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캐나다가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이고 치료가 어려운
뇌종양인 글리오블라스토마(glioblastoma)치료 분야에서 새로운 희망을 제시했다. 토론토 서니브룩(Sunnybrook)의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 연구에서, 집중 초음파와 미세버블을 활용해 일시적으로 혈뇌장벽(BBB)을 열어 항암제가 종양 주변까지 도달하도록 돕는 기술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준 것이다.
이 연구는 세계적 의학 저널인 Lancet Oncology 에 게재되었으며, 총 3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수행됐다. 그중 14명은 토론토 새니브룩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집중 초음파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생존기간이 약 31개월로 기존 치료군(19개월)에 비해 거의 40% 길어졌다. 글리오블라스토마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이 수개월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의미 있는 변화다.
새니브룩 뇌신경외과 전문의 닐 립스만(Nir Lipsman) 박사는 “
이 질환은 새로운 치료가 절박한 분야지만, 이번 연구는 안전성과 효능 면에서 중요한 근거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
‘미세버블 + 초음파’가 BBB를 연다… 10년 연구의 결실
연구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진행되었으며, 환자들은 6개월 동안 월 1회 초음파 치료를 받는다. 치료 당일에는 미세버블 가득한 용액을 주사로 투여하고 초음파가 종양 주변에 집중되면 미세버블이 진동하며 혈뇌장벽(BBB)을 일시적으로 열어 항암제가 통과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항암제는 5일간 경구 복용한다.
마치 “잠긴 문을 잠시 연 뒤 약물이 들어갈 시간을 확보해주는 기술”로 비유할 수 있다.
연구진은 기존의 표준치료(수술·방사선·항암)만 받은 185명의 환자 기록과 비교하여
질병 진행 없이 버틴 기간(Progression-free survival)이 8개월 → 14개월로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서니브룩의 메리 제인 림-팻(Mary Jane Lim-Fat) 박사는 “
5년 이상 생존한 환자가 전체의 5%도 안 되는 이 질환에서, 이번 연구 참여자 중 몇 명은 4~5년째 생존하고 있다”며 치료 가능성 확대에 기대를 드러냈다.
▣
에토비코 환자 엘레나의 이야기… “버블 소리가 들려요”
에토비코의 67세 할머니 엘레나 마르쿠(Elena Marcu)는 2024년 8월 글리오블라스토마 진단 후 다음 단계 연구에 참여한 환자다.
그녀는 매달 시행되는 초음파 치료를 위해 머리를 밀고 항암제를 5일간 복용하고 MRI 장비 안에서 캐나다 연구진이 설계한 차세대 초음파 돔 헬멧을 착용한다.
마르쿠는 치료 중 “헬멧 안에서 작은 버블이 튀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고 표현하며, 통증은 없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종양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마지막 치료 후 지속적으로 경과를 추적할 예정이다.
그녀는
“여행도 다시 가고 손주들과 시간을 더 보내고 싶다”며 희망을 밝혔다
▣
치료뿐 아니라 ‘진단 혁신’ 가능성도 열어
초음파와 미세버블의 조합은 항암제가 종양으로 더 잘 들어가게 돕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연구진은 치료 직후 채취한 혈액에서 종양 관련 생체표지(marker)가 발견되는 현상을 확인했다.이는 “종양 안의 정보를 혈액으로 읽어내는 비침습적 진단 기술”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으로, 립스만 박사는 “
초음파가 치료뿐 아니라 진단 도구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현실화된다면 뇌종양에 대한 ‘혈액 기반 검사’ 시대가 열릴 수 있는 의미 있는 발견이다.
▣
MRI를 벗어난 ‘휴대용 캐나다산 초음파 헬멧’ 등장
현 단계에서 가장 큰 한계는
이 치료가 MRI 장비 안에서만 가능한 고비용·고난도 절차라는 점이다. 하지만 서니브룩 연구팀은 이미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바로 휴대형 캐나다산 초음파 헬멧이다.
연결 장비만 갖추면 MRI 없이도 초음파를 뇌에 전달할 수 있어 ▶비용 감소, ▶환자 접근성 향상, ▶입원 필요성 제거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연구는 빠르면 내년에 시작될 예정이다.
▣
“살아갈 시간 자체가 늘어났다”… 환자단체도 환영
캐나다 뇌종양재단(BTFC)의 CEO 니콜 패럴(Nicole Farrell)은 이번 연구를 “
모든 뇌종양 환자와 가족에게 깊은 의미를 가진 연구”라고 평가했다.
“삶에 몇 개월이 더해진다는 것은 환자와 가족에게 몇 번의 순간, 몇 번의 마일스톤, 더 많은 삶의 시간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또한 그녀는 이번 성과가 캐나다가 뇌종양 연구에서 세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지속적인 연구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토론토중앙일보 (news@koe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