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과거 공원 내 무단 설치된 소형 주택(Tiny Homes)을 강제 철거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여온 토론토시가 전향적인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시 정부는 노숙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시가 공식 승인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소형 주택 공동체’ 시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가 건설비와 운영비는 부담하되, 사업 운영자가 직접 토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과거의 ‘철거’에서 ‘공식 지원’으로... 토론토의 극적인 정책 전환
지난 몇 년간 토론토시는 공원이나 노상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소형 주택들을 도시 미관과 안전을 이유로 엄격히 단속해왔다. 그러나 최근 시 정부는 비영리 단체를 대상으로 토론토 시내에 소형 주택 공동체를 구축할 운영 파트너를 모집한다는 공고(EOI)를 발표하며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
이번 계획에 따르면, 토론토시는 2년간의 시범 운영 기간 동안 소형 주택의 건설 비용뿐만 아니라 거주자를 위한 상담, 사례 관리, 청소 서비스 등 운영 전반에 필요한 인건비와 관리비를 전액 지원할 방침이다. 이는 기존의 대형 쉼터(Shelter) 생활에 거부감을 느끼는 노숙인들에게 더 안전하고 독립적인 주거 옵션을 제공하여 공원 내 텐트 야영을 실질적으로 줄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성패 가를 핵심 조건: "운영자가 직접 땅을 가져와야 한다"
이번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이자 난관은 바로 ‘토지 확보’ 책임이 민간 비영리 단체에 있다는 점이다. 시는 운영자가 직접 소유하고 있거나 장기 임대한 토지여야 하며, 해당 부지가 토론토시의 용도 지역 및 조례를 완벽히 준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소형 주택 개발 업체인 ‘투 스텝 홈즈(Two Step Homes)’의 로버트 레이너 이사는 "시가 소형 주택을 실현 가능한 주거 모델로 받아들인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면서도, "비영리 단체가 적절한 부지를 직접 찾아내는 것은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도전 과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토론토시는 올해 초 자체적으로 44곳의 시유지를 검토했으나, 소형 주택 단지를 조성하기에 적합한 장소를 단 한 곳도 찾지 못한 바 있다.
소형 주택 공동체의 모습: 50가구 규모의 ‘이동형 마을’ 구상
전문가들은 이번 시범 사업의 적정 규모를 약 50가구 정도로 보고 있다. 개별 유닛에는 침대, 수납공간, 전기 설비(냉난방 포함)가 갖춰져야 하며, 공동 공간에는 화장실, 샤워실, 세탁 시설, 식당 등이 마련될 예정이다. 또한 반려동물을 위한 공간과 24시간 상주하는 현장 직원의 배치도 필수 조건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들 주택의 ‘이동성’이다. 레이너 이사는 워털루 지역의 성공 사례를 언급하며, 소형 주택 단지가 단 24시간 만에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건설이 시작되기 전까지 몇 년간 방치되는 민간 개발 예정지(Pre-development site)를 임시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2년이라는 짧은 시범 운영 기간 역시 인근 주민들이나 토지 소유주의 심리적 거부감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철거된 ‘이기(Iggy)’의 집이 남긴 교훈... 실행력이 관건
불과 몇 년 전, 토론토시는 추위를 피해 소형 주택에 거주하던 이들의 보금자리를 강제로 치워버리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제 시는 그 실패를 거울삼아 ‘공식적인 대안’을 제시하려 한다. 현재 토론토에는 매일 밤 약 15,000명의 노숙인이 거리를 전전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한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치지 않으려면, 시는 민간 운영자에게 토지 확보 책임을 떠넘기기보다는 유휴 TTC 주차장이나 저활용 시유지 활용을 위한 규제 완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토론토중앙일보 (news@koe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