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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타 응급실 "병원이 죽음의 구역으로"
'시한폭탄' 같은 현실 폭로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0
대기실서 방치된 환자들, 제때 치료 못 받아 패혈증·심정지로 사망 잇따라
의사협회, 6건의 사망과 30여 건의 '아차 사고' 폭로하며 정부 압박
정부, "2월부터 응급실 전담 의사 배치" 대책 내놨지만 현장은 "미봉책" 냉소
[Unsplash @Ante Samarzija]
[Unsplash @Ante Samarzija]
(캐나다)
최근 앨버타 의료협회(AMA)가 주 정부에 보낸 내부 문서는 그야말로 '참상' 그 자체였다. 이 문서에는 지난 몇 주간 앨버타 전역의 응급실에서 발생한 6건의 예방 가능한 사망 사례와 진료 지연으로 인해 생명이 위험했던 30여 건의 사고(Near misses)가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환자를 살리지 못하는 병원... 복도에서 멈춘 심장

공개된 사례들은 앨버타 의료 시스템이 얼마나 심각하게 무너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고열과 기운 없음으로 응급실을 찾은 한 50대 남성은 무려 8시간을 기다리다 결국 지쳐 집으로 돌아갔다. 몇 시간 뒤 구급차에 실려 다시 중환자실로 실려 왔으나, 이미 온몸에 균이 퍼진 패혈증으로 다장기 부전이 일어나 숨을 거뒀다. 담당 의사는 "첫 방문 때 1~2시간만 일찍 진료했어도 살았을 환자"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장 폐색이 의심되던 한 여성 환자는 밤새 8시간 동안 순서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녀보다 더 위급해 보이는 환자들이 끊임없이 들어오는 바람에 순번이 계속 뒤로 밀렸고, 그사이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되어 수술대 위에서 패혈증 쇼크로 사망했다.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병원 복도에서 연출됐다. 한 환자는 제대로 된 진료 공간조차 배정받지 못한 채 복도 대기실 의자에서 심정지가 발생해 그대로 숨졌다.

폴 파크스(Paul Parks) AMA 차기 회장은 "우리 응급실 복도는 이제 죽음을 기다리는 구역이 됐다"며 "언제 어디서 누가 죽어 나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정부의 응답, "2월 1일부터 응급실 전문 의사 배치하겠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앨버타 주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았다. 오는 2월 1일부터 에드먼턴과 캘거리의 8개 주요 응급실에 '트리아제 연락 의사(Triage Liaison Physician)'를 배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의사들은 진료실 안에 머무는 대신 대기실을 직접 돌며 환자들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위급한 환자를 골라내거나 미리 검사를 처방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하지만 의료진의 반응은 싸늘하다. 현직 의사들은 "환자를 눕힐 침대가 없고, 입원시킬 병동이 꽉 차 있는데 의사 한 명 더 대기실에 내보낸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느냐"며 비판하고 있다. 인력 부족과 고령화, 호흡기 질환 폭증이라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한 '데스 존'의 비극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숫자 뒤에 가려진 생명의 가치를 직시해야"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이번 사망 사례들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하지만 8시간, 혹은 그 이상의 대기 시간 끝에 차가운 복도에서 생을 마감하는 시민들의 죽음은 단순한 통계 숫자가 아니다. 의료진이 스스로 '데스 존'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SOS를 보내는 지금, 정부는 미봉책 뒤에 숨기보다 시스템 전체를 뜯어고치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ereadailytoronto.com)

※한인사회 및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사건·사고, 불합리한 관행,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제보와 취재 요청은 news@koreadailytoronto.com 으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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