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오젬픽과 위고비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대중화되면서 ‘음식 소음(Food Noise)’이라는 생소한 용어가 의학계와 환자들 사이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단순히 배고픔을 느끼는 수준을 넘어, 깨어 있는 시간 내내 먹거리에 집착하게 만드는 강박적 사고를 의미한다. 기자의 시각에서 본 이 현상은 비만을 단순히 개인의 의지력 부족으로 치부하던 과거의 낙인이 뇌 과학적 메커니즘의 문제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강박적 식탐의 실체, 뇌를 장악하는 ‘음식 소음’
음식 소음은 공식적인 의학적 진단명은 아니지만, 비만 환자들이 겪는 공통적인 고통을 대변한다. 밴쿠버의 한 환자는 치료제를 복용하기 전까지 자신의 정신 에너지가 얼마나 음식에 대한 생각에 갉아먹히고 있었는지 몰랐다고 고백한다. 무엇을 먹을지, 탄수화물을 얼마나 줄일지, 지방이 나를 얼마나 살찌게 할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은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음식에 대한 ‘해소되지 않는 만성적 집착’으로 정의하며, 환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피로감이 상당하다고 지적한다.
호르몬과 도파민의 협공, 약물이 소음을 잠재우는 원리
오젬픽과 같은 GLP-1 약물이 효과를 발휘하는 비결은 뇌와 장의 상호작용에 개입하는 데 있다. 뇌의 시상하부에는 허기와 포만감을 조절하는 수용체가 있는데, 비만 환자 중 일부는 이 신호가 약하거나 지속 시간이 짧아 끊임없이 음식을 찾게 된다. 약물은 이 수용체에 작용해 포만감을 높이고 위 배출 속도를 늦춘다. 또한 즐거움을 보상하는 도파민 회로에도 영향을 주어 특정 음식에 대한 강렬한 갈망을 줄여준다. 결과적으로 뇌에서 울려 퍼지던 음식에 대한 ‘소음’이 잦아들면서 환자들은 비로소 음식에서 자유로워진 정신적 해방감을 맛보게 된다.
약물이 유일한 해답인가, 행동 치료와 식단의 역할
비만 전문가들은 약물만이 음식 소음을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아니라고 조언한다. 인지행동치료(CBT)는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전두엽 피질을 자극해 강렬한 갈망에 반응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식이섬유와 단백질이 풍부한 귀리, 채소, 콩류 등을 섭취해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는 것도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특히 좋아하는 음식을 과도하게 제한할 경우 오히려 갈망이 증폭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균형 잡힌 식사 습관이 병행되어야 소음 없는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
의지력의 영역에서 질병의 영역으로
음식 소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것은 비만을 ‘개인의 게으름’이 아닌 ‘만성 질환’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변화의 출발점이다. 뇌의 보상 회로가 남들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의지만으로 극복하라는 것은 고장 난 브레이크를 밟으며 질주를 멈추라는 것과 같다. GLP-1 약물의 등장은 비만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꿨지만, 동시에 약물 의존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적 치료와 더불어 환자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을 이해하려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e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