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파리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낸 대한민국 선수단이 귀국길에 제대로 된 축하를 받지 못한 채 해산했다. 미리 준비한 해단식을 대한체육회가 일방적으로 취소했기 때문이다.
파리올림픽 일정을 마친 우리 선수단 본진 50여 명은 지난 13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당초 금메달 5~6개, 종합 15위권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 등으로 목표를 초과 달성한 직후라 공항 입국장에는 수백 명의 팬들과 취재진, 각 종목 단체 관계자들이 모여들어 뜨거운 분위기를 이뤘다.
당초 선수단은 입국 직후 입국장 인근(인천공항 내 그레이트홀)에서 해단식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과 장미란 문체부 제2차관도 일찌감치 공항을 찾아 선수단을 기다렸다. 먼저 귀국한 김우진(양궁), 허미미(유도), 구본길(펜싱) 등도 해단식에 참석할 동료들을 격려하기 위해 공항을 찾았다.
대형 태극기를 함께 든 박태준(태권도)-임애지(복싱)를 선두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우리 선수단이 입국장에 들어서자 뜨거운 환호와 박수, 취재진의 플래쉬 세례가 더해지며 현장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유인촌 장관은 이기흥 회장을 비롯한 선수단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격려했다.
그런데 이후 진행 상황은 당초 예정과 크게 달랐다. 해단식에서 소감을 밝힐 예정이던 이기흥 회장이 취재진 앞에 서더니 미리 준비한 소감문을 낭독했다. 선수단 꽃다발 증정과 선수단의 태극기 반납 등 해단식 식순에 포함돼 있던 절차들도 입국장에서 줄줄이 진행됐다. 그리곤 선수단은 곧장 해산했다. 이후 박혜정(역도), 박태준(태권도), 성승민(근대5종) 등 메달리스트 몇몇이 취재진을 대상으로 개별 인터뷰를 진행했다. 해단식 행사를 기다리던 종목 단체 관계자들과 팬들은 허탈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체육회 관계자는 뒤늦게 “선수들이 장거리 여행으로 인해 피로감을 느껴 부득이하게 해단식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선수 보호 차원에서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선수단 귀국행 비행기가 당초 예정보다 30여 분 가량 연착돼 미리 잡아놓은 일정이 다소 지연된 건 맞다. 하지만 방송사 실황 중계까지 포함해 해단식 준비를 일찌감치 마친 데다 선수 가족은 물론, 미리 귀국한 여러 선수들까지 해단식을 기다리던 상황이어서 현장의 반발이 컸다. 일언반구 없이 행사를 취소한 것에 대해 “파리올림픽을 뜨겁게 달군 우리 선수들이 국민들 앞에서 박수 받을 기회를 빼앗은 부적절한 결정”이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와 관련해 체육계 관계자는 “체육회는 선수들을 줄줄이 세워둔 채로 체육회장 소감 발표를 포함해 해단식에 잡혀 있던 일정을 대부분 입국장에서 약식으로 소화했다. 미리 잡힌 식순에서 빠진 건 사실상 유인촌 문체부 장관의 소감 발표 뿐”이라면서 “파리올림픽 기간 중 잠시나마 잦아들었던 체육회와 문체부의 신경전이 귀국 직후부터 재개된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토론토중앙일보 (news@ck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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