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겨울밤 캐나다 BC주 메트로 밴쿠버 하늘에 기이한 보라색 광륜이 나타나 시민들의 경탄과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23일 현지 언론과 소셜 미디어에 따르면, 델타(Delta)와 써리(Surrey) 지역 주민들은 구름 낀 밤하늘이 마치 ‘거대한 솜사탕’처럼 자주색으로 빛나는 이색적인 풍경을 목격했다. 이 신비로운 현상은 우주선 착륙이나 성탄절 장식이 아닌, 지역 농가에서 도입한 첨단 LED 재배 조명이 구름에 반사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식물 성장의 마법 ‘풀 스펙트럼 LED’가 만든 야경
밤하늘을 물들인 마젠타색 빛의 진원지는 바운더리 베이(Boundary Bay) 인근의 대형 온실 단지이다. 캐나다 농림부에 따르면, 최근 현대화된 온실들은 식물의 광합성과 영양분 생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빨간색과 파란색 빛을 조합한 특수 LED 조명을 사용한다.
특히 델타에 위치한 ‘윈드셋 팜스(Windset Farms)’는 북미 서부 최대 규모의 LED 온실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여기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빛이 낮은 구름층에 부딪혀 산란하면서 지상에서 볼 때 보라색 안개가 낀 것 같은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농가 측은 "이 조명이 식물의 수확량을 늘릴 뿐만 아니라 영양 품질까지 획기적으로 개선한다"고 설명했다.
‘빛 공해’ 논란과 ‘식량 안보’ 사이의 딜레마
환상적인 야경이라는 찬사 한편에서는 '빛 공해'에 대한 우려와 민원도 제기되고 있다. 델타-사우스 지역구의 이안 페이튼(Ian Paton) 의원은 "주민들로부터 밤마다 잠을 설칠 정도로 빛이 강하다는 불만이 접수되고 있다"며, 온실 상단에 빛 차단막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지 하비(George Harvie) 델타 시장은 "일부 불편을 느끼는 주민들이 있겠지만, 이 시설들은 엄연히 합법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비 시장은 특히 팬데믹과 최근의 무역 갈등을 겪으며 '로컬 식량 생산'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음을 강조하며, 연중 신선한 채소를 공급하기 위한 농가의 노력을 지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차단막’ 도입 확산
빛 공해 이슈가 커지자 일부 농가들은 자발적인 해결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윈드셋 팜스는 최근 시설 확충 과정에서 밤이 되면 자동으로 닫히는 ‘빛 차단 스크린’을 설치하여 외부로 유출되는 빛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차단막 설치가 아직 법적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지역 공동체와의 상생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보라색 밤하늘은 첨단 기술이 가져온 새로운 풍경인 동시에, 도시 거주자들과 생산 농가가 기술의 부작용을 어떻게 조율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토론토중앙일보 (news@koe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