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토론토 부동산 시장이 1990년대 주택 시장 붕괴 당시와 유사한 하락 국면에 진입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경제적 불확실성과 고용 불안, 그리고 공급 과잉이 맞물리면서 2026년 말까지 집값이 추가 하락해 지난 6년간의 가격 상승분이 모두 사라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로열 르페이지·리맥스 일제히 하락 전망… ‘심리적 저지선’ 붕괴 위기
캐나다의 대표적인 부동산 중개업체인 로열 르페이지(Royal LePage)와 리맥스(Re/Max)는 2026년 말까지 토론토 지역의 집값이 각각 4.5%와 3.5% 추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상 매수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낙관적 전망을 내놓는 중개업체들이 이처럼 이례적인 하락 예보를 낸 것은 현재 시장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하락 폭이 8%를 넘어설 경우 토론토 평균 집값이 팬데믹 이전 수준인 93만 달러 선까지 후퇴할 수 있으며, 이는 고점 대비 30% 이상 폭락하는 ‘주택 시장 붕괴’의 임계점에 해당한다고 경고한다.
고용 불안이 짓누른 매수 심리… 금리 인하 효과도 ‘미미’
부동산 시장을 압박하는 가장 큰 요인은 급격히 위축된 소비자 신뢰지수다. 미국의 관세 위협과 제조업 및 자동차 산업의 감원 바람, 그리고 AI 기술 확산에 따른 일자리 상실 공포가 잠재적 매수자들의 발을 묶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는 무역 전쟁에 따른 고용 불안이 내년까지 시장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분석했다. 비록 캐나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2.25%까지 낮췄으나, 변동금리는 하락세가 멈추고 고정금리는 오히려 반등할 기미를 보이면서 구매력 회복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콘도 시장 공급 과잉 ‘최악’… 매수자 우위 시장 2026년 말까지 지속
특히 콘도 시장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 당시 투자 열풍으로 쏟아졌던 원룸과 스튜디오 타입의 신규 물량이 시장에 대거 풀리면서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로열 르페이지는 토론토 지역 콘도 가격이 6.5%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고금리를 견디지 못한 투자자들의 급매물과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서 ‘매수자 우위’ 시장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인 올해 초가 매도자들에게는 마지막 탈출 기회가 될 수 있으며, 매수자들에게는 낮은 경쟁 속에서 선택의 폭이 넓은 시기가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이번 토론토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단순한 가격 조정을 넘어 경제 구조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2022년의 정점이 ‘인위적인 거품’이었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주목할 점은 금리 인하라는 전통적인 처방이 고용 불안이라는 강력한 항체에 가로막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1980년대 후반의 주택 시장 침체가 회복까지 12년이 걸렸다는 과거의 교훈을 상기할 때, 현재의 하락세가 단기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지금은 공격적인 투자보다 시장이 바닥을 확인하고 경제 지표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긴 호흡으로 관망하는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e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