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AI 패권 경쟁의 양상: 중국과 미국의 접근 방식 차이
인공지능(AI)은 21세기 기술 패권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AI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은 글로벌 리더로 군림하고 있으며, 두 나라의 AI 발전 전략과 방향은 서로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강력한 민간 주도의 혁신과 벤처캐피털 중심의 투자를 통해 AI 기술력을 선도하는 반면, 중국은 국가 주도의 정책적 지원과 방대한 데이터 활용을 기반으로 빠르게 AI 산업을 성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같은 목표를 향해 각기 다른 길을 선택한 두 나라의 전략적 차이를 보여준다. 따라서 미국의 AI 관점을 그대로 중국에 적용하는 것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오류를 낳을 수 있다.
기술 혁신 vs 응용 확산: 미국과 중국의 AI 경쟁력 차이
미국의 AI 경쟁력은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한 최첨단 연구개발(R&D)과 기술 혁신에서 비롯된다. 미국의 스탠퍼드대학 “AI 인덱스 보고서 2024”에 따르면, 미국은 AI 연구 논문 수, 머신러닝 모델 개발, AI 스타트업 투자 금액 등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AI 분야의 대표적인 연구 기관과 빅테크 기업(예: 구글,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메타)은 세계 최첨단 AI 기술을 주도하며, 가장 영향력 있는 머신러닝 모델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책임 있는 AI (Responsible AI)”의 지표를 들어 윤리적 기준을 준수하는 시스템 구축으로 대중의 신뢰 확보 및 부작용 방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반면, 중국은 AI의 실용성과 산업 적용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논문 수와 특허 출원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며, 특히 AI 기반 응용 서비스(예: 얼굴 인식, 음성 인식, 스마트 시티, 금융 AI 등)에서 빠른 확산을 보이고 있다. 이는 기술 자체의 혁신보다 실질적인 응용과 산업적 성과를 우선하는 접근 방식 덕분이다. 또한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과 AI 기반 사회 인프라 구축(예: 감시 시스템, 의료 AI, 자동화 공장)이 미국과의 주요한 차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7 년부터 진행된 중국 정부의 개방형 신세대 AI 혁신 플랫폼 National New Generation Artificial Intelligence Open Innovation Platforms” (AIOIPs)
데이터 활용과 규제 차이: 중국 AI의 독자적 발전
AI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데이터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인터넷 사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중국 정부는 AI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완화된 데이터 보호 정책을 유지하면서, 국가 차원의 데이터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개인정보 보호와 AI 윤리를 강조하며, 강력한 규제와 법적 장치를 통해 AI 기술 개발에 제한을 가하고 있다. 각국의 환경과 전략적 선택이 데이터 활용 방식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AI 모델의 발전 속도와 성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중국의 AI 기업들은 얼굴 인식 및 음성 인식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이는 방대한 데이터 활용이 가능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반면, 미국은 AI 기술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법적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AI 윤리적 기준과 국제 표준화를 주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에서 개발한 대규모 인공지능 AI 언어 모델 Qwen. REUTERS
자연어 처리와 AI 칩: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
2000년대 초반, 필자는 중국 칭화대학교 전산언어학 연구실에서 자연어 처리(NLP)를 연구하고 있었다. 당시 중국의 컴퓨터 사양은 한국이나 미국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었지만, 연구실의 열정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기숙사에서 아침 일찍 눈을 뜨면 세수만 하고 바로 연구실로 향했고, 점심과 저녁도 함께 해결하며 밤 늦게까지 연구에 몰두했다.
그 시절, 중국어는 한자로 이루어져 있어 영어보다 자연어 처리에 불리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 학계, 기업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NLP 연구에 집중했다. 대규모 음성 인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문맥 기반 언어 분석 및 자동화 처리 기술을 발전시키며, 중국어 입력법에서도 혁신적인 성과를 보였다. 불리한 환경에서도 해결책을 찾고 기술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결국엔 큰 성과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자체 AI 칩 개발을 통해 연산 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미국이 GPU 기반 AI 연산에 집중할 때, 중국은 NLP에 최적화된 AI 가속 칩을 개발하여 자연어 처리 속도를 높이고 있다. 화웨이의 'Ascend', 알리바바의 'Hanguang 800' 등은 중국이 AI 인프라에서 독립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구글 LLC 건물 입구에 표시된 로고. REUTERS
중국 AI를 보는 미국식 시각의 함정
미국의 AI 관점에서 중국을 평가하는 것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오류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은 AI의 기술적 우위를 중심으로 AI 패권을 바라보지만, 중국의 강점은 연구개발보다는 응용과 시장 확장에 있다. 만약 중국의 AI 발전을 미국식 R&D 성과만으로 판단한다면, 중국의 AI가 미국보다 뒤처진다고 오판할 수 있다. 그러나 AI의 경쟁력은 연구개발 뿐만 아니라 산업과 사회 전반에서의 활용성과 경제적 가치 창출 능력도 포함해야 한다. 또한, 중국의 AI 발전은 서구식 규제 모델이 아닌 중국 특유의 정책적 환경과 산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중국 AI를 단순히 미국의 연장선에서 바라볼 경우, 중국이 어떻게 AI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 AI의 발전 방향과 강점은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향후 AI 패권 경쟁에서 미국과 중국은 각자의 강점을 더욱 강화하며, 그로 인해 글로벌 AI 질서는 갈등과 경쟁이 격화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이다. 이 대격돌은 단순한 기술 전쟁을 넘어 국가 간 힘의 균형을 뒤흔드는 전례 없는 상황으로 펼쳐질 것이다.
토론토중앙일보 (news@cktimes.net)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