 시어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영화 ‘중경삼림’의 명장면을 만든 센트럴(中環)의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초입에 장궈룽이 사랑했다는 완탄민(완탕면) 전문점 ‘침차이키(沾仔記)가 있다. 완탄민은 팔팔 끓인 육수에 완탄(새우만두)과 에그 누들을 넣어 먹는 국수 요리다. 어느 가게에 가든 1만원이 넘지 않고, 10분 안에 음식이 나오는 효율 높은 서민 음식이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에서 장만위(張曼玉·장만옥)이 홀로 허기를 달래던 음식도 완탄민이었다. 홍콩인에게 소울 푸드를 물으면, 대개 ‘완탄민’이라고 답한다. 완탄민 국물에는 가슴 속 허기를 채워주는 무언가가 있는지 모르겠다.

토론토중앙일보 (news@ck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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