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온타리오주 정부가 대중교통 거점 인근에 의무적으로 배정해야 했던 ‘서민형 저렴한 주택(Affordable Housing)’ 공급 규정을 2027년까지 유예하는 파격적인 방안을 제안했다. 건설 자재비 상승과 금리 부담으로 얼어붙은 주택 시장을 살리기 위해 개발업자들의 짐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주택 건설 시장 살리기 위한 ‘규제 샌드박스’
지난 12일(월) 온타리오 규제 등록처에 게시된 이번 제안은 토론토, 미시사가, 키치너 등 현재 ‘포용적 구역제(Inclusionary Zoning)’를 시행 중인 도시들을 대상으로 한다. 포용적 구역제는 지하철역이나 경전철(LRT) 정거장 인근의 대규모 주택 개발 시, 전체 유닛의 일정 비율(약 5%)을 서민들을 위한 저렴한 임대나 분양 주택으로 할당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주 정부는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이러한 의무 조항이 주택 프로젝트의 경제성을 떨어뜨려 사업 자체를 취소하거나 중단하게 만든다는 우려를 전달받았다”며 유예 배경을 설명했다. 롭 플랙(Rob Flack) 주택부 장관 측은 “지금은 건설 비용을 높이는 불필요한 규제를 더할 때가 아니라, 최대한 빨리 현장에 삽을 뜨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지자체와 시민사회의 엇갈린 반응
이번 결정에 대해 자치단체장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올리비아 차우 토론토 시장은 “주 정부와 협상하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며, 현재의 침체된 시장 분위기에서 규제 하나를 푼다고 해서 “개발업자들이 갑자기 콘도를 지으려 달려들 것 같지는 않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캐롤린 패리시 미시사가 시장 역시 대중교통 요충지야말로 저렴한 주택이 가장 절실한 곳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뉜다. ‘하우징 나우(HousingNowTO)’의 마크 리처드슨은 “포용적 구역제는 경제가 아주 활황일 때만 작동하는 방식”이라며 현 시장 상황에서 유예 자체는 놀랍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민간 개발업자에게 혜택을 주는 만큼 주 정부가 공공 부지나 대중교통 인근 토지에 직접 저렴한 주택을 짓겠다는 확실한 약속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급 확대’와 ‘서민 주거 안보’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온타리오주 정부의 이번 조치는 “일단 집이 지어져야 서민 주택도 있다”는 공급 우선주의 정책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과 같다. 개발업자에게 수익성을 보장해 주택 공급 총량을 늘릴 수는 있겠지만, 정작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역세권 거주 기회를 박탈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5월, 주 정부는 지자체가 요구할 수 있는 저렴한 주택 비율을 5%로 제한하고 의무 기간도 25년으로 단축하며 지자체의 권한을 한 차례 축소한 바 있다. 이번 유예 조치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제도의 작동을 멈추겠다는 선언이다. 2027년까지의 유예 기간 동안 민간 시장이 얼마나 살아날지, 그리고 그 공백 기간에 사라진 ‘저렴한 주택’의 기회를 정부가 어떤 대안으로 메울지 주목할 만 하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e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