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생애 첫 주택 구매의 꿈을 안고 사전 분양(Pre-construction) 시장에 뛰어든 이본 추이(Yvonne Tsui) 씨는 최근 완공된 자신의 타운하우스를 확인하고 절망에 빠졌다. 7년 전 계약 당시 믿었던 설계도와 실제 완공된 집의 모습이 판이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불운을 넘어, 토론토 분양 시장의 불투명한 계약 관행과 소비자 보호 시스템의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는다.
설계 변경부터 관리비 폭등까지 이어진 분양 잔혹사
추이 씨의 주장에 따르면, 그녀가 51만 5천 달러에 분양받은 타운하우스는 당초 2개의 독립된 방이 있는 구조로 홍보되었다. 하지만 실제 열쇠를 받은 유닛은 방이 하나뿐이었으며, 나머지 공간은 문조차 달리지 않은 좁은 '덴'에 불과했다. 개발사인 솔로텍 그룹(Solotex Group) 측은 구매 계약서에 첨부된 도면대로 시공했다며 허위 광고 의혹을 부인하고 있으나, 계약서상 면적과 치수가 '근사치'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기재된 점이 화근이 됐다. 여기에 초기 홍보 대비 50%나 치솟은 관리비와 고액의 온수기 렌털료까지 더해지며 수분양자의 경제적 부담은 극도로 치솟았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소비자 보호 기구와 제도적 허점
피해를 입은 구매자들은 온타리오주의 신축 주택 보호 기구인 타리온(Tarion)과 주택건설 규제당국(HCRA)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실질적인 해결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현재 해당 타운하우스 단지에서만 15건의 타리온 민원이 접수되었지만, 조사와 중재 절차는 수개월째 공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분양 계약서 자체가 개발사 측 변호인들에 의해 유리하게 작성되어 있어, 설계 변경이나 입주 지연에 따른 책임을 묻기가 매우 어렵다고 지적한다. 소비자 권익 보호 활동가 바바라 캡틴(Barbara Captijn)은 "현행 계약 구조는 소비자 보호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개발사가 의무를 피할 수 있는 구멍을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분양 시장 신뢰 회복 위한 표준 계약서 도입 목소리
이번 사건은 고금리와 수요 저하로 침체된 토론토 분양 시장에 다시 한번 경종을 울리고 있다. 입지가 좋고 예산에 맞는 집을 찾던 또 다른 구매자 숀 리(Sean Lee) 씨 역시 14개월에 달하는 입주 대기 기간과 치솟는 비용 탓에 "분양은 악몽이 되었다"며 매각을 준비 중이다. 주거 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는 차우 시장 체제의 토론토 시정부 역시 이러한 분양 시장의 난맥상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중고 주택 거래처럼 분양 시장에도 소비자 보호 조항이 명확히 명시된 표준 계약서를 도입하여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제언한다.
분양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표준 계약서 도입과 정책적 과제
이번 사례는 '사전 분양'이라는 제도가 지닌 불확실성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가혹한 결과로 돌아올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개발사의 자금난이나 시공상의 편의가 '근사치'라는 단어 뒤에 숨어 분양자의 정당한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는 시장 전체의 신뢰를 갉아먹는 행위로 읽힌다. "다시는 사전 분양을 받지 않겠다"는 피해자의 절규는 단순히 개인의 감정 섞인 토로가 아닌, 현행 주택 공급 시스템이 직면한 신뢰의 위기를 시사한다. 정책 입안자들은 이제라도 개발사 위주의 계약 관행을 점검하고, 분양자가 자신이 지불한 대가에 걸맞은 '완전한 집'을 받을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e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