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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극우엔 '구원', 마가엔 '수익' 안긴 '이데올로기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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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일 백악관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게재된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계단에 오르는 모습의 사진엔 ‘까불면 다친다’는 뜻의 속어 ‘FAFO’(F**K Around and Find Out)가 크게 박혔고, ‘유희(Game)는 없다, FAFO’라는 글이 곁들여졌다. [연합뉴스]
지난 1월 3일 백악관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게재된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계단에 오르는 모습의 사진엔 ‘까불면 다친다’는 뜻의 속어 ‘FAFO’(F**K Around and Find Out)가 크게 박혔고, ‘유희(Game)는 없다, FAFO’라는 글이 곁들여졌다. [연합뉴스]
(미국)
지난 1월 3일, 백악관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계단에 오르는 흑백 사진이 게재됐다. 사진엔 ‘까불면 다친다’는 뜻의 속어 ‘FAFO’(F**K Around and Find Out)가 크게 박혔고, ‘유희(Game)는 없다, FAFO’라는 글이 곁들여졌다.

국내 극우세력은 열광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월 4~7일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등 일정을 갖는 시기인 데다, 사진 배경이 지난해 10월 미·중 정상회담장인 ‘부산 김해공항 공군기지’라는 이유에서였다. 정황상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을 겨냥했다는 주장은 극우세력 내에서 빠르게 확산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대체 무슨 까닭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구원(?)을 기대하는 걸까.

미국은 이날 군사작전 ‘확고한 결의’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인 2020년 미 연방 검찰이 마약 밀매와 돈세탁 혐의로 마두로 대통령을 기소한 데 따른 후속 조치였으나, 극우세력은 이를 ‘부정선거 척결’로 해석했다. 차베스와 마두로 당선에 쓰인 베네수엘라의 스마트매틱(Smartmatic) 전자투표기의 부정 의혹을 미국이 단죄했다는 논리다. 즉, 베네수엘라 다음은 중국 개입으로 부정하게 당선된 이 대통령 차례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현실은 다르다. 한국의 개표 방식은 베네수엘라와 무관하며 미 행정부 역시 한국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거론한 적이 없다. 오히려 외교가는 사진의 본뜻을 미국의 서반구 패권 재확인으로 본다. 그럼에도 국내 극우세력은 미국 인사의 사진이나 게시글을 아전인수 격으로 왜곡하고 ‘워싱턴 기류’로 포장하며 희망회로를 돌려왔다. 이번 현상도 같은 맥락에서 벌어진 셈이다.

문제는 이 음모론이 내수용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는 자금과 인맥을 동원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와 연대해 자신들의 의제를 전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한·미 정상회담 직전 한국 정부를 정조준하며 음모론과 유사한 발언을 쏟아낸 배경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SNS ‘트루스소셜’에 “한국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느냐.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며 “우리는 그것을 수용할 수 없고, 그런 상황에서는 우리가 그곳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고 썼다. 회담 직전 백악관 행정명령 서명식에선 “최근 며칠 한국의 신정부가 교회들을 잔인하게 급습했고 심지어 군 기지에도 들어가서 정보를 취득했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어야 했다”며 “잠시 후 새 대통령이 오면 알아보겠다 ”고 했다.

트럼프 입에서 나온 숙청, 혁명… 누가 주입했나?

청와대는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당초 관세 협상이 주요 의제였던 만큼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거래의 기술’이나 ‘블러핑’은 예상했지만, 그게 특검 수사를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는 극우세력의 논지와 유사한 발언일 줄은 몰랐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공식 계정인지 확인해봐야 할 사안”이라며 조심스럽게 반응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전직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에 따른 정치적 혼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국회의 임명을 받은 특검이 사실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미군을 직접 조사한 게 아니라 해당 부대 내 한국군의 통제 시스템을 확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오해가 있었는데 잘 해결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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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돌발 발언이 회담 결과에 영향을 주진 않았으나, 우리 외교가에선 단순 해프닝이 아니라는 우려가 퍼졌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누군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왜곡된 정보를) 입력시킨 것은 맞지 않나? 그럼 이게 미국 내에서 입력시킨 사람이 있는지, 한국 내에서 작업한 분이 계신지도 모른다. 그건 파악을 해보고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미 극우 네트워크의 중심은 한국보수주의연합(KCPAC)이다. 미국보수연합(ACU)이 매년 2월 개최하는 행사 보수정치행동회의(CPAC)를 본떠 설립됐다. 앞에다 ‘Korea’의 약자 ‘K’만 갖다 붙인 식이다. 2019년 설립 초기엔 문재인 정권의 친북 성향을 비판하며 결집했으나 2020년 총선에서 보수진영이 참패한 이후 성격이 달라졌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한·미 양국에 전파하는 단체가 됐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준비하며 마가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던 시기다. 이들의 주적도 북한에서 중국으로 바뀌었다. 음모론의 핵심 역시 한국 선거에 중국 공산당이 개입해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단체의 설립자는 부동산 사업가 애니 챈(한국명 김명혜)이다. 캘리포니아와 하와이에서 10억 달러가 넘는 부동산 프로젝트를 개발한 재력가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확산시키는 한·미 스피커들의 후견인으로 지목받는다. 미 정가에 들이는 로비 활동도 활발하다. 미 연방선관위에 따르면, 애니 챈은 2018~2020년 공화당 전국위원회에만 한화로 약 1억4000만원을 후원했다. 하와이 지역 매체는 그를 현지 공화당 위원회 후원자 상위 5명 중 1명으로 꼽았다.

미국의 의제 청탁 시스템, 돈이면 다 된다
KCPAC은 박주현 변호사와 최원목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를 섭외했고,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도 관계를 맺었다. 미국에선 고든 창 평론가와 그랜트 뉴스햄 KCPAC 미국지부 대표, 프레드 플라이츠 미 우선정책연구소(AFPI) 부소장 등과 교류하며 활동 반경을 넓혔다. 이 외에도 한미자유안보정책센터, 한미동맹USA 등 여러 단체를 세웠다.

이 가운데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지명도가 급상승한 인물은 고든 창이다. 강경 반중주의자인 그는 “이재명을 제거하자(Remove Lee!)”는 발언으로 유명하다. 그는 “(선관위가) 중국 화웨이 장비를 써서 한국 투표 시스템을 중국이 감시할 수 있도록 열어 줬다”는 등 ‘부정선거 중국 배후설’을 강력히 주장한다. 지난해 2월 CPAC 행사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일으켜 세워 기립박수를 유도하며 “나는 저 사람이 하는 모든 말을 믿는다”고도 했다. 이후 고든 창은 CPAC의 이사로 등극했다.

백악관에 의제를 전달하기 위해 제각기 통로를 구축한 극우 인사는 부지기수다. 일각에선 종교계의 입김에 주목한다. 미 언론은 마가를 강경 우파, 기독교, 친기업 엘리트 등 6개 파벌로 분류한다. 이 중 트럼프 대통령이 ‘교회 급습’을 강조한 점을 들어 기독교 파벌이 실질적인 소통 경로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앞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은 김건희 여사와의 유착 의혹으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순직 해병 사건 피의자인 임성근 전 사단장과의 관계를 이유로 특검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배경에 이들 교회의 호소가 있었다는 관측이다.

통일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접점이 확실하다. 지난 2021~2022년 트럼프 대통령은 통일교 유관단체 행사에서 세 차례 영상 연설을 하고 250만 달러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멘토인 뉴트 깅리치 전 연방 하원의장은 통일교 소유 매체 〈워싱턴타임스〉에 “이재명 정부의 최근 정치·종교에 대한 전면적인 탄압이 숨 막힐 지경”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영적 멘토인 폴라 화이트 백악관 신앙실 수석 고문과 가까운 사이로 전해진다. 지난 2024년 11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이 교회 예배에 참석해 간증하기도 했다.

트럼프도 피하는 한국 부정선거 음모론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압수수색을 받은 또 다른 곳은 부산 세계로교회다. 이 교회의 손현보 목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지난해 8월 예배에 참석한 롭 매코이 목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교회 급습을 아는 이유는 찰리 커크가 알려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고(故) 찰리 커크는 청년 보수 인플루언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도운 ‘킹 메이커’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지난해 9월 미국 유타주에서 연설 중 총격으로 사망했다.

손 목사를 주축으로 결성된 개신교 기반 시민단체 ‘세이브코리아’의 활동도 눈에 띈다. 한국사 강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씨 등 강경 보수 인사들이 참여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운동’을 주도했다. 지난해 7월 방한해 윤 전 대통령 면회를 추진했던 모스 탄(한국명 단현명) 전 미 국제형사사법대사도 이들과 밀접하다. 지난해 3·1절 집회에서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선거 투표 기계를 사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외치며 극우세력에 눈도장을 찍은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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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 음모론으로 논란을 빚어온 모스 탄(한국명 단현명) 전 미국 국제형사사법대사가 지난해 7월 서울대 정문 앞에서 간담회를 열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옹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기독교 네트워크의 중개자로 김민아 빌드업코리아 대표를 꼽기도 한다. 찰리 커크가 이끌던 청년단체 ‘터닝포인트USA’를 모델로 삼아 국내에서 활동 중이며, 친분이 깊은 트럼프 주니어의 방한 동선을 기획한 것으로 유명하다.

한편 취재 과정에서 접한 윤석열 대선 캠프 출신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다이렉트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는 유대계”라고 단언했다. 그에 따르면 유대인 찰스 쿠슈너가 트럼프 2기 정부의 막후 실권자다. 최근 주프랑스 대사로 지명된 찰스 쿠슈너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가 시집간 쿠슈너 가문의 수장이다. 이방카는 그가 요구한 가풍에 따라 유대교로 개종하며 혼사를 치렀다. 트럼프가 사면권까지 행사해 찰스 쿠슈너의 범죄 이력을 지워준 배경에는 이러한 종교적·혈연적 결속이 있다. 아울러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에 30억원을 기부한 그는 핵심 ‘메가 도너(Mega Donor)’이기도 하다.

“미국이 가자지구 사태에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전폭 지지하는 데는 쿠슈너 가문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네타냐후가 방미 때 쿠슈너 집에 머문다는 건 과장이 아니다.” 그는 이렇게 지적한다. “극우세력이 정말로 트럼프 대통령의 도움을 바란다면, 거리에서 이스라엘기를 흔들 게 아니라 유대계 측에 거액을 기부하는 게 훨씬 빠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극우세력의 주장이 사실이라서 수용하는 게 아니다. 그게 비즈니스 가치가 있기 때문에 받아주는 것뿐이다.”

결국 국내 극우세력은 마가의 개입을 고대하나, 워싱턴 실세들에게 이들은 기부와 수익을 위한 비즈니스 대상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양국 네트워크를 타고 흐른 왜곡된 정보는 한국 정부를 압박할 협상 카드로 활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의 기대와 달리, 한국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언급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ereadailytoron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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