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캐나다의 프리미엄 요가복 브랜드 룰루레몬이 창립자 칩 윌슨의 파상공세에 직면하며 극심한 경영권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캘빈 맥도널드 최고경영자가 사임을 발표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칩 윌슨이 이사회 전면 개편을 요구하는 대리전을 공식 선언했기 때문이다.
현지시간 29일 월요일, 룰루레몬의 최대 개인 주주인 칩 윌슨은 성명을 통해 3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지명하며 현 이사회에 정면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최근의 CEO 사퇴 사태를 이사회의 감시 기능이 완전히 실패한 세 번째 사례로 규정하며, 현 이사회는 제품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해 다음 리더를 선임할 능력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칩 윌슨이 지명한 제품 전문가 3인은 누구?,
칩 윌슨은 단순히 비판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그가 지명한 이사 후보들은 각 분야의 베테랑들로 구성됐다. 룰루레몬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스위스 운동화 브랜드 온의 전 공동 CEO 마크 마우러,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의 전 최고마케팅책임자 로라 젠틸레, 글로벌 게임사 액티비전의 전 CEO 에릭 허쉬버그가 그 주인공이다. 윌슨은 이들이 룰루레몬에 부족한 비전 있는 창의적 리더십을 주입해 브랜드를 재정의할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반토막 난 주가와 바바리안의 습격,
룰루레몬의 이번 위기는 예고된 것이었다. 2025년 한 해 동안 룰루레몬의 주가는 약 45% 폭락하며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젊은 층과 고소득층 소비자들은 더 이상 룰루레몬에 열광하지 않고, 대신 알로 요가나 뷰오리 같은 신흥 강자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여기에 행동주의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가세하며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약 10억 달러 규모의 지분을 확보한 엘리엇은 랄프 로렌 출신의 제인 닐슨을 차기 CEO로 밀어붙이고 있다. 칩 윌슨 역시 닐슨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는 누가 오든 현재의 무능한 이사회가 뽑은 CEO라면 주주들이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사회 개편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숫자가 아닌 제품으로 돌아가라,
1998년 룰루레몬을 세운 칩 윌슨은 2013년 비침 현상 리콜 사태 당시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줄곧 이사회와 대립해 왔다. 그는 회사가 수익성에만 매몰되어 브랜드의 정체성인 기술적 혁신과 프리미엄 품질을 소홀히 했다고 주장한다. 최근 출시된 브리즈쓰루 레깅스가 디자인 결함으로 조기 단종된 사건은 그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현재 룰루레몬은 메건 프랭크와 안드레 마에스트리니 공동 임시 CEO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창업자와 거대 헤지펀드가 각기 다른 쇄신안을 들고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2026년 상반기 예정된 주주총회는 룰루레몬의 미래를 결정짓는 거대한 전쟁터가 될 전망이다.
토론토중앙일보 (news@koe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