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캐나다 역모기지 시장에 새로운 금융사들이 잇따라 진입하면서 기존 대출자들이 누릴 수 있는 선택권과 혜택이 크게 늘고 있다.
그동안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홈에쿼티 은행(HomeEquity Bank)에 맞서 이쿼터블 은행(Equitable Bank)과 블룸 파이낸스(Bloom Finance) 등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역모기지 갱신 시점이 다가온 시니어들이 능동적으로 조건을 비교한다면 상당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갈아타기’ 가능해진 역모기지
역모기지는 주택을 담보로 생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금융상품으로, 그동안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대환이나 조건 개선이 쉽지 않은 영역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 시장 변화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흔들고 있다.
일반 모기지 시장에서는 만기 시 다른 금융기관으로 갈아타는 ‘스위치’가 오랫동안 보편화돼 왔다. 새로운 대출 기관이 이전 비용을 부담하거나, 일정 비율의 현금 환급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관행이 역모기지 시장에도 도입되기 시작했다.
에퀴터블은행의 현금 환급… 경쟁의 신호탄
지난해 에퀴터블은행은 역모기지 대환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4천 달러 한도의 1% 현금 환급을 도입했다. 이는 캐나다 역모기지 시장에서 처음 등장한 파격적인 조건으로, 장기간 시장을 주도해 온 홈에퀴티은행에 대한 본격적인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에퀴터블은행은 현금 환급뿐 아니라 금리 인하 경쟁, 설정 수수료 면제, ‘캐나다 내 공개된 어떤 역모기지 금리보다 낮게 맞춰주겠다’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내세우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블룸 파이낸스, 홈트러스트 등 후발 주자들까지 가세하면서, 역모기지 시장은 빠르게 경쟁 구도로 전환되고 있다.
역모기지 수요층의 변화
현장 전문가들은 경쟁 심화가 단순히 조건 개선에 그치지 않고, 역모기지를 바라보는 인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분석한다. 모기지 중개업체에서 역모기지를 전문으로 다루는 레베카 아브람에 따르면, 최근 역모기지 상담을 요청하는 고령층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은퇴 시점에도 기존 모기지나 무담보 부채가 남아 있어, 현금 흐름을 개선하고 주거 이동을 피하려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이미 주택에 저당이 없는 상태에서, 역모기지를 자산 관리 전략의 일부로 활용하려는 계층이다. 이들은 정부 노령연금 환수 최소화, 다른 투자자산 매각 회피, 세율 상승 방지, 자녀 주택 마련 지원, 혹은 세컨드 홈이나 수익형 부동산 구입 등을 목적으로 역모기지를 활용한다.
“집을 떠나지 않을 권리”
아브람은 고령층이 흔히 접하는 ‘집을 줄여야 한다’는 조언에 대한 반감도 역모기지 수요 증가의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수십 년간 거주해 온 집과 생활 기반을 포기하지 않고도 재무적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모기지는 단순한 대출 상품을 넘어 삶의 선택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쟁은 상품 혁신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블룸 파이낸스의 평생 고정금리 역모기지, 역모기지 연계 신용카드 같은 새로운 구조의 상품들이 등장했고, 홈트러스트는 기존 고객에게 더 불리한 갱신 금리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며 관행 개선에 나섰다.
차입자의 협상력, 이제는 실질적
전문가들은 역모기지를 보유한 지 5년 이상 된 차입자라면, 갱신 시점에서 반드시 시장 조건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대환 수수료는 통상 면제되거나 최대 3개월치 이자로 제한되며, 현금 환급이나 금리 인하를 통해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역모기지 사업 구조상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기존 고객 이탈은 부담이 크다는 사실이다. 초기 계약 기간에는 설정 비용과 자금 조달 비용을 회수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객이 갱신 단계에서 조건 개선을 요구할 경우 이를 수용할 여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고령 금융 시장의 변화 신호
이번 변화는 역모기지 상품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캐나다 고령 금융 시장 전반이 보다 경쟁적이고 투명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터넷과 정보 접근성이 높아진 고령층이 스스로 조건을 비교하고 협상하는 주체로 등장하면서, 금융기관 역시 과거의 관행에 안주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역모기지는 여전히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상품이지만, 경쟁이 만들어낸 환경 변화는 분명하다. 갱신 시점에 아무런 질문 없이 조건을 받아들이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으며, 이제 고령 차입자 역시 선택과 협상의 주체로 자리 잡고 있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e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