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미국과 “각을 세우며” 중국과 부분별(섹터별) 관세 조정에 합의한 이번 국면을, 흔히 말하는 “미국을 버리느냐, 중국으로 가느냐”의 이분법으로 해석하는 것은 현실을 단순화한 것이다. 이번 선택은 진영 이동도, 전략적 전환도 아니다. 오히려 미국 의존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커진 상황에서, 농수산·자원 등 일부 취약 부문에 숨통을 트이게 하면서도, 동시에 CUSM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의 레드라인을 넘지 않겠다는 ‘좁은 길’을 택한 방어적 조정에 가깝다.
문제는 이 ‘좁은 길’이 특히 토론토와 온타리오에는 훨씬 더 까다롭다는 점이다.
캐나다 전체가 아니라, 미국과 가장 깊이 얽혀 있는 지역일수록 작은 통상 변화도 산업·고용·투자에 즉각적인 파장을 미친다. 그래서 이 선택은 단순한 외교 이슈가 아니라, 온타리오 경제의 구조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을 갖기 전 악수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이번 합의는 ‘FTA’가 아니라 ‘피해 완화형 스왑’이다
이번 캐나다-중국 합의는 전면 자유무역이 아니다.
캐나다 정부는 이를 “Preliminary Agreement-in-Principle(원칙적 합의)”로 설명했고, 핵심은 품목별 조치 완화의 교환이다.
중국은 캐나다산 카놀라씨, 카놀라박, 랍스터, 게, 완두 등 일부 품목에 대해 현재 84% 수준인 총관세를 2026년 3월 1일까지 약 15%로 낮출 것을 예고했다. 이는 연간 약 4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대중 카놀라 수출의 시장 접근성을 일정 부분 회복시키는 조치다. 반대급부로 캐나다는 중국산 전기차(EV)에 대해 2024년 도입한 100% 관세에서 후퇴해, 최초 49,000대까지 6.1%(MFN) 관세를 적용하는 쿼터 구조를 제시했다.
이 스왑의 효과는 지역별로 극명하게 엇갈린다. 프레리 농업(카놀라)과 일부 해산물(랍스터·게 등)에는 숨통이 될 수 있지만, 온타리오에선 즉시 “왜 하필 EV냐”라는 질문이 산업 쟁점이 된다. 실제로 온타리오 주총리가 자동차 제조업에 미칠 역풍을 공개적으로 우려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여기서 핵심은, 카니 총리의 선택은 성장 전략이 아니라 손실 관리, 즉 피해 완화 전략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손실 관리가 필요해졌다는 사실 자체가, 캐나다가 더 이상 “미국 시장”에만 기대기 어렵다는 신호다.
[car assembly line. Unsplash @Lenny Kuhne] 온타리오의 현실, ‘대체시장’보다 먼저 ‘미국 집중 구조’부터 직시해야 한다
온타리오가 이번 사안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서가 아니라 숫자다.
온타리오 주정부 경제 데이터 테이블(2023년 기준)에 따르면, 온타리오의 대미 수출 비중은 81.4%에 달한다. 산업 구조는 이보다 더 극단적이다. 캐나다 자동차 제조업협회(CVMA)는 2024년 차량 수출액이 465억 달러이며, 이 가운데 92%가 미국으로 향한다고 밝힌다. 자동차 산업은 ‘대체시장’의 대상이 아니라, 미국과 하나의 생산·수출 체인으로 묶여 있는 산업인 셈이다.
온타리오 재정감시기관(FAO)의 분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 관세 충격 시나리오에서 2026년 온타리오 일자리는 119,200개 감소하고, 이 가운데 제조업에서만 57,700개(–6.8%)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캐나다 전체 기업 구조 역시 단기간 대체가 왜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가치 기준 국내 수출의 75.9%가 미국으로 향했고, 수출기업의 85.7%가 미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65.9%는 ‘미국만’ 수출한다. 이는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즉, 온타리오에서 ‘대체시장’은 장기적 목표일 수는 있어도, 단기간에 미국 비중을 급격히 낮추는 것은 정책 구호로는 가능해도 산업 운영 차원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정책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탈미국이 가능하냐’가 아니라, ‘미국 집중 구조를 전제로 충격을 어떻게 흡수하느냐’다.
‘미국을 포기하나’ 논쟁의 본질: CUSMA 레드라인과 ‘통제 밖 경로’ 거부
미국의 반응이 거친 이유는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니다. CUSMA에는 비시장경제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사실상 억제하는 장치(Article 32.10)가 포함돼 있다. 회원국이 비시장경제와 FTA를 체결할 경우, 다른 당사국이 협정을 종료하고 양자 협정으로 대체할 수 있는 메커니즘까지 마련돼 있다.
이 때문에 카니 총리는 “중국과 FTA를 추진할 의도가 없다”, “CUSMA 의무를 존중한다”고 공개적으로 선을 긋고 있다. 이는 친중 노선이 아니라, 레드라인을 관리하기 위한 선택이다.
여기서 한 단계 더 중요한 구조적 변화가 있다. 최근 미국은 통상에서 ‘법’이나 ‘동맹’보다 통제권을 우선하는 경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이 설계하지 않은 공급망, 우회 경로, 정치적 합의가 감지되는 순간, 그 대상이 중국이든 동맹국이든 관세라는 압박 수단이 즉각 동원된다.
한국의 일부 언론과 전문가는 (유튜브 등)에서 “중국 대신 한국과 LNG·배터리 같은 전략 산업에서 협력하면 미국 압박을 피하면서도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논리가 등장한다. 하지만 온타리오 관점에서 이 주장은 ‘대안’이라기보다 ‘보조수단’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6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산 자동차 및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언급하며, 그 이유로 한국 국회의 비준 지연을 들었다. 이 사건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국은 중국의 대체재가 아니다. 한국은 미국의 핵심 동맹이지만, 미국은 통상에서 ‘동맹’을 안전지대로 보장하지 않는다.
[Image owned by Korea Daily Toronto]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 상당수가 의회 비준 없이 시행돼 왔고, 그 법적 근거를 둘러싼 쟁점이 현재 연방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발언은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서의 관세에 가깝다.
결국 미국이 지금 요구하는 것은 ‘누가 파트너냐’가 아니라, '미국이 통제하는 프레임 안에 머무느냐'다. 이 기준에서 캐나다가 중국 대신 한국과 협력하더라도, 그것이 미국의 승인·규칙·정치적 이해관계를 우회하는 신호로 읽히는 순간 압박 가능성은 줄어들지 않는다.
미국이 민감해하는 지점은 ‘중국’ 그 자체가 아니라, 미국이 설계하지 않은 통제 밖의 공급망과 경로다. 배터리와 전기차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이미 미국 산업정책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은, 한국과의 협력이 결국 ‘미국 밖의 대안 시장’이 아니라 ‘미국 규칙 안의 또 다른 경로’가 되기 쉽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은 ‘대체시장’이 아니라 ‘정교한 협력 대상’이며 온타리오의 생존전략은 '누구와 손잡나'보다, 미국 과집중 구조를 전제로 어떻게 충격을 흡수하고 매출원을 늘리나에 달려 있다.
한국 관세 인상, EU 비준 지연… 캐나다가 읽어야 할 ‘동시다발 신호’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산 자동차 및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언급하면서, 그 이유로 “한국 국회가 관련 비준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한 것은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무엇보다 이 발언이 설득력을 잃는 지점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들 상당수가 미국 의회의 비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재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관세 조치의 적법성 자체를 문제 삼는 연방법원 판결이 예고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비준 지연’을 명분으로 다시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는 통상 규범이나 절차의 문제라기보다,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서 관세를 사용하는 전형적인 행태에 가깝다. 특히 최근 트럼프의 그린란드 발언으로 EU 의회가 미국과의 관세 협정 비준을 연기한 것에 대한 압박용이기도 하다.
결국, 지금 미국이 문제 삼는 것은 상대국의 절차 준수 여부가 아니라, 미국이 통제하지 못하는 움직임 그 자체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온타리오 관점의 현실적 해법: '미국 대체 시장은 없다'
첫째, 재협상·검증 국면에 대비한 방어 설계다. 온타리오의 목표는 탈미국이 아니라 충격 흡수력이어야 한다. FAO가 경고한 고용 충격(2026년 119,200개) 같은 시나리오를 전제로, 자동차·부품·제조업에 대해 관세 재도입/통관 지연/조달 제한/원산지 규정 강화를 묶은 산업별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다.
둘째, 쿼터·검증·가이드라인을 전제로 한 제한적 실리 추구다. 이번 중국과의 스왑 구조(49,000대·6.1%) 자체가 확대가 아니라 관리를 전제한다. 온타리오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필요한 것은 물량 상한의 엄격한 운용, 안전·환경·인증 기준 강화, 반덤핑·세이프가드의 상시 준비다. 동시에 캐나다가 경쟁력 있는 농수산·자원 품목에서 보복 관세 완화를 끌어내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셋째, 내부시장 통합과 기존 FTA 권역의 ‘매출화'다. 미국을 대체할 단일 시장은 없다. 대신 내부 무역장벽 완화와 기존 협정권역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통해, 현실적인 두 번째·세 번째 매출원을 만들어야 한다. 캐나다 정부는 내부 무역장벽 제거가 최대 2,000억 달러의 경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온타리오 역시 노동 이동성과 자유무역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통계청이 보여준 기업 구조, 즉 수출기업의 65.9%가 미국에만 수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협정 뉴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견·중소기업이 실제 매출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인증, 물류, 금융, 바이어 매칭)이다.
온타리오가 지켜야 할 가치는 ‘자존’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번영’
지금 국제 질서에서 답은 하나가 아니다. 그러나 온타리오 관점에서의 해법은 많지 않다.
미국은 동맹과 법보다 통제권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그 환경에서 온타리오의 선택지는 국가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미국을 포기하나?”가 아니라, 미국을 잃지 않기 위해 무엇을 고쳐야 하는가가 질문이 되어야 한다. 온타리오의 번영은 선언이 아니라, 숫자와 규칙 위에서만 지속될 수 있다.