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달러 규모 EV 투자 열풍 속 GM 카미 공장 무기한 중단 ‘명암’ 세인트토마스의 부활과 나비스타의 비극… 공급망 대전환기, 지역 경제의 생존 전략은?
(토론토)
캐나다 자동차 산업의 심장부인 온타리오 남서부 ‘오토 벨트’가 거대한 전환점 위에 서 있다. 윈저에서 구엘프에 이르는 이 구간은 수십억 달러의 전기차(EV) 투자로 인한 설렘과 급작스러운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불안감이 공존하는 현장이다. 특히 잉거솔 GM 카미(Cami) 공장의 생산 중단으로 1,100명의 노동자가 갈 곳을 잃은 가운데, 과거의 성공과 실패 사례가 오늘날의 불확실성을 헤쳐 나갈 이성적인 이정표로 주목받고 있다.
세인트토마스의 부활과 토요타의 낙수효과
한때 공장 폐쇄로 신음했던 세인트토마스는 이제 100억 달러 이상의 투자가 집중되는 ‘EV 허브’로 환골탈태 중이다. 폭스바겐의 자회사 파워코(PowerCo)가 2027년 가동을 목표로 배터리 기가팩토리를 건설 중이며, 노르웨이 기업 비아노드(Vianode) 역시 32억 달러를 투입해 북미 최대 규모의 인조 흑연 공장을 짓는다. 이는 2008년 우드스탁에 들어선 토요타 공장이 가져온 경제적 파급효과를 재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토요타는 지역 내 직접 고용 8,500명 외에도 수많은 협력업체와 호텔, 식당 등 서비스업 전반에 막대한 활력을 불어넣었다. 세인트토마스 역시 단순한 공장 유치를 넘어 도시 인프라와 지역 경제 전체가 함께 성장하는 ‘지속 가능한 팽창’을 준비해야 한다.
잊을 수 없는 폐쇄의 기억, 밴드에이드를 천천히 떼는 고통
현재의 장밋빛 전망 이면에는 15년 전의 아픈 기억이 서려 있다. 2009년 대형 트럭 제조사 스털링(Sterling)이 문을 닫으며 1,300명이 실직했고, 2년 뒤인 2011년에는 44년간 지역 경제를 지탱하던 포드(Ford) 공장이 폐쇄되며 1,5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당시 지역 의원이었던 조 프레스턴 현 세인트토마스 시장은 이를 “밴드에이드를 천천히 떼어내는 것 같은 고통”으로 회상한다. 공장 폐쇄는 단순한 실직을 넘어 런던과 우드스탁 등 인근 도시 전체의 가계 경제를 위협했다. 다행히 마그나(Magna)와 같은 부품사들이 버팀목 역할을 해주었지만, 특정 대기업에 의존하는 구조가 얼마나 위태로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로 남았다.
나비스타의 비극이 남긴 교훈, ‘다변화’가 생존이다
가장 참혹했던 사례는 채텀(Chatham)의 나비스타(Navistar) 트럭 공장 폐쇄다.
2011년 생산 시설을 미국과 멕시코로 이전하며 1,000명의 노동자가 거리에 나앉았고, 이는 채텀-켄트 지역의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로 직결되었다. 이 비극을 통해 지역 사회가 얻은 핵심 교훈은 ‘산업 다변화’다. 채텀의 경제 개발 관계자들은 “1,000명을 고용하는 한 기업보다 100명을 고용하는 10개 기업을 갖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고 강조한다. 한 곳이 무너져도 나머지 900명이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이성적인 방어 기제라는 것이다. EV 수요 둔화와 무역 전쟁의 파고 속에서 앨버타와 온타리오의 오토 벨트가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EV 환상에 가려진 노동자의 현실, 이성적 완충지대 필요
정부와 기업은 수십억 달러의 투자 수치를 앞세워 EV 시대를 홍보하지만, 정작 현장의 노동자들은 GM 카미 공장의 사례처럼 ‘기술 전환기’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수요가 예상보다 저조하고 대미 무역 장벽이 높아지는 2026년 현재, 과거 스털링이나 나비스타가 남긴 상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정교한 완충 전략이 필요하다. 특정 기술이나 기업에 올인하기보다는,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을 아우르는 유연한 생산 체계를 유지하고 중소 협력업체들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산업 생태계를 다각화하는 것만이 오토 벨트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e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