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겨울철 캐나다에서 가장 위험한 도로 10곳 중 절반 이상이 온타리오주에 집중되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특히 대다수 운전자가 최악의 도로로 꼽는 401 고속도로를 제치고 예상치 못한 지방 도로와 북부 구간들이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겨울철 안전 운전에 대한 주의를 요구한다.
플릿 관리 및 안전 솔루션 기업 샘사라(Samsara)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수집한 인공지능(AI) 센서와 카메라 데이터를 정밀 분석한 결과, 기상 조건과 지형적 특성이 사고 발생의 결정적 원인임이 드러났다.
치담-켄트의 이리우 로드: 전국 2위보다 6배 높은 압도적 사고율의 배경
이번 조사에서 캐나다 전국 1위를 차지한 가장 위험한 구간은 치담-켄트 지역 이리 호수 인근의 이리우 로드(Erieau Road)다. 샘사라의 데이터 분석 책임자 켈리 소더런드에 따르면 이 도로의 사고율은 목록 내 2위 지점보다 무려 6배나 높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 원인은 지형적 특성에 따른 '호수 효과'에 있다. 호수에서 불어오는 습한 강풍이 좁은 왕복 2차선 도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갑작스러운 눈보라와 시야 상실을 유발한다. 특히 급격한 기온 하락 시 발생하는 블랙아이스와 화이트아웃 현상이 맞물리며 운전자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구간으로 군림하고 있다.
온타리오 북부의 고립된 고속도로와 야생동물 충돌의 공포
이리우 로드 외에도 온타리오 북부의 주요 간선 도로들이 위험 목록 상단을 점유하고 있다. 17번 고속도로(케노라-드라이든 구간)와 11번 고속도로(허스트-카푸스카싱 구간)가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은 인적이 드물고 구조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원격지라는 특성이 있다. 결빙된 노면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출현하는 야생동물과의 충돌은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일쑤다. 데이터는 이들 구간에서의 급제동과 사고 발생 클러스터가 겨울철에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주며, 단순한 운전 미숙을 넘어 환경적 위험 요소가 지배적임을 시사한다.
도심의 병목 지점: 401 고속도로와 QEW의 혼잡이 부르는 참사
전통적인 위험 구간인 401 고속도로와 QEW 역시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401 고속도로의 미시사가 교차 지점(401, 403, 410 합류 구간)과 피어슨 공항에서 스카보로에 이르는 컬렉터-익스프레스 전환 구간이 핫스팟으로 꼽혔다. 이곳은 대형 상용 트럭과 일반 승용차가 복잡하게 뒤섞이는 '혼잡의 합류'가 발생하는 장소다. 대형 차량의 사각지대와 승용차의 잦은 차선 변경이 결빙된 도로 위에서 충돌의 레시피가 된다. 벌링턴 스카이웨이 구간의 QEW 또한 높은 교량 위 강풍과 결빙으로 인해 도심형 겨울 사고의 전형을 보여준다.
겨울철 사고 핫스팟을 결정짓는 3대 핵심 요인
샘사라의 연구진은 위험 도로들이 공통적으로 세 가지 범주 중 하나에 속한다고 분석한다. ▶첫째는 이리우 로드와 같은 수역 인근의 기상 취약성이다. ▶둘째는 야생동물이 빈번히 출몰하는 원격 지역의 고립성이며, ▶셋째는 물류 트럭과 개인 차량이 밀집하는 도심 간선 도로의 혼잡성이다. 특히 전체 사고의 3분의 1 이상이 겨울철에 집중되는 가운데, 성탄절이나 새해 당일보다 연휴 전후의 '이동 전환일'에 사고가 급증한다는 통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많은 차량이 한꺼번에 도로로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악천후가 겹칠 때 위험은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된다.
통계가 제시하는 겨울철 생존 운전 수칙
조사 결과는 시스템의 안전만큼이나 개인의 주의가 결정적임을 강조한다. 우선 속도 조절과 가시거리 확보가 최우선이다. 호수 근처나 북부 도로 주행 시에는 기상 예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평소보다 30% 이상 감속해야 한다. 또한 방해 요소의 완전 차단이 필요하다. CAA의 나디아 마토스 대변인은 운전 중 모든 주의를 도로에만 집중하고 돌발 상황에 대비할 것을 권고한다. 마지막으로 대형 차량과의 안전거리 확보다. 401 고속도로와 같은 혼잡 구간에서는 트럭의 사각지대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제동 거리를 평소의 두 배 이상으로 유지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데이터가 주는 경고... 익숙함이 가장 큰 적이다
매일 이용하는 401 고속도로의 정체는 익숙하지만, 그 뒤에 숨은 데이터는 우리가 평소 무시했던 지방 도로의 치명성을 고발한다. 이번 리포트가 보여주는 실체는 명확하다. 도로의 등급이나 규모보다 기상 환경과 지리적 조건이 운전자의 생명을 더 직접적으로 위협한다는 사실이다.
2026년으로 넘어가는 이번 연휴, 데이터가 지목한 위험 구간을 통과하는 시민들은 '나만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함을 버려야 한다. 통계가 입증한 위험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철저한 대비만이 안전한 귀갓길을 보장할 수 있다.
토론토중앙일보 (news@koe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