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토론토 내 저소득층과 유색인종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나무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토론토 시와 비영리단체 ’리프(LEAF, Local Enhancement and Appreciation of Forests)’, 미국의 아메리칸 포레스트(American Forests)는 ‘Tree Equity Score Analyzer’ (이하 TESA)를 개발해 나무 덮개 및 인구통계, 사회경제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나무 분포의 불균형을 측정했다.
올해 초 공개된 이 도구는 토론토 내 주민들이 나무로부터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을 고르게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자넷 맥케이 리프 대표는 "모든 주민이 인종과 소득에 상관없이 공평하게 나무의 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강조하며, 나무 평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나무 평등은 인종,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지역에서 나무가 고르게 분포되어, 도시 숲의 환경적, 건강적, 경제적 혜택을 모든 주민이 공평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무는 도시 인프라로서 공공 건강과 복지에 필수적인 요소다.
TESA는 오픈소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역별 나무 덮개, 건물 밀도, 표면 온도, 건강 지표, 소득, 실업률, 인종, 언어, 연령 등의 정보를 결합해 점수화한다. 점수는 0에서 100 사이로 표시되며, 점수가 낮을수록 나무에 대한 투자가 더 필요함을 나타낸다.
TESA 분석 결과, 토론토 내 산업 지역 인근에 위치한 저소득층 거주 지역은 나무 평등 점수가 낮게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대체로 흑인, 원주민, 유색인종(BIPOC)이 많이 거주하는 반면, 나무 덮개가 적었다. 반면, 주로 백인이 거주하는 지역은 더 많은 나무가 심어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TESA 도구를 통해 이 같은 불평등을 지역 단위는 물론, 거리 단위, 심지어 대지 단위로도 상세히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불균형의 원인으로는 과거의 레드라이닝(redlining)과 같은 차별적 정책이 작용했음을 지적할 수 있다. 레드라이닝은 특정 지역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금융기관이 신용을 거부하거나 대출을 제한하는 관행으로, 해당 지역은 서비스 부족과 투자 결여를 경험하게 되었고, 이는 현재의 물리적,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초래했다.
또한, 과거의 도시 개발 과정에서 녹지 인프라보다는 건축과 같은 회색 인프라가 우선시된 점도 문제다.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지역은 대체로 좁은 대지를 보유하고 있어 나무를 심을 공간이 부족하며, 임대 주택 거주자들은 나무를 심기 위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부유한 지역은 더 넓은 대지를 소유하고 있어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여지가 크다.
나무는 단순히 경관의 미적 가치를 넘어서 도시 주민들에게 중요한 환경적, 건강적, 경제적 혜택을 제공한다.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해 나무의 냉각 효과와 그늘은 점점 더 중요한 요소로 대두되고 있다. 나무는 대기 오염을 줄이고, 폭염 시 도시의 온도를 낮추며, 정신적 및 신체적 건강을 개선하는 데 기여한다. 따라서 모든 주민이 이 같은 혜택을 공평하게 누릴 수 있도록 나무 평등을 이루는 것이 필수적이다.
토론토 시와 LEAF 같은 단체들은 나무 평등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커뮤니티와 협력하여 주민들이 나무의 혜택을 공평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를 위해 먼저 역사적 차별 정책과 현재까지 남아 있는 불평등의 원인을 이해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TESA 도구는 도시 내 나무 분포의 불평등을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도시 계획 및 의사 결정 과정에서 나무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지역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도구는 나무 분포 불균형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중요한 정보 제공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캐나다와 미국의 대부분 대도시는 나무 평등 문제를 겪고 있으며, 토론토도 예외는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대도시일수록 고소득층 지역에 나무가 많이 분포하는 경향이 있으며, 토론토 역시 이러한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다른 대도시들과 유사한 상황이다.
김태형 기자 (edit@ck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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