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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판사 '구두 선고, 판결문은 1년 미뤄'
폭행 유죄 판결 뒤집혀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0
판결 근거 설명하겠다는 약속 수차례 어기며 1년 지연시킨 루시아 파브렛 판사
상급 법원 "결론 정해놓고 나중에 끼워 맞춘 사후 합리화 의구심" 지적하며 파기
정당방위 주장한 피고인에게 유죄 선고 후 서면 판결문은 11개월 뒤에나 공개
사법 시스템 신뢰 훼손 및 '정의의 실현' 원칙 위배로 결국 재판 다시 열기로
[FREEPIC @fabrikasimf]
[FREEPIC @fabrikasimf]
(토론토)
토론토의 한 판사가 폭행 사건 재판 후 유죄 판결의 근거를 설명하겠다는 약속을 1년 동안이나 지키지 않으면서, 결국 해당 피고인의 유죄 판결이 상급 법원에 의해 뒤집히는 사태가 발생했다.

온타리오주 고등법원의 크리스틴 메인빌 판사는 루시아 파브렛 판사가 내린 유죄 판결을 파기하고 재심을 명령했다. 이는 판사가 판결의 '이유'를 찾기도 전에 '결론'부터 내린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구심을 불러일으켰으며, 사법 정의가 겉으로 보기에도 공정하게 실현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저해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반복된 거짓 약속과 '사후 합리화' 의혹이 부른 파국

사건의 발단은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브렛 판사는 폭행 혐의 재판을 마친 뒤 그해 11월 6일 판결을 내리겠다고 공언했으나,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수차례 날짜를 미뤘다. 결국 12월 11일 구두로 유죄를 선고하면서 서면 판결문은 다음 주에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판결문이 나온 것은 무려 11개월이 지난 2024년 11월 4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선고 공판만 세 차례 연기되었고, 파브렛 판사는 "비서가 서식 작업 중이다", "이번 주말에 끝내겠다"는 등의 변명을 반복했다. 메인빌 판사는 "합리적인 시민이라면 이 서면 판결문이 유죄 선고 당시의 실제 논리라고 믿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미 정해진 유죄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해 나중에 내용을 끼워 맞춘 '사후 합리화'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부실한 논리와 무너진 사법 시스템의 신뢰

1년 만에 나온 64페이지 분량의 서면 판결문 역시 급조된 흔적이 역력했다. 상급 법원은 해당 판결문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논리적 연결 고리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정당방위를 주장한 피고인의 진술을 왜 배척했는지에 대한 핵심적인 분석이 결여되어 있었다. 검찰 측은 파브렛 판사가 부상으로 인한 병가를 냈던 점을 지연의 사유로 들었으나, 메인빌 판사는 병가를 내기 전 수개월 동안 이미 약속이 어겨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인 측 변호인인 트레버 라우는 "정의는 행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행해지는 것으로 보여야 한다"며, 이번 파기 결정이 사법 시스템의 투명성을 회복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론 위주의 재판이 던지는 법치주의의 숙제

이번 사례는 판사가 판결 근거를 문서화하기 전에 성급하게 유죄를 선고하는 관행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판사가 결론에 맞춰 증거를 재해석하려는 유혹에 빠질 때 법치는 흔들릴 수밖에 없으며, 이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판결문을 미룬 행위는 법관의 직무 유기에 가까운 행태로 읽힌다.

이번 재심 명령은 판결의 신속성만큼이나 그 과정에서의 논리적 완결성이 사법부의 신뢰를 유지하는 근간임을 재확인시켜 준다. 향후 열릴 재판에서 피고인이 공정한 절차를 통해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할 기회를 다시 얻게 된 점은 사법 정의의 최소한의 회복으로 풀이된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ereadailytoronto.com)

※한인사회 및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사건·사고, 불합리한 관행,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제보와 취재 요청은 news@koreadailytoronto.com 으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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