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캐나다 연방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 수입 쿼터(연간 최대 4만 9,000대)를 허용하는 대신 카놀라와 수산물 관세를 낮추는 협상을 체결한 가운데, 정부가 내세운 '중국 기업의 캐나다 현지 공장 설립' 시나리오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시장 막혀 있는데 왜 캐나다에 짓나"… 비즈니스 사례 부재
미래 일자리 센터(Centre for Future Work)의 경제학자 짐 스탠퍼드는 정부의 기대를 "전혀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먼 나라 이야기"라고 깎아내렸다. 그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캐나다에 수조 원을 들여 공장을 지어도, 캐나다에서 생산된 차량이 미국 시장에 무관세로 진입할 수 있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는 점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안보 우려로 인해 중국 기술이 포함된 차량의 미국 수출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자동차 산업 분석가 라이언 로빈슨 역시 "캐나다 내수 시장만으로는 공장 운영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캐나다 자동차 생산의 90% 이상이 수출용임을 강조했다.
중국 내부 생산 시설 이미 '과잉'… 캐나다는 '조립 키트' 공장 전락 우려
중국 자동차 업계가 이미 자국 내에 엄청난 과잉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투자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J.D. 파워의 로버트 카웰 분석가에 따르면 중국의 연간 자동차 생산 능력은 6,000만 대에 달하지만 실제 소비는 절반 수준이다. 그는 "남아도는 차를 수출해 처리하는 것이 목적인 중국이 굳이 캐나다에 돈을 들여 새 공장을 지을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최악의 경우, 부품을 중국에서 가져와 단순 조립만 하는 '녹다운(Knock-down) 공장' 형태가 될 수도 있는데, 이는 캐나다 현지 부품 공급업체들에게 아무런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구조다. 캐나다 자동차부품협회(CVMA)의 브라이언 킹스턴 회장은 "중국은 남는 물량을 밀어내기(덤핑)하는 것일 뿐, 새로운 생산 거점을 늘릴 계획이 없다"고 비판했다.
마크 카니의 '현지 생산-현지 판매' 정책, 실효성 의문
연방 정부는 올해 안에 '캐나다에서 차를 팔려면 캐나다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자동차 산업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마크 카니 총리는 이를 통해 스텔란티스(Stellantis)의 브램턴 공장이나 GM의 잉거솔 공장 같은 유휴 시설을 중국 자본이 인수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더그 포드(Doug Ford) 온타리오 주지사와 유니포(Unifor) 노조는 "보조금을 받는 중국산 '스파이 차량'이 캐나다 시장에 발을 들이게 되면, 결국 온타리오의 기존 자동차 생태계만 파괴될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장밋빛 투자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 캐나다 자동차 산업의 빗장만 열어준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e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