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마크 카니 정부가 미국 중심의 무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경제 다변화 정책의 일환으로 중동 국가들과의 하늘길을 대폭 개방했다. 이에 따라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에미레이트 항공(Emirates)과 사우디아 항공(Saudia)의 캐나다 취항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그동안 독과점 논란과 서비스 질 저하로 비판받아온 에어캐나다와 웨스트젯 등 국내 항공사들에 강력한 혁신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외교적 갈등 끝내고 경제 실리 택한 오타와… 운항 횟수 최대 3배 증편
연방 정부는 과거 외교적 마찰로 제한되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행 항공편 제한을 대폭 완화했다. 사우디아라비아행 여객기는 주당 4회에서 14회로, UAE행은 21회에서 35회로 늘어난다. 이는 지난 11월 카니 총리가 UAE를 방문해 7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약속을 받아낸 뒤 나온 후속 조치다. 스티븐 매키넌 교통부 장관은 "이번 협정은 수출 시장을 확대하고 전 세계와 더 긴밀한 비즈니스 유대를 구축하려는 정부 의지의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하늘 위의 호텔' 중동 항공사 상륙… 캐나다 항공사 서비스 개선 압박
맥길 대학교의 항공 관리 전문가 존 그라덱 교수는 중동 항공사들을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사는 대상"이라고 평가하며, 이들의 공세가 국내 항공사들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에미레이트 항공 등이 제공하는 일등석 샤워 시설, 캐비아 기내식, 최첨단 수면 포드와 같은 화려한 서비스는 이미 소셜 미디어를 통해 캐나다 소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라덱 교수는 "에어캐나다와 웨스트젯은 중동 항공사들과 정면 승부를 벌이기 위해 기단 교체, 기내 편의시설 개선, 고객 서비스 혁신 등 게임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야(up their game)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승 수요 잠식 우려 vs 전략적 제휴로 돌파구 마련
일각에서는 이번 개방이 캐나다 항공사들에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동 항공사들이 거대 허브 공항인 두바이나 리야드를 거점으로 캐나다 승객들을 흡수해 인도 대륙이나 동남아시아로 실어 나를 경우, 국내 항공사들의 장거리 노선 점유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에어캐나다 측은 이미 세계 최고의 항공사들과 경쟁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에어캐나다는 지난 11월 에미레이트 항공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2032년까지 연장하며 공동 운항 및 마일리지 공유를 통해 중동발 네트워크 확장에 나서는 등 수성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캐나다 항공 시장에 건강한 '메기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캐나다 이용객들은 높은 운임에도 불구하고 낙후된 기내 시설과 불친절한 서비스에 시달려 왔다. 중동 항공사들이 선사하는 '골드 스탠더드'급 서비스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면,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다.
에어캐나다가 "이미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과연 화려한 기내 서비스와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앞세운 중동 항공사들로부터 승객들의 마음을 지켜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번 개방이 캐나다 항공 산업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져, 최종적으로 그 혜택이 승객들에게 돌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e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