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6년의 공사 기간과 35억 달러(약 3조 4천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된 핀치 웨스트 LRT(6호선)가 개통 한 달 만에 이용객들로부터 ‘최악’이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깨끗하고 넓은 전동차라는 외형적 장점에도 불구하고, 기존 버스보다 느린 속도와 잦은 고장으로 인해 시민들의 출퇴근길은 오히려 ‘개통 전보다 나빠졌다’는 탄식이 터져 나오고 있다.
버스보다 20분 더 걸리는 LRT... “차라리 뛰는 게 빠르다”
지난 12월 7일 개통한 핀치 웨스트 LRT의 가장 큰 문제는 단연 ‘속도’다. 본지 기자가 개통 전 36번 핀치 웨스트 버스를 탔을 때 서쪽 끝에서 끝까지 36분이 걸렸으나, 개통 후 LRT는 같은 거리를 가는 데 56분이 소요되었다. 메트로린치(Metrolinx)가 당초 약속했던 33분 주파는커녕, 버스보다 20분이나 더 느려진 셈이다.
이러한 ‘거북이 운행’은 온라인상에서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토론토의 한 러너(Mac Bauer)가 10.3km 구간을 직접 달린 결과, 전동차보다 8분이나 먼저 도착하는 영상이 공개되며 ‘LRT의 굴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요크 대학교 학생인 일리아스 모하메드(18)는 “차라리 예전 버스를 돌려달라”며 “겉은 아름답지만 목적지까지 가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신호 우선권은 어디에? 잘못된 설계가 부른 ‘적신호 대기’
전문가들과 주민들은 노선의 ‘설계 결함’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특히 전동차 정류장이 교차로를 건너기 전이 아닌 ‘건넌 후(Farside)’에 위치해 있어, 열차가 빨간불에 멈춰 섰다가 교차로를 지나자마자 다시 승객을 태우기 위해 멈추는 비효율적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교차로 통과 후 정류장이 있는 것이 ‘신호 우선권(Signal Priority)’ 확보에 유리하지만, 현재 TTC와 메트로린치는 열차가 일정 시간 이상 늦어질 때만 녹색등을 연장하는 ‘조건부 우선권’을 적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열차 한 대가 교차로에서 1분 24초를 대기하는 등 정체 현상이 극심하다. 이 지역 공교육 위원 출신인 에롤 영은 “LRT가 빨간불에 걸려 멍하니 서 있는 모습을 보면 설계가 얼마나 엉망인지 알 수 있다”며 10점 만점에 4점이라는 박한 점수를 주었다.
추위에 얼어붙은 3조 원의 자부심... 잦은 고장과 소통 부재
겨울 날씨에 대한 취약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통 이후 한 달간 추위로 인한 선로 전환기(Switch) 문제로 인해 노선의 일부 구간이 운행되지 않은 날이 운영 일수의 거의 절반에 달한다. 여기에 에스컬레이터 고장과 불확실한 도착 안내 화면까지 겹치며 이용객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책임 소재를 둔 TTC와 메트로린치 간의 소통 부재도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 자말 마이어스 TTC 이사회 의장은 “메트로린치의 투명성 부족에 좌절감을 느낀다”며 “사람들은 누구의 프로젝트인지 관심 없다. 그저 목적지에 제때 도착하기만을 바랄 뿐”이라며 날 선 비판을 보냈다.
핀치의 실패, 에글린턴의 복선인가
핀치 웨스트 LRT의 ‘실패한 시작’은 올해 개통을 앞둔 에글린턴 크로스타운(Eglinton Crosstown) LRT에 대한 공포로 번지고 있다. 35억 달러를 들여 만든 시스템이 고작 조깅하는 사람보다 느리고 추위에 속수무책이라면, 시민들이 앞으로 대규모 교통 프로젝트에 신뢰를 보낼 리 만무하다.
속도와 정시성은 대중교통의 생명이다. 현재의 ‘소프트 오프닝’이라는 핑계 뒤에 숨어 개선을 늦춘다면, 핀치 웨스트 LRT는 토론토 교통 역사상 가장 비싼 ‘애물단지’로 남게 될 것이다. 메트로린치는 이제라도 공격적인 신호 우선권을 도입하고 겨울철 기술 결함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핀치의 교훈을 뼈아프게 새기지 않는다면 토론토의 미래 교통망은 시작도 하기 전에 멈춰 설 수밖에 없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e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