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캐나다의 뚜렷한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캐나다 외식 업계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달하우지 대학교의 실뱅 샤를부아 박사는 통계 수치상으로는 식당 수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수익성 악화와 비용 상승을 견디지 못한 식당들이 2026년 한 해에만 약 4,000곳(순감소 기준) 문을 닫을 것으로 예측했다.
지표는 '회복', 현장은 '절벽'... 통계의 함정
현재 공식 통계는 팬데믹 이전보다 식당 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업계가 안정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착시 현상에 가깝다. 정부의 각종 보조금과 대출 유예로 간신히 버티던 식당들이 이제 한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샤를부아 박사는 "식당들이 갑자기 망하는 것이 아니라, 2021년부터 누적된 경제적 스트레스가 이제야 터지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식당들의 숨통을 조이는 것은 단순히 물가만이 아니다. 사람들의 먹고 마시는 방식 자체가 변했다.
• 주류 판매 급감: 건강 중시 문화와 고물가로 인해 식당의 '효자 상품'이었던 술 판매가 크게 줄었다. 음식에서 손해 보는 이익을 술로 메우던 공식이 깨진 것이다.
• 배달 위주 소비: 젊은 세대들은 여전히 외식을 즐기지만, 식당에 앉아 먹기보다 집에서 배달 앱으로 주문한다. 식당 입장에서는 높은 배달 수수료(15~30%)를 떼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
• 가성비 집착: 외식 물가가 급등하면서 손님들은 전채 요리나 디저트, 사이드 메뉴를 생략하는 '짠물 소비'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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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의 몰락과 '개성 있는 맛'의 실종 우려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은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동네의 독립 식당들이다.
이들은 대량 구매를 통한 원가 절감이나 본사의 금융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 문제는 이들이 캐나다 음식 문화의 혁신과 다양성을 이끌어오던 주역이라는 점이다. 샤를부아 박사는 "창의적인 개인 식당들이 사라지면 캐나다의 음식 문화는 획일화되고 동네 상권의 활력은 죽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미 시작된 폐업... 정책적 대안 절실
통계 데이터는 항상 실제 현장보다 늦게 반영된다. 지표가 꺾였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수천 명의 자영업자가 길거리로 나앉은 뒤가 될 확률이 높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순한 생존 지원을 넘어 인력 정책, 임대료 규제, 세금 감면 등 외식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2026년, 데이터가 경제 현실을 따라잡을 때쯤이면 우리가 사랑하던 동네 식당 중 상당수는 이미 추억 속으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e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