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아 슈퍼마켓 'K-Town' 신규 매장의 외관 콘셉트를 반영한 3D 렌더링 이미지. 간결한 파사드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조한 설계가 특징이다. 사진=갤러리아 슈퍼마켓
(토론토)
2026년 1월, 오랫동안 한인 사회가 궁금해하고 기대해 왔던 갤러리아 슈퍼마켓의 신규 매장이 토론토 영·스틸(Yonge–Steeles) 지역에 문을 연다.
이번 개장은 한인 커뮤니티의 생활·문화·경제가 한 공간으로 응축되는 하나의 전환점이자, 갤러리아가 지난 시간 동안 축적해 온 방향성과 선택이 구체적인 형태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 신규 매장이 들어서는 K-Town 플라자는 단순한 상업 시설이 아니다.
한인 커뮤니티가 오랜 시간 쌓아온 생활의 흐름과 문화적 정체성, 그리고 경제적 기반이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되는 복합 생활 무대에 가깝다.
그 중심에는 플라자의 앵커 테넌트로 자리한 갤러리아 슈퍼마켓(Galleria Supermarket)이 있다.
토론토의 갤러리아를 이야기할 때 이제 더 이상 ‘한인 마트’라는 단어만으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갤러리아는 오늘날 단순한 식료품 유통을 넘어, 한인 커뮤니티의 생활과 문화, 그리고 경제 활동이 교차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K-Town의 오픈은 그 변화가 선언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돼 온 선택의 결과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눈에 띄는 언변’보다 지속되는 선택을 더 중요하게 여겨온 김문재 대표의 시간이 놓여 있다.
이번 인터뷰는 사전 질의서와 서면 답변으로 시작됐지만, 진짜 이야기는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이어진 대화 속에서 천천히 드러났다. 그의 말은 빠르지 않았고, 결론을 서두르기보다 문장 사이사이는 늘 ‘왜’와 ‘어떻게’로 채워져 있었다.
갤러리아 슈퍼마켓 김문재 사장님. 사진=갤러리아 제공 K-Town, 이름보다 먼저 고민된 것은 ‘역할’이었다
“K라는 글자가 너무 많잖아요.”
김문재 대표는 K-Town 프로젝트를 설명하며 가장 먼저 이 말을 꺼냈다. K-푸드, K-컬처, K-라이프스타일…. 오늘날 ‘K’는 세계 어디서나 통용되는 브랜드가 됐지만, 동시에 과잉 소비되는 기호가 되기 쉬운 것도 사실이다. 내부에서도 ‘과연 이 이름이 필요한가’를 두고 오랜 기간 논의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K-Town이라는 이름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토론토에는 차이나타운과 리틀 이탈리아처럼 비한인 사회의 시선에서도 “이곳이 그 커뮤니티의 중심”이라고 자연스럽게 인식되는 공간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한인 커뮤니티는 규모와 영향력에 비해, 외부 사회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상징적 중심 공간을 갖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이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
그래서 K-Town은 소유를 선언하는 이름이 아니라, 역할을 제시하는 이름에 가깝다. 김 대표가 이 프로젝트를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든 기대를 한 번에 충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시작했고, 고쳐 가고 있으며, 멈추지 않겠다는 태도 자체가 이 공간의 정체성이다. K-Town은 화려한 수식어를 내세운 브랜드가 아니라, “왜 지금, 왜 우리가 이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하나의 공공적 실험이자 커뮤니티와 함께 기능을 확장해 가는 생활 무대다.
원스톱 구조는 전략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응답
K-Town 플라자의 공간 구성은 철저히 ‘실용적인 삶의 흐름’에서 출발한다. 식료품 매장을 중심으로 외식, 의료·미용, 생활 편의시설이 한 공간에 묶인 구조는 쇼핑 동선을 늘리기 위한 상업적 계산이 아니다. 여러 장소를 오가며 하루를 보내기 어려운 이민자의 시간적·물리적 제약, 한 번의 방문으로 일상의 필요를 해결하고자 하는 요구는 커뮤니티 내부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축적돼 온 현실적인 목소리였다.
이 ‘원스톱’ 구조는 구체적인 구성으로 드러난다. 플라자에는 파리바게트와 아라치치킨, 정육점과 한식점, 펫샵이 들어서고, 물리치료 및 미용 클리닉, 메디컬 워크인 클리닉까지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시설들이 함께 자리 잡는다. 장을 보고, 식사를 하고, 관리와 진료까지 한 번의 방문으로 이어지는 동선은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이민자의 하루를 가장 현실적으로 반영한 생활 인프라에 가깝다.
이 가운데 갤러리아 K-Town점은 K-Town 플라자의 앵커 테넌트(핵심 입점 점포)로서 공간 전체의 중심을 맡는다. 영·스틸 지역을 명실상부한 K-푸드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으며, 갤러리아가 그동안 축적해 온 상품력과 서비스 노하우를 집약한 플래그십 스토어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입점이 아니라, 플라자 전체의 안정성과 신뢰를 책임지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푸드 코트 디자인. 사진=갤러리아 제공 갤러리아 K-Town점은 특히 ‘체험’과 ‘미식’에 더 집중한다. 델리 코너는 매일 직접 조리하는 ‘프리미엄 델리’로 구성되고, 고객이 직접 참여하는 ‘쿠킹 클래스’를 통해 K-푸드를 배우는 즐거움까지 공간 안으로 끌어들였다. 푸드코트는 ‘갤러리아 애비뉴(Galleria Avenue)’라는 이름으로 구성되며, 캐나다 1호 이디야 커피를 비롯해 겐조 라멘, 우주분식, 명품설렁탕, 중식 전문점 등 다양한 한국식 메뉴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로봇 시식 도우미와 AI 기반 맞춤 쿠폰 시스템 등 최신 리테일 테크를 접목해 쇼핑의 편의성과 재미를 동시에 높였다.
그래서 K-Town은 전통적인 의미의 ‘쇼핑몰’이라기보다, 생활의 밀도를 높이는 공간에 가깝다. 먹고, 고르고, 치유받고, 머무는 일상이 한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는 기존 영 스트리트 매장을 대체하는 이전 개념이 아니라, 기능과 역할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현재 영 스트리트에서 운영 중인 갤러리아 슈퍼마켓 역시 기존과 동일하게 운영을 이어간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이는 유통의 심장, KFT
갤러리아의 확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통 법인 KFT(Korea Food Trading)를 빼놓을 수 없다. 김문재 대표는 이 조직을 두고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멈추면 전체가 흔들리는 심장”이라고 표현한다. KFT는 단순한 수입 창구가 아니라, 한국 식품이 캐나다 시장에 지속 가능하게 안착하도록 돕는 전략적 플랫폼이다.
KFT WHOLESALE 한국 중소기업의 제품이 국경을 넘기 전부터 현지 규정 검토, 소비 패턴 분석, 물류 설계, 필요할 경우 제품 형태를 바꾸는 현지화 과정까지 유통의 전 과정을 함께 설계한다. 한국에서 캐나다까지 4~6주가 소요되는 긴 리드타임을 품목별로 관리하며, 신선도가 생명인 추석 한국 배는 밴쿠버 도착 즉시 전용 트럭으로 동부까지 직송한다. ‘김치 블록’처럼 현지 소비자에게 익숙한 형태로 재구성한 상품 역시 단기 효율보다 장기 신뢰를 선택한 결과다.
이 같은 구조는 최근 미국발 관세 이슈를 바라보는 갤러리아의 시선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김 대표는 관세를 단순한 원가 상승 문제가 아니라, 시장에 누적되는 ‘불확실성’의 문제로 본다. 실제로 방문객 수는 유지되거나 늘고 있지만, 개별 소비 단가는 줄어드는 현상은 한인 커뮤니티 전반의 요식업·소매업이 공통으로 체감하는 변화다.
이에 갤러리아는 관세 부담을 즉각 가격에 전가하기보다, 상품 구성과 수입 루트, 대체 공급선 조정 등 구조적인 대응을 우선해 왔다. 미국산 쌀의 변동성이 커질 때 한국산 쌀을 전략적으로 전면에 배치하거나, 고객의 선택지를 넓히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는 단기 방어가 아니라, 신뢰를 지키기 위한 장기 판단에 가깝다.
상생은 구호가 아니라 구조로 구현된다
갤러리아의 사회공헌 활동은 이미 한인 사회에서 잘 알려져 있다. 문화 축제 후원과 장학 사업, 시니어 및 지역 단체 지원 등 그 범위도 꾸준히 확장돼 왔다. 그러나 갤러리아가 말하는 ‘상생’은 후원 목록의 길이로 설명되지 않는다.
갤러리아는 스스로를 고객과 소상공인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규정한다. 고객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상품을, 소상공인과 파트너사에게는 안정적으로 브랜드를 키울 수 있는 시장을 제공하는 것. 단기 매출보다 지속 가능한 관계를 만드는 구조, 그것이 갤러리아가 정의하는 상생의 핵심이다.
한인 문화 축제 TKF 후원, 한인회 60주년 박물관 건립 지원, 한인 노인회 워커톤과 시니어 골프대회 협찬, KCFS Sol Gala 장학금 후원, Vaughan 지역 한글학교 학생 지원, 구세군 자선냄비 행사 참여 등 사회공헌 활동 역시 특정 계층에 국한되지 않고 세대와 공동체 전반으로 확장돼 왔다. 2026년에는 코로나 이후 중단됐던 갤러리아 장학금 프로그램의 재개도 예정돼 있다.
갤러리아 슈퍼마켓의 리더십과 비전
김문재 대표가 가장 오래 설명한 문장은 의외로 단순했다.
“최고의 상품 이상의 상품, 최고의 서비스 이상의 서비스.”
여기서 말하는 ‘최고’는 품질이나 가격 경쟁력만을 뜻하지 않는다. 고객이 상품을 통해 느끼는 추억과 정서, 그 안에 담긴 이야기까지 온전히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장철 재료를 고르며 떠오르는 고향의 기억, 명절 선물세트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의 감정까지, 갤러리아가 말하는 상품에는 늘 시간과 경험이 함께 담긴다.
이 철학은 갤러리아의 중요한 전환점들과 함께 다져졌다. 2010년 쏜힐 매장을 이전해 욕밀 매장으로 확장하던 당시, “한인 마켓은 이미 포화 상태”라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갤러리아는 위기를 기회로 받아들였고, 그 결과 ‘네이버 마켓(Neighbor Market)’이라는 새로운 모델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김 대표가 CEO로 취임하며 오너 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시기 역시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창업주의 철학을 계승하면서도,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는 혁신과 균형을 동시에 이뤄야 했다. 지금의 K-Town 프로젝트는 그 연장선에 있다. 과거의 성공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성공이 가능했던 원칙을 현재의 언어로 다시 구현하는 작업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갤러리아의 서비스는 의도적으로 ‘미완성’에 가깝다. 로봇 안내 시스템, AI 기반 서비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실험은 모두 완성의 선언이 아니라, 더 나아지기 위한 과정이다. ‘최고의 상품 이상의 상품’이라는 말은 결국 멈추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갤러리아 슈퍼마켓의 안내 로봇 23년을 앞둔 기업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2026년, 갤러리아는 창립 23주년을 맞는다. 김문재 대표가 가장 경계하는 단어는 ‘관성’이다. 23년이라는 시간은 자산이지만, 동시에 스스로의 역할을 다시 묻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갤러리아는 식품을 중심에 두되, 그 식품을 둘러싼 시스템과 가치 자체를 확장하려 한다. 한국 중소기업을 위한 사전 검증 플랫폼, 캐나다 규정에 맞춘 제조·유통 구조, 그리고 커뮤니티와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는 모두 ‘앞으로의 시간’을 준비하기 위한 선택이다.
인터뷰의 끝에서 김문재 대표가 언론에 전한 한마디는 이 모든 고민을 압축한다.
“사실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내일을 포기하지 않게 하는 뉴스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말은 갤러리아가 오늘을 유지하는 조직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의 시간 속에서 한인 사회를 위해 더 진취적이고 혁신적인 역할을 계속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를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처럼 들린다.
갤러리아는 지금 그 시간을 어떻게 채워갈 것인지를 스스로 묻고 답을 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K-Town은 그 길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보여주는 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