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캐나다 국세청(CRA)이 수년간 조직적인 세금 사기에 속아 수억 달러 규모의
허위 세금 환급금을 지급해 온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되면서, 연방 정부와 세무 당국의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토론토를 포함한 온타리오 지역에서도 유사한 수법이 광범위하게 활용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일반 납세자들의 불안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안은 CBC 탐사보도 프로그램 ‘더 파이브 에스테이트’의 장기 조사 이후, 2025년 연방 예산안에 관련 제도 개선안이 포함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캐러셀 사기”란 무엇인가… CRA는 어떻게 속았나
문제의 핵심은 이른바 ‘캐러셀(Carousel) 사기’로 불리는 세금 사기 방식이다. 이 수법은 여러 개의 유령회사 또는 명목상 기업들이 서로 물건을 사고파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실제로는 납부하지도 않은 GST/HST(연방·주 판매세)에 대해 환급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사기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회사가 “세금을 냈다”며 환급을 요구하면, CRA는 이를 정상 거래로 판단해 세금을 돌려준다. 그러나 실제로는 세금이 처음부터 한 푼도 납부되지 않은 구조이며, 환급금이 지급되는 순간 관련 회사와 자금은 해외로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CRA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사기는 국제 범죄 조직이 개입된 고도로 조직화된 범죄로, 캐나다의 세금 제도가 가진 구조적 허점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수치는 ‘빙산의 일각’…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수 있다
CRA는 공식적으로 2017~18년부터 2022~23년 사이 캐러셀 사기와 관련해 11억 달러 이상이 ‘적발되거나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정작 얼마가 실제로 환급돼 회수되지 못했는지는 체계적으로 집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특히 통신(텔레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만 2020~21년부터 2023~24년 사이 약 6억 달러 규모의 사기 거래가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 소식통은 “실제 손실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은 이미 수년 전부터 내부적으로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뒤늦은 대응… ‘역과세 제도’ 도입은 충분한가
연방 정부는 2025년 예산안을 통해 ‘역과세 제도(Reverse Charge Mechanism)’ 도입을 예고했다. 이는 특정 산업에서 판매자가 아닌 구매자가 세금을 직접 신고·납부하도록 구조를 바꾸는 방식으로, 유럽에서는 이미 캐러셀 사기 차단을 위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제도가 적용되면, 사기범들이 환급금을 받아 챙길 구조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이번 예산안에서는 우선 통신 산업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될 예정이어서, 전문가들은 “이미 사기꾼들이 빠져나간 뒤에 문을 닫는 격”이라고 지적한다.
영국에서 캐러셀 사기 대응 정책을 자문해온 전문가 마이크 치탐은 “이 문제는 처음부터 충분히 막을 수 있었고, 캐나다 세무 당국에는 납세자의 돈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왜 이 문제가 토론토·온타리오 주민에게 중요한가
이 사안은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라, 정직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개인·자영업자·중소기업에 대한 신뢰 훼손, 재정 손실로 인한 복지·인프라·의료 예산 압박뿐만 아니라 '국제 범죄 조직의 캐나다 금융·조세 시스템 악용'이라는 점에서 모든 납세자에게 직결된 문제다. 특히 경제 활동이 집중된 온타리오와 토론토는 이러한 사기의 주요 무대가 되어 왔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의 실효성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단일 산업에 그치지 않고, 사기 위험이 높은 여러 업종으로 제도를 확대하고 형사 처벌까지 병행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토론토중앙일보 (news@koe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