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캐나다 통계청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경제 전문가들은 연간 물가 상승률이 전월과 동일한 2.2%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휘발유 가격 하락에 따른 '착시'일 뿐, 실제 가계가 체감하는 식품 물가는 5%를 상회하며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특히 1년 전 실시된 세금 정책이 현재의 통계 수치를 왜곡하고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나섰다.
‘세금 휴일’이 만든 통계적 함정과 기저효과
RBC(캐나다 왕립은행) 경제팀은 이번 물가 보고서에서 가장 주의 깊게 봐야 할 요소로 ‘기저효과’를 지목했다. 기저효과란 비교 대상인 과거 수치가 너무 낮거나 높아 현재 수치가 실제보다 과장되어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2024년 12월, 연방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외식비 등에 붙는 GST(연방소득세)를 일시 면제하는 ‘세금 휴일’을 시행했다. 이로 인해 작년 12월 물가는 인위적으로 낮게 측정되었다. 반면 올해는 세금 혜택이 사라졌기 때문에, 작년의 ‘낮은 바닥’과 비교하면 물가가 실제보다 훨씬 가파르게 오른 것처럼 지표에 나타나게 된다. RBC는 이러한 통계적 노이즈가 향후 몇 달간 지속될 것이며, 이것이 식품 물가 상승률을 5% 위로 끌어올리는 주요 원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름값 하락이 가린 식료품 가격의 고공행진
전체 물가 상승률이 2.2%라는 안정권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순전히 에너지 가격 덕분이다. 지난달 휘발유 가격은 약 8% 급락하며 전체 지수를 방어했다. 그러나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Core Inflation)는 여전히 2.3%대에 머물러 있으며, 특히 장바구니 물가는 전체 물가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11월 기준 4.7%였던 식료품 물가는 12월에 5%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세부 품목별로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소고기 가격은 전년 대비 17.7% 폭등했고, 양상추(26.8%)와 커피(27.8%) 역시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팬데믹 이후 잠시 주춤했던 식품 인플레이션이 2025년 들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서민들의 실질적인 구매력은 통계 숫자보다 훨씬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중앙은행의 동결 기조와 향후 금리 향방
이처럼 엇갈리는 지표 속에서 캐나다 중앙은행(BoC)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오는 28일 금리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현 수준인 2.25%에서 동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전체 물가가 목표 범위 내에 있지만, 식품 물가의 불안정성과 세제 변화에 따른 통계 왜곡이 심해 정책 변화를 결정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여기에 마크 카니 정부의 소비자 탄소세 폐지 결정 역시 향후 물가 데이터를 흔들 변수로 남아 있다. RBC는 중앙은행이 이러한 대외적 변수와 통계적 노이즈가 걷힐 때까지 2026년 내내 현재의 금리 수준을 유지하며 시장의 추이를 살필 것으로 내다봤다.
숫자 뒤에 숨은 실물 경제의 양극화
이번 12월 물가 보고서의 핵심은 2.2%라는 결과값이 아니라, 그 내부에 숨겨진 '가격 양극화'다. 휘발유 가격 하락이라는 호재가 전체 지수를 가리고 있지만, 매일 먹고사는 문제인 식품 가격은 이미 통제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 통계상 물가는 안정된 듯 보이나, 실제 가계가 체감하는 고통은 5%대의 식품 인플레이션과 맞닿아 있다.
결국 2024년 12월, 정부의 일시적인 세금 면제 조치는 당시의 고통을 잠시 늦췄을 뿐, 1년 뒤인 지금은 통계 수치를 왜곡시켜 경제 상황을 정확히 읽지 못하게 만드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이제 국민들은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물가 상승률이라는 애매한 숫자 뒤에 숨은, 소고기와 채소 가격의 실질적인 압박을 견뎌내야 하는 상황이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섣불리 내리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처럼 겉으로 보이는 수치와 속으로 곪아가는 민생 경제의 괴리 때문이다.
토론톤중앙일보 (news@koe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