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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서 확산되는 ‘디뱅킹(Debanking)’ 현상
이유도 모른 채 계좌가 닫히는 사람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0
[AI 생성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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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캐나다 주요 은행들이 장기 고객과의 거래를 예고 없이 종료하는 ‘디뱅킹(Debanking)’ 사례가 잇따르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은행이 특정 고객의 계좌를 일방적으로 닫고 거래 관계를 종료하는 조치로, 피해자들은 이유조차 듣지 못한 채 금융 거래에서 배제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RBC(로열뱅크)가 30년 거래 고객의 계좌를 이유 없이 폐쇄한 사건이 보도된 이후, 100명이 넘는 이들이 비슷한 피해를 제보했다. 이들은 신용카드, 예금, 대출, 사업자 계좌 등 다양한 금융상품이 포함된 계좌를 돌연 해지당했으며, 대부분 사유가 명시되지 않았다.

온타리오주 앨리스턴의 토머스 나삽은 RBC로부터 “30일 내에 모든 계좌를 닫고 자금을 인출하라”는 통보서를 받았다. 그는 “수십 년간 아무 문제 없이 거래해 왔는데,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73세의 캐럴 칸 역시 BMO(몬트리올은행)으로부터 단 2주 내 계좌를 정리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녀는 “50년 동안 이용해온 은행인데 사전 고지도 없이 갑작스러웠다”며 “연금 입금 계좌까지 포함돼 매우 모욕적이었다”고 말했다. 은행은 이후 연금 이체 문제로 일시적 연장을 허용했지만, 공식적인 사과나 설명은 없었다.

BMO 측은 개별 사례에 대한 언급을 피하며 “모든 거래는 규제 지침과 은행의 리스크 허용 범위(risk appetite)에 따라 결정된다”고만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가 은행의 수익성 문제나 자금세탁 방지(AML) 정책 강화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토론토대학교 금융학과의 안드레아스 파크 교수는 “은행은 더 이상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거나 고객이 리스크 요인으로 평가되면 거래를 종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외에서 자금이 들어오거나 암호화폐 거래소와 연관된 입출금, 혹은 카지노 이용 등이 ‘위험 신호’로 인식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TD은행이 미국에서 자금세탁 방지 실패로 30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은 이후, 캐나다 은행권 전반이 고객의 거래 패턴을 더욱 엄격하게 감시하고 있다.

문제는 은행이 계좌 해지 사유를 고객에게 공개할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캐나다 금융감독 민원조정기구(OBSI)는 “대부분의 계좌 약관에는 은행이 별다른 이유 없이도 계좌를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고 설명한다. OBSI는 다만 은행이 일반적으로 30일 전 고객에게 통보해야 하며, 타행으로 자금을 옮길 수 있도록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OBSI 관계자 마크 라이트는 “은행이 규정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통보했는지를 확인하며, 통보가 불충분할 경우 수수료 환불이나 보상 권고를 내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2019년 이후 OBSI에 접수된 ‘디뱅킹’ 관련 공식 민원은 총 419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60%는 예금 및 당좌계좌, 27%는 신용카드 관련 사례였다. 2024년 한 해에만 94건이 접수돼 전체 금융 민원의 약 3.7%를 차지했으며, 2023년의 108건(4.5%)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파크 교수는 “은행은 사회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기관으로, 단순히 법적 의무를 넘어 고객에게 사유를 설명할 도덕적 책임이 있다”며 “금융 접근이 제한되면 개인의 생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디뱅킹’은 범죄와 무관한 일반 고객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제도적 문제로, 금융당국의 관리 강화와 더불어 은행의 투명성·책임성 제고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cktimes.net)

※한인사회 및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사건·사고, 불합리한 관행,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제보와 취재 요청은 news@koreadailytoronto.com 으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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