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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빈집은 특급 수리, 우리 집은 바퀴벌레”
유학생·세입자 울리는 ‘역차별 리모델링’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0
임대료 규제 피하려 기존 세입자 관리 소홀… 빈 유닛은 고가 리모델링 후 임대료 폭등
기존 세입자에게는 해충과 단수, 예비 세입자에게는 최신 가전과 새 단장
영리 목적의 기업형 집주인들, ‘리노베이션’ 핑계로 합법적 세입자 몰아내기 의혹
시민단체 ‘위장 퇴거’ 수법 비판 vs 집주인 연합 ‘노후 건물 유지 위해 불가피한 조치’
[Unsplash @Brett Jordan]
[Unsplash @Brett Jordan]
(토론토)
토론토의 임대료 규제 건물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이 집주인의 의도적인 관리 소홀과 ‘빈집 밀어주기’식 리모델링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기존 세입자가 살고 있는 유닛의 해충 및 파손 문제는 방치하면서, 비어 있는 유닛만 화려하게 수리해 비싼 값에 내놓는 이른바 ‘가치 제안 재배치(Value-add repositioning)’ 전략이 확산되면서 서민들의 주거권이 위협받고 있다.

“바퀴벌레와 동거 중” 방치된 세입자들… 집주인은 ‘투전판’ 리모델링

로렌스 애비뉴 웨스트(1440 Lawrence Ave. W.)의 세입자 사이드 누루딘(Sayeed Nooruddin) 씨는 매일 쥐와 바퀴벌레를 마주하며 살고 있다. 그는 2023년 관리 부실에 항의하며 임대료 납부 거부 운동에 참여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반면, 그가 본 비어 있는 유닛들은 새 페인트와 타일, 최신 욕조로 꾸며져 ‘환상적인’ 모습으로 시장에 나왔다. 누루딘 씨는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들을 내보내고 더 높은 임대료를 낼 새 사람을 받으려고 일부러 우리 요구를 무시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기업형 집주인의 ‘수익 극대화’ 전략… 소리 없는 ‘위장 퇴거’

부동산 투자 신탁(REITs)이나 자산 운용사 같은 기업형 집주인들이 노후 건물을 매입한 뒤 벌어지는 이러한 현상은 주거 전문가들 사이에서 ‘위장 퇴거(Constructive Eviction)’로 불린다. 워털루 대학의 마틴 어거스트 교수는 “집주인들이 리모델링을 통해 임대료를 대폭 올릴 수 있는 빈 유닛과 공용 공간에만 투자를 집중한다”고 분석했다. 온타리오주법상 2018년 이전 건물은 임대료 인상 폭이 제한되지만, 세입자가 나가고 새로운 계약을 맺을 때는 집주인이 원하는 만큼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는 허점을 노린 것이다.

집주인 단체 “노후 건물 수리에 막대한 비용… 퇴거는 불가피한 결과”

이에 대해 집주인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온타리오 임대주택 제공자 연합(FRPO)의 토니 어윈(Tony Irwin) 회장은 “1970년대부터 이어진 임대료 규제로 인해 임대 수입이 실제 건물 유지 비용보다 낮게 책정되어 왔다”며, 노후화된 건물을 현대화하기 위한 대규모 수리는 필수적이라고 반박했다. 수억 달러가 투입되는 인프라 개선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수나 소음, 그리고 그에 따른 세입자 이주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는 논리다. 실제 스타라이트 인베스트먼트(Starlight Investments)와 같은 대형 기업들은 건물의 안전과 장기적 보존을 위해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수리’라는 이름의 폭력, 주거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건물의 노후화를 막기 위한 리모델링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이 기존 세입자의 삶을 망가뜨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그것은 ‘개선’이 아니라 ‘추방’이다. 집주인이 빈 유닛에는 최신 세탁기를 넣으면서 기존 세입자의 우편함 파손이나 해충 방역을 외면하는 것은 이성적인 자산 관리가 아니라 명백한 차별이다. 특히 “갈 곳이 없어 이사조차 못 한다”는 누루딘 씨의 호소는 토론토 주택 시장의 참담한 현실을 보여준다. 정부는 리모델링 과정에서의 세입자 보호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고, ‘수리 후 임대료 폭등’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ereadailytoron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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