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캐나다 연방 정부는 지난 12월 19일, 스타트업 비자 프로그램의 신규 신청을 12월 31일부로 전격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캐나다 내에 체류 중인 스타트업 비자 소지자의 워크 퍼밋 연장 신청만 허용될 뿐, 새로운 창업가의 진입은 사실상 막힌 상태다.
설계 미숙이 부른 병목 현상… 영주권까지 '기약 없는 기다림'
2013년 시범 사업으로 시작해 2018년 정규 프로그램이 된 스타트업 비자는 영주권으로 가는 직행 티켓으로 불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지정된 벤처 캐피털이나 인큐베이터가 발행할 수 있는 지지 서한(Letter of Support)의 개수에 제한이 없었던 점이 화근이 되었다.
이민 컨설턴트들은 신청 건수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폭주하면서 현재 대기 물량만 3만 8,600명에 달하며, 지금 신청할 경우 영주권 취득까지 최대 10년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한다. 초기 24개월이었던 처리 기간이 54개월을 넘어 이제는 10년이라는 황당한 수치까지 치솟은 것이다.
"천 번의 칼질에 의한 죽음"… 창업가들의 처절한 생존 투쟁
필리핀에서 2022년 이민 온 조셉 치오는 사업과 프로그램 수수료를 위해 25만 달러를 마련했지만, 영주권이 없다는 이유로 예치된 자금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영주권 없이는 사업자 대출도 불가능하다"며 "불투명한 타임라인 속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인도 출신의 하르프리트 싱 역시 캐나다에서 인재를 고용하고 세금을 내며 제품을 수출해왔지만, 비자 문제로 사업 확장이 가로막혔다며 이민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청원을 시작했다. 반면, 이미 영주권을 취득한 창업가들은 영주권 유무에 따라 정부 보조금, 인재 채용, 투자자 협상력에서 하늘과 땅 차이의 대우를 받는다며 시스템의 모순을 지적했다.
인재 유출 가속화… 캐나다 경제의 손실로 이어져
상황이 악화되자 일부 창업가들은 이미 캐나다를 떠나고 있다.
2022년 입국했던 만줄라 다르말링감은 정착 경로가 보이지 않자 1년 만에 출국했다. 그녀의 사업체는 서류상 캐나다에 남아있지만, 대표의 부재로 성장은 멈춘 상태다.
비자 법률 전문가들은 미국, 영국, 유럽 연합 등이 창업가 유치를 위해 문턱을 낮추고 있는 상황에서 캐나다의 이번 조치는 치명적이라고 평가한다. 창업가들이 확실성을 찾아 떠날 때 캐나다는 그들이 가져올 지적 재산권(IP)과 일자리, 그리고 수백만 달러의 민간 자본을 한꺼번에 잃게 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생태계 관계자들은 영주권 심사가 늦어지더라도 창업가들이 캐나다에서 실질적으로 활동하며 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워크 퍼밋 경로를 확대하고 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의 긴급 처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e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